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아시아 국적이지만 감독은 유럽,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왔다. 왕년의 명장들이 기존 어느 대회보다 많이 참가하면서,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은 감독들의 올스타전이 됐다.

24개 참가팀 중 자국 감독을 기용한 나라가 호주, 북한, 일본, 투르크메니스탄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우승후보인 호주, 일본이 오랜 외국인 감독 시기를 지나 자국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줬다는 점이 특이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나머지 20팀은 외국에서 감독을 수혈했고 그중에는 세계적인 명장이 여럿 포함돼 있다.

경력으로 볼 때 가장 화려한 감독은 마르셀로 리피(중국), 스벤-외란 에릭손(필리핀), 엑토르 쿠페르(우즈베키스탄) 감독 등이다. 세 감독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탈리아세리에A가 전성기를 누릴 때 지도자로 함께 활약했다.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를 ‘2006 독일월드컵’ 우승으로 이끌며 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명장이다. 프로 감독으로서 유벤투스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회, 세리에A 5회 우승 등 전성기로 이끌었던 경력도 있다. 아시아 무대로 넘어온 뒤 광저우헝다를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시킴으로써 두 대륙을 제패했다. 2016년부터 중국 지휘봉을 잡고 있다.

스웨덴 출신 에릭손 감독은 벤피카, 로마, 라치오 등 다양한 프로팀을 이끌고 트로피를 따내 유명해졌다. 잉글랜드와 멕시코 대표팀도 지휘한 명장이다. 2013년부터 중국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경력이 하향세로 접어든 올해 10월 필리핀 지휘봉을 잡았다. 한때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명장이었던 쿠페르 감독은 유럽에서 발렌시아, 인테르밀란 등을 지휘했다. 이집트 대표팀을 약 3년간 이끈 뒤 올해 8월부터 우즈벡으로 직장을 옮겼다.

개최국 UAE는 아시안컵에서 이변을 일으키기 위해 최적화된 감독으로 알베르토 자케로니(아랍에미리트)를 선임했다. 2011년 대회에서 일본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했던 감독이다. 위의 세 명장보다는 뒤떨어지는 경력이지만, 1998/1999시즌 AC밀란을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어 최우수 감독상도 받았던 왕년의 명장이다. 2010년 이후 일본, 베이징궈안을 거쳐 2017년 UAE를 맡으면서 아시아 무대를 폭넓게 경험했다.

후안 안토니오 피치(사우디아라비아) 감독 역시 대륙컵 우승 경험이 있다. 칠레를 ‘2016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밖에도 아르헨티나 1부 리그 우승 경험, 스페인 구단 비야레알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호평 받은 경험이 있는 뛰어난 지도자다.

아시아 축구계에 큰 족적을 넘긴 거스 히딩크(현 중국 U-23 감독)의 흔적을 아직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과 호주를 지휘하며 AFC 국가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히딩크 감독의 흔적은 박항서(베트남) 감독, 핌 베어벡(오만) 감독에게서 찾을 수 있다. 두 명 모두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인물들이다. 특히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최강 반열에 올려놓은 박 감독의 아시안컵 도전은 이번 대회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파울루 벤투(한국)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이란) 감독 모두 포르투갈 출신이다. 두 감독 모두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있는 유명 지도자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을 ‘유로 2012’ 4강으로 이끌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포르투갈 청소년 대표팀, A대표팀, 레알마드리드 등을 감독하며 명성을 쌓은 뒤 2011년 이란에 부임해 현재까지 아시아 무대 최고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축구계 주류에서 활약한 적은 없지만, 밀로반 라예바치(태국) 감독은 가나, 카타르, 알제리 등 아프리카 국가를 이끌고 뛰어난 성과를 냈던 ‘변방의 명장’이다.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 있는 카타르는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 펠릭스 산체스 바스 감독이 이끈다. 카타르 축구가 바르셀로나와 인연을 맺고 벤치마킹을 시작한 2006년 유소년 양성 기관인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의 지도자로 부임, 연령별 대표를 차례로 밟아 지난해부터 A대표팀을 이끌었다. 카타르 U-19 팀의 2014년 AFC 챔피언십 우승 당시 감독이기도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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