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올레 구나 솔샤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대행은 ‘대진운 덕분에 이긴다’는 회의론을 물리쳤다. 다만 완전히 물리치진 못했고, 반만 물리쳤다.

맨유는 14일(한국시간)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EPL 22라운드를 갖고 토트넘홋스퍼에 1-0 승리를 거뒀다. 마커스 래시퍼드가 전반 44분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맨유는 솔샤르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5연승을 거둔 상태였다. 그러나 상대가 카디프시티, 허더스필드타운 등 주로 약체였기 때문에 대진운 덕분이라고 평가절하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토트넘은 솔샤르 대행이 처음으로 만나는 더 강한 상대(맨유 6위, 토트넘 3위)였다. 솔샤르 대행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차기 맨유 지휘봉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여러모로 솔샤르 대행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전반전의 절반뿐인 성공 : 시소코 부상 덕분에 나온 선제골

그동안 공격적인 축구로 성과를 본 맨유였지만, 토트넘을 상대로는 전략을 바꿨다. 솔샤르 대행의 선택은 흥미롭게도 상대팀 토트넘의 것을 베낀 듯 보였다. 토트넘의 이번 시즌 주요 전술인 4-3-1-2 포메이션이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와 윙어의 중간 역할로 쓰듯, 맨유는 마커스 래시퍼드와 앙토니 마르샬에게 이 역할을 줬다. 토트넘의 델리 알리는 맨유에서 제시 린가드로 대체됐다.

전반전은 더 완성도 높은 축구를 구사한 토트넘이 우세했다. 토트넘은 약 30분 동안 더 높은 점유율로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다. 맨유는 수세에 몰린 상태에서 방어에 먼저 신경 쓰고, 공격 기회가 생기면 점유율을 높이기보다 역습을 시도했다. 래시퍼드, 마르샬, 린가드가 전방으로 질주할 때 과감하게 롱 패스를 시도하곤 했다. 토트넘의 짜임새 있는 공격보다 효과가 적었다.

특히 맨유의 절대 에이스인 폴 포그바는 초반 30여 분 동안 영향력이 적었다. 포그바는 중앙과 왼쪽을 오가며 드리블과 패스를 시도했는데, 토트넘의 무사 시소코가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포그바를 번번이 막아섰다. 기술과 힘을 적절히 조합해 돌파하는 포그바에게 만만찮은 힘의 소유자 시소코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경기에 균열이 생긴 건 전반 43분 시소코가 부상으로 빠진 시점부터였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대거 부상당한 토트넘은 원래 윙어인 에릭 라멜라를 시소코 대신 투입해야 했다. 시소코의 방해가 없어지자 포그바는 이 경기 최고의 패스를 날릴 수 있었고, 래시퍼드가 득점 기회를 마무리했다. 시소코가 빠지고 고작 1분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후반전의 절반뿐인 성공 : 전술은 밀렸지만 데헤아가 승리를 지켰다

토트넘은 후반전에도 경기를 주도했다. 이 경기 슈팅 횟수는 21회 대 13회로 토트넘이 더 많았다. 토트넘은 유효슛도 11회를 시도해 준수한 슈팅 정확도를 보여줬다. 케인이 4회, 알리가 3회 유효슛을 날리며 득점을 노렸다.

맨유의 한 골 차 승리를 지킨 건 데헤아의 초인적인 선방이었다. 토트넘의 요리스 역시 선방 7회를 기록하며 훌륭한 경기를 했지만 데헤아의 엄청난 존재감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 데헤아는 공이 날아오는 지점에 따라 양손과 양발을 적절하게 골라가며 방어했다. 모든 슛을 사전에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엄청난 반응속도와 예측력이었다. 손으로 쳐낼 공과 잡을 공을 구분하는 판단력도 완벽했다. 일반적으로 멀리 쳐내는 것이 고작인 프리킥 유효슈팅을 두 손으로 잡아내는 신기도 보여줬다.

데헤아의 선방에 의존했다는 건, 맨유의 수비진이 그리 견고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EPL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토트넘 공격진은 맨유가 철저하게 후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도 집요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시소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포메이션을 4-2-3-1로 바꾼 토트넘의 선택에 맞춰, 맨유도 측면 수비를 강화하는 4-2-3-1 포메이션을 도입했다. 그러나 토트넘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토트넘은 비교적 이른 시간인 후반 36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장신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했고, 요렌테의 제공권은 맨유 수비를 여러 차례 위협했다.

 

맨유 앞에 또 북런던 원정

맨유는 약 보름 뒤 북런던 원정을 한 번 더 떠난다. 맨유는 20일 EPL에서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과 홈 경기를 갖고, 26일에 FA컵 4라운드(32강) 아스널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는 FA컵 성적을 위해서 중요하고, 오랜 라이벌 아스널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EPL에서 맨유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팀 아스널과의 경쟁력을 견줘본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22라운드 결과 승점 동률(41점)인 가운데 골득실에서 앞선 아스널이 5위, 맨유가 6위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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