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8강 탈락. ‘2019 UAE 아시안컵’은 실패로 끝났다. 불운이 아닌 실력이 패배를 불렀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찾아 복기하는 게 중요하다. ‘풋볼리스트’가 대회 준비부터 운영 그리고 벤투호를 둘러싼 아쉬운 환경까지 폭넓게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큰 대회 때마다 의료, 의무와 관련된 논란을 겪었다. 이번 ‘2019 UAE 아시안컵’도 마찬가지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선수 선발 때부터 부상으로 고생했다. 나상호가 마지막 순간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대회가 시작된 뒤에는 기성용, 이재성, 황희찬이 나란히 부상을 당했다. 부상은 예측할 수 없고 피하기도 어렵다. 다만 이런 부상이 나오면서 대한축구협회가 지닌 의무시스템의 현실이 드러났다.

 

전공으로 논란을 빚었던 주치의 문제도 본질적으로 시스템 문제다. 스포츠 의학은 계속 전문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스템으로 2019년을 맞이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와 계약서를 쓰고 주치의를 맡은 이는 '2002 한일 월드컵'을 함께한 김현철 박사가 유일하다. 여전히 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를 주치의로 추천하는 구조다. 대표팀 주치의가 사실상 자원봉사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런 파트타임 주치의와 대표팀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의무팀 스태프들 처우도 도마에 올랐다. 축구협회 의무팀 리더가 1월 1일부로 팀을 떠났고, 대회 도중에는 또 다른 의무팀 스태프가 팀을 떠났다. 개인 판단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의무팀 스태프가 대회 도중에 팀을 떠나는 일은 흔치 않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의무팀 스태프들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축구협회는 의무팀 스태프가 대회 도중에 떠난 것은 자신들의 불찰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경기력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조차도 축구협회 인식을 보여준다. 경력이 있는 의무팀 스태프는 팀 사정과 선수들 컨디션을 가장 잘 아는 이다. 데이터를 축적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부상 상황에서 감독과 주치의가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게다가 의무팀 스태프는 선수들과 긴말한 관계가 있다. 대회 도중 이들이 이탈하면 팀 분위기도 좋을 수가 없다.

 

축구협회는 대회 때마다 의료와 관련된 일로 어려움을 겪고도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황열병 주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처음에는 황열병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며 여유를 부리다가 출국 전날 선수들에게 주사를 맞게 했었다. 선수단은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에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적어도 하루를 날린 대표팀은 본선에서 체력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청용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부상을 당했었다. 축구협회에서는 가벼운 타박상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미세 골절로 밝혀졌다. 당시에도 한 번에 제대로 부상을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이 있었다. 또한 선수들이 집단으로 감기에 걸리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으면 상황이 아니라 자신을 의심해야 한다. 축구협회는 가장 중요한 대회마다 불거진 의료 논란에도 변하지 않고 있다. 축구는 과학이 아니지만, 과학은 축구를 도울 수 있다. 의무 시스템을 제대로 세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 돈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제대로 갖춘 의무 시스템은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도울 수 있다. 의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 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글= 류청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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