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모든 토너먼트 대회에서 가장 큰 적은 부상이다. 한국은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앞두고 부상의 아찔함을 미리 체험했다.

1일(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이날 파격적인 전술을 시험했다. 가장 특이했던 건 황희찬의 왼쪽 윙백 기용이었다. 3-4-2-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왼쪽 윙백 황희찬은 본업이 공격수인 선수답게 수비 가담을 줄이고, 오른쪽 윙백 이용이 더 수비적으로 움직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플랜 B를 시험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왼쪽 윙백들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실험의 성격도 있었다. 한국은 아시안컵 본선 멤버 중 레프트백으로 홍철과 김진수를 선발했다. 이들 중 홍철은 UAE로 갈 때부터 목발을 짚은 상태였다. 대회 첫 경기가 열리는 7일까지 경기 컨디션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본선 멤버에 합류시켰으나 사우디전에서는 라인업에서 배제됐다. 김진수는 장기 부상에서 회복된 지 약 2개월에 불과했고, 경기 전 훈련부터 컨디션 난조로 결장이 예고된 상태였다.

벤투 감독은 홍철, 김진수가 빠진 상태에서 이들을 대체할 만한 레프트백이 없었다. 억지로 포백을 유지하느니 전술적으로 왼쪽 윙백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황희찬을 배치하는 변칙 전략을 시험했다. 그러나 변형 스리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수비 커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술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벤투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중 다양한 스위치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를 대거 선발했을 뿐 완전한 멀티 플레이어를 대거 뽑은 건 아니었다. 특히 왼쪽 풀백은 부상자가 포함됐지만 ‘제3의 옵션’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왼쪽 풀백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한국을 괴롭힌 포지션이다. 한국은 주전으로 간주했던 김진수가 일찌감치 부상을 당하자 박주호로 이 자리를 대체했으나, 박주호마저 대회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레프트백 1, 2옵션이 모두 이탈하자 김민우와 홍철이 이 자리를 번갈아 맡았다.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와 김민우를 포함해 레프트백을 3명 선발했던 것이 당시 ‘신의 한수’였다. 

경기 중 황의조가 허벅지를 붙잡고 쓰러진 순간은 가장 큰 위기였다. 황의조는 곧 일어났으나 잠시 후 지동원과 교체됐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로 지목된다. 사우디전은 대회 개막을 7일(현지 기준) 남기고 열린 평가전이다. 부상을 당하면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다. 선수 보호가 최우선이었다.

벤투 감독은 사우디전에서 전력 약화를 감수해가며 컨디션 나쁜 선수를 아끼는 데 신경 썼다. 남은 일주일 동안 전술 완성도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7일 필리핀전을 시작으로 키르키스스탄, 중국과 조별리그 C조 경기를 갖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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