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과 황의조를 모두 가진 한국은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가장 공격이 강력한 팀이다. 그러나 두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은 조금 겹친다.

한국은 현재 UAE 현지에서 훈련 중이다. 1월 1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갖는 마지막 평가전을 통해 본선을 준비한다. 대회 개막은 6일이며, 한국은 7일 필리핀과 C조 첫 경기를 갖는다. 이후 키르키스스탄, 중국을 차례로 상대한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홋스퍼와 대한축구협회의 합의에 따라 뒤늦게 합류, 조별리그 3차전부터 출전 가능하다.

손흥민과 황의조 모두 완벽한 2018년을 보냈고, 연말로 갈수록 물이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는 각각 유럽 무대와 아시아 무대에서 가장 막강한 활약을 한 득점원이다. 둘을 동시에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다. 특히 황의조의 활약상이 올해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 좋았고, 손흥민이 12월에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최고 선수를 경쟁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는 건 모두 긍정적이다.

전술적 조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셈법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두 선수의 경기력이 급상승한 비결이 비슷하고, 소속팀에서 맡는 역할 역시 비슷하기 때문이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큰 틀에서 비슷한 선수로 인식돼 왔다. 왼쪽 측면과 중앙 공격수를 모두 맡을 수 있고, 주로 왼쪽에서 중앙으로 진입하며 득점하는 플레이가 특기다. 손흥민이 윙어, 황의조가 스트라이커를 맡는다면 쉽게 조화를 이룰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 스타일을 감안하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올해 황의조가 맹활약한 전술적인 비결은 2선 플레이 비중을 줄이고 위치를 완전히 최전방으로 바꾼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공격수 중에서도 득점만 노리는 '정통 공격수' 역할을 황의조에게 주문했다. 2선으로 자주 내려가 미드필더처럼 뛰는 빈도를 줄이고, 최전방에만 머물러 있으면서 늘 상대 센터백들과 눈치 싸움을 벌이라고 했다. 황의조의 2선 플레이 능력을 포기한 대신 득점력을 극대화한 선택이었다.

손흥민이 좋은 플레이를 할 때의 모습 역시 황의조와 비슷하다. 손흥민은 지난해 말부터 토트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종종 기용됐다. 탁월한 스피드로 상대 수비의 배후 공간을 마음껏 파고들 수 있는 공격수 역할이 윙어보다 더 어울렸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비롯해 A대표팀에서 맹활약할 때 역할 역시 윙어가 아닌 중앙 공격수였다. 윙어든 공격수든 2선 플레이 비중을 줄이고 상대 수비의 배후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가장 어울렸다.

즉 두 선수 모두 최전방에서 뛸 때 역량이 극대화된다는 점이 비슷했다. 이때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돕는 건 투톱 파트너 해리 케인이 2선으로 내려가 공을 받은 다음 쇄도하는 손흥민에게 건네주는 스루 패스다. 손흥민이 스피드, 케인이 힘과 포스트 플레이를 맡는 고전적 투톱 구성이다. 황의조 역시 2선으로 내려가기보다 스스로 수비 배후로 침투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둘의 역할이 겹칠 수 있다.

황의조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내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간격을 벌리고 상대 센터백들이 올라오기 힘들게 만들면 동료들이 활동할 공간이 생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황의조가 있는 한 한국의 상대팀들은 수비 배후 공간을 잘 만들지 않게 된다. 황의조가 넓게 벌려 준 2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선수는 잘 어울리지만, 배후 공간을 좋아하는 손흥민은 이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부조화가 단적으로 드러난 대회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황의조가 최전방에 있는 한 손흥민은 주로 2선에서 활동해야 했다. 그러나 공을 잡은 시간이 길어지고 플레이메이킹에 대한 부담이 생길수록 손흥민의 장점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은 개인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성실한 팀 플레이로 우승에 공헌하는 수준에 그쳤다. 손흥민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뛰며 우승에 기여했지만, 손흥민의 공격력은 낭비된 대회에 가까웠다.

두 선수의 호흡과 화학작용을 극대화한다면 최근 역할이 겹치더라도 서로 역할 조율을 할 수 있다. 토트넘의 공격 4인방 중 손흥민뿐 아니라 델리 알리 역시 전방 침투를 즐기지만, 손흥민과 적절하게 역할을 나누며 좋은 조합을 보인다. 손흥민이 측면으로 나가면 알리가 전방으로 침투하고, 알리가 2선에서 패스를 뿌리면 손흥민이 다시 전방으로 침투하는 등 서로 특징을 살린 조화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런 조화는 공격 4인방이 세 시즌 째 호흡을 맞추고 있기에 가능했다.

대표팀에서도 황의조, 손흥민 모두 2선 플레이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만큼 섬세한 역할 조정을 통해 조화를 이룰 가능성은 충분하다. 황의조는 지난 11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 평가전에서 자주 하프라인으로 내려가 공의 순환을 돕는 모습도 보였다.

문제는 벤투 감독의 전술 아래서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빠르게 두 선수의 역할을 미세 조정하고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의 여부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춘 건 9월, 10월 두 차례 친선경기를 위해 소집됐던 기간이 전부다. 아시안컵을 앞둔 전지훈련은 손흥민 없이 진행 중이다.

손흥민과 황의조의 동선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묘안을 짜낸다면, 한국의 득점력은 아시아 국가 수비진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질 잠재력이 있다. 팀 플레이 능력이 좋은 이재성, 지동원, 이청용 등을 근처에 배치해 두 선수를 동시에 살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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