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이승우와 잠파올로 파치니가 함께 뛰면서 엘라스베로나 공격은 한층 강력한 보여주고 있다. 파치니의 연속골, 이승우의 시즌 첫 골이 나오면서 한층 위협적인 공격이 가능해졌다.

3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포자에 위치한 스타디오 코뮤날레 피노 차케리아에서 이탈리아세리에B 18라운드를 가진 베로나가 포자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베로나 입장에서 하위권 팀인 포자와 무승부에 그친 건 아쉬운 결과였다. 베로나는 한 계단 떨어져 4위가 됐다.

긍정적인 건 공격 조합이다. 전반 15분 파치니, 전반 44분 이승우의 골이 나왔다. 이승우는 파치니의 선제골에도 기여했다. 문전에서 침투 패스를 받은 이승우가 트래핑을 깔끔하게 하지 못했음에도 끈기 있게 위협적인 슛을 날렸다. 이 공을 안드리어스 노페어트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했고, 잠파올로 파치니가 재빨리 득점했다.

이승우의 시즌 첫 골은 멋진 슈팅 기술에서 나왔다. 유레 발코베치의 크로스를 노페어트 골키퍼가 겨우 쳐냈으나 멀리 가지 못한 공을 이승우가 시저스킥으로 마무리했다. 공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재빨리 몸을 날리며 한 박자 빠르게 마무리한 결정력이 돋보였다.

이승우가 베로나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꾸준한 연계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여는 것과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발휘하는 득점력이다. 이승우는 이 경기까지 6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면서 주전 자리를 굳혀가고 있으나 그동안 득점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이날은 두 가지 장점을 모두 발휘했다.

공격 파트너 파치니와 보여주는 조합도 긍정적이었다. 파치니는 2016/2017시즌 세리에B 득점왕이었고, 이에 앞서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활약한 스타 공격수다. 34세 노장이지만 여전히 연계 플레이와 결정력은 살아 있다. 포자전 득점까지 8골을 넣으며 베로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승우와 파치니가 함께 뛴 지난 28일 시타델라전에서 베로나는 4-0 대승을 거뒀다. 당시 파치니는 해트트릭했고, 이승우는 공격 전개를 매끄럽게 만들면서 득점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바 있다. 베로나는 두 경기 연속 2득점 이상을 올리면서 이승우, 파치니 조합에서 가능성을 봤다.

파치니는 체격이 크지 않지만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포스트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정통 공격수다. 이탈리아식 역할 구분으로 전형적인 ‘프리마 푼타’에 해당한다. 이승우가 좋아하는 원터치 패스로 연계 플레이가 이어질 때, 이승우의 패스가 약간 투박하더라도 파치니가 잘 잡아 공격 흐름을 살려내는 장면이 보였다. 상대 문전에서 서로에 대한 수비 견제를 줄여주며 공생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베로나의 발목을 잡았다. 베로나는 약체를 상대로 두 번 리드를 잡았으나 번번이 동점골을 내줬다. 전반 30분 파비오 마체오에게 내준 첫 실점은 평범한 땅볼 크로스를 베로나 수비수들이 걷어내지 못해 나왔다. 후반 29분에는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이 포자의 재빠른 연계 플레이에 이어 알베르토 게르보의 골로 이어졌다.

베로나는 후반 막판 경기 흐름을 포자에 완전히 내주고 수세에 몰렸다. 이때 이승우의 경기력은 저하됐다. 수비가담을 많이 해야 하고, 빌드업을 후방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은 이승우의 장점을 살리는데 적합하지 않았다. 이승우의 수비가 느슨해 상대에게 크로스를 허용하는 장면, 이승우의 백패스가 상대 득점 기회로 이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윙어의 수비력을 많이 요구하는 이탈리아 무대에서 향상시킬 필요가 있는 능력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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