[풋볼리스트] 8강 탈락. ‘2019 UAE 아시안컵’은 실패로 끝났다. 불운이 아닌 실력이 패배를 불렀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찾아 복기하는 게 중요하다. ‘풋볼리스트’가 대회 준비부터 운영 그리고 벤투호를 둘러싼 아쉬운 환경까지 폭넓게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계속 바뀌는데, 한국은 같은 문제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친 것은 파울루 벤투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실패를 넘어 대한축구협회의 실패다.

큰 대회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는 체력 논란은 이번 대회에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큰 대회를 완벽한 컨디션으로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황열병 예방접종 시기 논란, ‘2015 호주아시안컵’ 때는 대회 중 벌어진 집단 식중독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2018 러시아월드컵’은 파워 프로그램 시점에 대한 논란이 따랐다. 네 대회의 공통점은 결과를 떠나 한국 선수들이 빠르고 역동적인 경기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몸이 무겁다는 건 시청자들이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쉽게 확산됐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인 건 마찬가지였다. 부상 문제가 줄을 이었다. 대회 전 낙마한 나상호부터 대회 중 이탈한 기성용, 이재성, 구자철, 황희찬 등 문제가 속출했다. 기성용과 이재성의 부재는 한국 경기력을 떨어뜨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벤투 감독의 코칭 스태프뿐 아니라 주제 에르쿨라누 스포츠과학 전문가를 추가 고용하는 등 컨디션 관리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수 손흥민의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손흥민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와 가진 8강전에서 0-1로 패배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지쳐 있었다”, “잠도 잘 못 잤다”고 말해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는 걸 인정했다.

나아가 대회 중 의무팀 직원 교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점이 선수 건강 관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지만, 한국이 유독 전력누수가 심한 가운데 대회를 치른 건 사실이다. 또한 한국 선수단은 전승 행진 중인 가운데 부정적인 여론이 심하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와 의무팀에 대한 잡음을 축구협회가 방지하지 못해 선수들의 정신적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대회는 특히 브라질월드컵 당시 실패한 과정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4-2-3-1 중심으로 경직된 포메이션, 현대축구의 가장 표준적인 점유율 축구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전술적으로 비슷하다. 또한 감독 부임 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플랜 A 외에는 거의 준비하지 못했고, 선수단의 중심을 일찍 확정하고 이를 바꾸지 않았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브라질월드컵은 축구협회가 실패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백서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다. 그러나 실패의 양상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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