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B조는 조 추첨 직후 ‘죽음의 조’라는 별칭을 얻었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포르투갈은 모두 6월 FIFA랭킹 기준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팀들이다. 이들이 펼치는 여섯 경기는 그야말로 죽음의 게임, 사망유희다.

※ 매치업: 독일(FIFA랭킹 3위, A조 1위)vs포르투갈(FIFA랭킹 10위, H조 2위)
독일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스페인이 공수에 결정적 타격이 있는 반면 독일은 지난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성공한 세대교체가 지난 2년 간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평이다. 외질, 뮐러, 괴체, 케디라, 훔멜스, 바드슈트버, 보아텡 등은 영건을 넘어 각 팀의 에이스들로 올라섰다. 람, 슈바인슈타이거, 클로제, 메르테사커 등은 수 차례 큰 대회를 치르며 쌓은 경험을 보충해주고 있다. 유로 2008 준우승의 한을 풀고 유로1996 이후 16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에 성공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포르투갈은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워 죽음의 조를 빠져나가려고 한다. 예선에서 덴마크의 조직력과 수비에 밀려 2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왔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한수 위의 독일과 네덜란드, 그리고 자신들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던 덴마크였다. 호날두와 나니 양 날개와 메이렐레스, 무팅요 등이 2선에서 버티는 공격력은 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예선에서 들쭉날쭉했던 수비. 또한 큰 대회에선 기대치만큼 해주지 못했던 주장 호날두가 이번만큼은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줄 지도 관심사다.

※ 관전포인트: 레알 마드리드의 동료들, 적이 되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밀어내고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왕의 귀환을 알렸다. 그 중심에는 호날두와 외질이 있었다. 둘은 그라운드 위에서 절묘한 하모니를 내며 서로를 빛나게 했다. 그런 레알 마드리드의 두 기둥이 적으로 만나게 된 것. 독일에는 또 한명의 마드리스타 케디라가 있다. 포르투갈도 센터백에 페페가, 또 지난 여름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한 코엔트랑이 측면 수비를 맡고 있다.

※ 출사표
요아힘 뢰브(독일 감독): “긴 시간 준비를 해왔다. 매우 어려운 조에 속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세계 최고임을 증명할 것이다. 우리는 조별리그에서 10전 전승을 기록했고 세 차례의 유럽선수권 우승 경험이 있다. 독일이 최고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독일을 상대로 아주 적은 찬스가 나올 것이다. 그때를 잡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공을 차지하며 상대가 공격할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 발 부상이 있는 나니는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출전이 가능하다."

※ 풋볼리스트의 예감
독일 3-1 포르투갈

※ 매치업: 네덜란드(FIFA랭킹 4위, E조 1위)vs덴마크(FIFA랭킹 9위, H조 1위)
이웃 국가인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효율적인 나라로 유명하다. 땅도 크지 않고 인구도 많지 않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뚫고 작은 강대국으로 올라섰다. 축구에서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유소년 시스템을 강화하며 유능한 인재들을 배출했고 그들이 길러 낸 스타는 세계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세계적으로 이름값이 높은 쪽은 네덜란드다. ‘토탈사커’라는 현대 축구의 원류를 만들었고 끊이지 않는 세계적 선수의 등장으로 월드컵과 유럽선수권에서 항상 우승후보로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유럽선수권만 놓고 보면 덴마크는 네덜란드와 동급이다. 그들은 1992년 역대 최고 골키퍼 중 한명인 피터 슈마이켈을 앞세워 우승을 거뒀다. 당시 4강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네덜란드마저 격침시켰다. 양팀 모두 유럽선수권 우승 횟수는 1번이다. 4강 진출에서는 네덜란드(3회)가 덴마크(2회)보다 조금 앞서 있지만 난형난제.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선수 구성 면면만 놓고 비교하면 네덜란드의 우세가 점쳐진다. 오렌지군단에는 판 페르시, 훈텔라르, 로번, 스네이더르, 판 데르 바르트 등 무시무시한 공격력의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12년 간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장기집권 중인 모르텐 올센 감독은 화려한 팀들을 단단한 조직력으로 무너트려왔다. 비슷한 스타일의 포르투갈을 예선에서 확실히 누른 것만 봐도 그렇다.

※ 관전포인트: 아약스가 품은 에릭센, 오렌지군단에 칼을 들이밀다
덴마크는 과거 올레 마드센, 마키엘 라우드럽의 뒤를 이어 전성기를 열 또 한명의 천재를 만났다. 바로 약관의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다. 창의력과 패스, 예측 불허의 슈팅을 지녀 명문 클럽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에릭센의 현 소속팀은 아약스다. 아약스는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그를 데려와 성장시켰다. 그런 에릭센에 네덜란드를 향해 칼을 뽑았다. 현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중 한명이자 아약스 출신인 네덜란드 대표팀의 스네이더르와의 진검 승부는 에릭센에겐 거대한 도전이다.

※ 출사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네덜란드 감독): “덴마크가 언더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쉬운 상대가 아니다. 2년 전에도 덴마크는 어려운 상대였다. 그들은 그 사이 모든 것이 변하고 더 강해졌다. 네덜란드가 단결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모르텔 올센(덴마크 감독): "네덜란드는 화려한 구두다.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조차 우리보다 뛰어날 지도 모른다. 그들의 목표는 우승일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는 다르다. 우리는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고 초반부터 전력을 다한다. 그 차이를 보길 바란다."

※ 풋볼리스트의 예감
네덜란드 1-1 덴마크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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