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득점 기회를 놓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곤 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면 이 상황에서 더 나은 경기 운영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 위치한 셰이크 자예드 스포츠 시티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2019 UAE 아시안컵’ 8강전을 갖는다. 두 팀 모두 전승을 거두며 여기까지 왔지만 성적은 카타르가 오히려 한국보다 좋다. 카타르는 11득점 무실점으로 압도적인 성적을 낸 반면, 한국은 6득점 1실점으로 공수 기록이 더 나쁜데다 16강에서 바레인과 연장 승부를 벌였다는 점도 불리하다.

한국은 앞선 경기에서 비효율적이었다. 바레인을 상대로 슛 횟수가 16회 대 17회로 열세였다. 유효 슛 역시 2회 대 4회로 더 적었다. 보통 슛과 유효슛을 더 많이 기록하고 승리한 팀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바레인을 상대로 경기력 측면에서 그다지 우세하지 못했고, 오히려 밀린 대목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기록이다. 점유율이 70.5%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비가 아주 낮은 경기였다.

카타르는 최전방의 탄력이 바레인보다 좋은 팀이다. 현재 7골로 득점 1위인 알모에즈 알리를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바레인전처럼 한국은 느리게 공격하다가 공을 빼앗기고, 상대에게는 속공을 허용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더 힘든 경기를 할 수 있다.

바레인전에서 황희찬이 넣은 선취골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장면이었다. 모처럼 한국이 공수 전환 상황을 활용했다. 정우영, 황희찬, 이청용, 황인범, 손흥민을 거쳐 이용의 결정적인 크로스가 연결될 때까지 공을 잡은 선수뿐 아니라 주변 선수들까지 활발하게 위치를 바꾸며 패스 받을 공간을 만들었다. 이때 공을 가진 선수가 적절한 선택을 하는 모습이 연속으로 나오면서 득점까지 이어졌다.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직, 간접적으로 관여한 골이었다.

선수들이 스위칭 할 때 주위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대형을 유지하고, 이때 적절한 판단으로 공을 전진시키며 상대를 흔드는 건 벤투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공격 방식이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나온 이상적인 공격이었다.

공수 전환 성황은 어느 경기에서나 일어난다. 한국의 선제골 상황은 딱히 속공도 아니었다. 문제는 공격을 처음 시작하는 빌드업 단계에서부터 상대를 교란하고 수비의 허를 찌르며 공을 순환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오른쪽 풀백 위치부터 상대 허를 찌르는 판단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공이 왼쪽으로 이동했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왔을 때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난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문제는 한국이 경기 내내 이런 플레이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바레인전 이후 기자회견과 카타르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연달아 체력 문제를 인정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기본기와 판단력이 저하되고, 바레인전 선제골과 같은 팀 플레이 상황을 자주 만들 수 없게 된다.

카타르전에서도 컨디션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면 시간대별로 운영 방법을 달리 하는 것도 방법이다. 90분 내내 애매한 경기 템포로 운영하느니, 예를 들어 초반 30분 동안 최대한의 집중력으로 경기하다가 이후 30분 동안은 공을 돌리며 여유롭게 경기하는 등 시간대별로 다양한 운영을 준비할 수 있다.

한국은 공수 전환 상황을 잘 활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수 두 명이 빠져 있다. 분주히 움직이며 공을 순환시키는 것이 특기인 이재성, 후방에서 가장 정확한 판단으로 공격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기성용이다. 이들의 역할은 이청용, 정우영이 대신해야 한다.

한국이 공격을 시작할 때 상대 압박에 지연당하지도 공을 빼앗기지도 않고 패스를 돌리며 상대 진영까지 전진할 수 있다면 득점 기회는 생긴다. 공수 전환 상황에서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벤투 스타일’로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