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약체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간신히 승리했다. 여전히 한국은 우승후보다운 경기력과 거리가 멀다.

1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에 위치한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2019 UAE 아시안컵’ C조 2차전을 가진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꺾었다. 전반 41분 김민재의 A매치 데뷔골이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대회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어려운 경기에서 한국이 찾은 대표적인 시사점은 황인범의 포지션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황인범은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정우영이 후방 플레이메이커, 황인범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에 가까운 조합이었다. 이 조합은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황인범은 공수 양면에서 위치선정이 아쉬웠다. 수비할 때 느린 정우영 혼자 포백 앞에 남겨지는 불안한 장면이 많았다.

후반전, 정우영의 파트너 미드필더로 주세종이 투입되고 황인범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가자 한결 플레이의 질이 나아졌다. 황인범은 수비 전술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단점을 감출 수 있었다. 속공 상황에서 더 전진된 위치에서 공을 잡고 드리블, 패스를 해 가며 직접 상대를 공략할 수 있었다. 후반 40분에는 황인범의 패스가 황희찬, 지동원의 연속 슈팅으로 이어졌다.

수비할 때 센터백들이 포백 라인을 종종 벗어나 전진 수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센터백이 규율을 지키지 않고 전방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한국의 미드필더만으로 수비진 앞 넓은 공간을 완벽하게 책임지기는 힘들다. 이날 결장한 기성용을 비롯해 정우영, 황인범, 주세종을 어떻게 조합해도 충분한 커버 범위가 확보되지 않았다. 미드필드에 종종 구멍이 발생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김민재가 올라가 수비할 때 상대 공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구자철은 공수전환이 자주 일어나고 템포가 빠른 경기에 더 어울린다는 점이 여전했다. 구자철은 후반 18분 가장 먼저 교체됐지만 그 전까지 슛을 3개 날렸고 모두 위협적이었다. 문전에서 공을 받은 뒤 홍철에게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는 패스도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공을 오래 다루는 습관 때문에 앞선 필리핀전에서는 상대 수비의 접근을 허용해 공을 빼앗기거나 겨우 파울을 얻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반면 키르기스스탄전은 공수 전환 속도가 빨랐고, 구자철은 혼전 중 공을 잡아 재빨리 슛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비록 코너킥으로 한 골을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세트피스 전술은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코너킥이 너무 짧아 허무하게 무산되는 장면이 연거푸 나왔다. 약속에 따라 황인범의 코너킥 숏 패스, 홍철의 땅볼 크로스, 김민재의 힐 패스로 이어지는 팀 플레이가 한 번 연결됐지만 슛을 맡은 선수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황의조는 문전에서 왼쪽보다 오른쪽을 더 선호한다는 점도 이날의 무득점에서 확인된 특징이다. 오른발잡이 공격수들은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곳에서 감아차는 슛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황의조는 골문이 좁아 보이더라도 오른발로 강슛을 날려 구석을 찌르는 것이 특기다. 이날 황의조는 주로 왼쪽으로 움직였다. 문전 왼쪽에서 슛 4회, 문전 중앙에서 슛 2회를 시도했다. 모두 위협적이긴 했지만 골은 없었다. 왼발로 슛하는 걸 어색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앞선 필리핀전에서는 문전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골을 넣은 바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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