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루이스 판할, 주제 무리뉴라는 슈퍼스타 감독들에 이어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택한 건 ‘퍼거슨의 유산’이었다. 올레구나 솔샤르 전 몰데 감독이 20일(한국시간) 맨유 감독대행으로 부임했다.

솔샤르는 맨유를 오래 지휘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르웨이 팀인 몰데의 2018시즌은 이미 끝났다. 솔샤르는 노르웨이 리그가 쉬는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맨유를 지휘한다. 솔샤르는 내년 5월 맨유를 떠나 몰데로 복귀하게 된다. 그때까지 몰데는 코치진의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솔샤르를 기다린다. 전북현대가 최강희 감독을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내줬던 기간(2012~2013)과 비슷한 형태다.

맨유는 솔샤르를 선임하며 ‘퍼거슨의 유산’으로 혼란을 잠재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솔샤르와 함께 복귀한 마이크 펠란 코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펠란 코치는 맨유 선수 출신이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맨유 코치로서 퍼거슨 전 감독을 보좌했고, 퍼거슨의 은퇴와 함께 맨유를 떠나 감독직에 도전 중이었다.

퍼거슨 재임 시절 맨유는 아무리 스타가 많아도 감독의 리더십으로 뭉치는 팀이었다. 슈퍼스타는 베컴, 호날두를 가리지 않고 감독의 영향력을 넘어서기 이전에 팀을 떠났다. 반면 퍼거슨 은퇴 이후 맨유는 단결력 측면에서 지속적인 문제를 지적 받고 있다. 맨유는 솔샤르, 펠란, 올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코치로 전향한 마이클 캐릭 코치까지 ‘퍼거슨 사단’을 통해 팀을 정비하려 한다.

2013년 당시 펠란 코치를 내보낸 건 맨유의 패착으로 꼽힌다. 퍼거슨 감독이 떠났기 때문에 점진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서는 펠란 코치라도 남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맨유에 부임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펠란 코치의 자리가 없다고 선언하며 내보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가 펠란 코치를 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복귀는 5년 늦은 조치인 셈이다.

 

선수 시절부터 ‘호감형’인 솔샤르, 카리스마는?

솔샤르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맨유에서 활약한 스타 공격수였다. 주로 교체로 뛰며 뛰어난 결정력을 발휘해 ‘동안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솔샤르는 벤치 멤버였던 기간이 퍽 긴데도 경기당 0.39골(235경기 91골)의 놀라운 통산 득점력을 기록했다.

이 사실만 보면 필리포 인차기(현 볼로냐 감독)처럼 결정력만 있는 선수로 인식하기 쉽지만, 솔샤르는 다재다능한 공격수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데이비드 베컴이 없을 경우 선발 오른쪽 윙어로 뛰기도 했고, 베컴 대신 오른발 코너킥도 찼다. 중위권 팀에서는 공격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스타일의 소유자였다. 솔샤르가 ‘슈퍼 서브’로 남은 건 재능이 애매해서가 아니라 불만 없이 그 역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솔샤르는 베컴, 앤디 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 사아 등 주전 선수의 부상이나 부진 때마다 그 역할을 대신했다. 공격 파트너가 에릭 칸토나든 웨인 루니든 가리지 않고 잘 맞춰주는 능력이 있었다.

소박한 성품으로 맨유에 헌신했기 때문에, 솔샤르는 구단 안팎에서 사랑 받는 인물이었다. 솔샤르는 경기 매너가 깔끔한 편이어서 경고가 적고, 퇴장은 당하지 않았다. EPL 통산 단 1회 퇴장을 당했는데, 상대팀 뉴캐슬의 완벽한 득점기회 상황에서 그라운드를 전속력으로 가로질러와 고의적인 반칙으로 끊은 뒤 순순히 퇴장을 인정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당시 “해야만 했어”라고 베컴에게 말하는 솔샤르의 입모양이 중계에 잡혔다. 거친 플레이나 분풀이성 플레이로 당한 퇴장은 없었다. 이런 점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요소였다.

그러나 솔샤르의 이런 성격은 감독으로서 ‘무르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몰데를 두 차례(2011~2014, 2015~2018) 카디프시티를 한 차례(2014) 지휘하면서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를 받긴 힘들었다. 솔샤르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감독에 가깝다. 솔샤르의 선수 경력은 몰데와 맨유 2군(2008~2011) 선수들이 우러러보기 충분하지만, 현재 맨유 선수들은 솔샤르처럼 소박한 감독이 쥐락펴락하기엔 너무 스타의식이 강할지도 모른다.

솔샤르의 현역 시절 동료인 대런 플레처(스토크시티)는 솔샤르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레처는 “솔샤르는 미소를 띤 암살자였고, 애정이 가는 친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라커룸에서 날카로운 말도 할 줄 알아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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