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부상과 골대 저주와 같은 불운이 ‘2019 UAE 아시안컵’ 8강 탈락을 부른 게 아니다.

 

한국은 25일 카타르와 한 아시안컵 8강전 패하며 탈락했다. 59년만에 아시안컵을 다시 찾겠다는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부족한 준비와 경기력이다. 부상이나 8강에서 나온 골대 강타와 같은 불운이 한국을 탈락으로 이끈 게 아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했고, 대회를 유려하게 치르지도 못했다. 대회에서 한 5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번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준비 과정부터 잡음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 의무팀 리더가 1월 1일부로 팀을 떠났다.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대회 도중에 팀을 떠나는 일은 흔치 않다. 대회 도중에는 또 다른 의무팀 관계자가 팀을 떠났다. 부상자가 속출한 것과 이 일이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일이 일어나면 훈련 캠프는 술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도 원론적으로는 인정한 바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에도 실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12월부터 선수들을 조기 소집해서 몸상태를 끌어올리려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선수들 컨디션이 좋아서 생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경기가 거의 없었다. 소속팀 경기와 함께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몸이 더 무거워 보였다. 축구는 뛰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운동이다. 컨디션 유지도 전술이다.

 

벤투 감독은 로테이션 없이 대회를 치르며 체력적인 문제를 불러왔다. 한국은 거의 비슷한 선수로 선발 명단을 짰고, 교체도 거의 예상대로 했다. 일본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16강 진출을 확정 짓자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선발을 10명이나 바꿨다. 벤투는 영국에서 날아온 손흥민을 선발로 썼고, 조별리그가 끝난 뒤 한국에 다녀온 이청용도 16강에서 바로 선발로 썼다. 손흥민은 탈락 후 몸이 좋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로테이션 없는 선수단 운용은 경직된 전술과도 맞닿아 있다. 벤투 감독은 ‘우리의 축구를 하겠다’라는 출사표대로 대회를 운영했다. 1차전부터 8강전까지 거의 같은 틀로 경기를 했다. 틀이 같은 게 문제는 아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틀도 그 안에 있는 선수들도 바꾸지 않은 게 문제다. 한국은 한 번도 상대를 넘어뜨리지 못했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약체도 한국에 대항하는 법을 제대로 익히고 나왔었다.

 

한국은 경기 분위기를 바꿀 카드도 많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교체로 자주 쓴 공격 카드는 구자철, 지동원, 이승우였다. 이 선수들은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벤투 감독이 쓰는 플랜A에 맞는 선수다. 이 선수들이 들어간다고 해서 전술과 전략이 바뀐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벤투는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빅맨’ 카드는 아예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비슷한 류의 무기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회는 끝났다. 냉정하게 대회 준비와 운영을 평가해야 한다. 불운만 탓하면 2023년에도 아시안컵을 데려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