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벨기에의 모험적인 전술은 잘 작동해 왔지만, 상대가 집요하게 측면을 공략하고 들어오자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19일(한국시간) 스위스 루체른에 위치한 스위스포르 아레나에서 ‘2018/2019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리그A 2그룹 4차전을 가진 스위스가 벨기에를 5-2로 대파했다. 3연승을 달리고 있던 벨기에의 UNL 첫 패배다. 이 경기로 벨기에의 승점(9점)을 따라잡은 스위스가 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쳤고, 벨기에는 조 2위로 떨어졌다.

이로써 네이션스리그의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격의 ‘네이션스리그 파이널스’에는 스위스가 진출했다. 현재까지 스위스, 포르투갈, 잉글랜드 3팀의 파이널스 진출이 확정됐다. 1그룹만 프랑스, 네덜란드 중 어느 팀이 진출할지 미정인 상태다.

벨기에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뒀던 파격적 3-4-2-1 포메이션을 다시 시도했다. 좌우 윙백 중 왼쪽에 측면 수비수가 아니라 윙어에 가까운 나세르 샤들리를 배치해 왼쪽 공격력을 살리는 전략이다. 윙백들이 전술적으로 큰 부담을 받으며 뛴 반면, 전술적으로 배려를 받는 2선에 에덴 아자르, 토르강 아자르 형제를 동시에 기용했다. 이 선택은 전반 17분까지 토르강 아자르가 2골을 몰아치며 성공으로 귀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벨기에의 왼쪽 수비 문제는 곧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위스가 5골을 득점했는데, 다섯 골 모두 오른쪽에서 득점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 중 전형적인 측면 공격 상황만 따로 추려도 3골이었다.

스위스가 오른쪽 측면 공격의 전문가를 기용한 건 아니었다. 스위스의 오른쪽 미드필더를 맡은 에드미우손 페르난데스는 원래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고, 수비적인 선수다. 대신 스위스는 4-4-1-1 포메이션을 쓰면서 공격형 미드필더 제르당 샤치리가 오른쪽으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오른쪽 공격에 가담하는 인원이 3명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벨기에는 수비력이 부족한 샤들리, 왼쪽 중앙 수비수인 데드릭 보야타만으로 측면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기량을 떠나 측면 수비의 인원이 부족했다.

벨기에의 왼쪽 수비가 붕괴되면 연쇄적으로 수비진 전체가 흐트러졌다. 보야타가 측면 수비를 메워주기 위해 측면으로 이동하면 나머지 수비수인 뱅상 콩파니,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유연한 움직임으로 중앙 수비를 메워줘야 했다. 그러나 스위스 공격 앞에서 허둥거리기만 했다.

스위스는 전반 26분 페르난데스와 오른쪽 풀백 케빈 음바부의 호흡으로 측면을 뚫은 뒤, 음바부가 문전까지 침투해 얻어낸 페널티킥을 리카르도 로드리게스가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31분 왼쪽 윙백 로드리게스의 롱 패스를 샤치리가 머리로 떨어뜨린 뒤 세페로비치가 노마크 상태에서 가볍게 밀어넣었다. 전반 44분 측면 공격이 완벽하게 성공했고, 페르난데스의 땅볼 크로스를 세페로비치가 노마크 상태에서 밀어 넣었다. 후반 17분에는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샤치리가 올린 크로스를 니코 엘베디가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후반 39분 샤치리가 수비수 두 명을 유인한 뒤 절묘한 힐 패스를 했고, 음바부의 정확한 크로스를 받아 세페로비치가 헤딩슛을 성공시켰다. 세페로비치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강력한 측면 공격의 수혜자는 음바부였다. 음바부는 페널티킥을 하나 얻어내고 어시스트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했다. 음바부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18세 때인 2013년 뉴캐슬로 이적했던 선수다. 그러나 뉴캐슬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하다, 지난 2016년 임대 후 완전 이적 과정을 거쳐 스위스 명문 영보이스로 팀을 옮겼다. 이후 안정적으로 프로 경력을 쌓았다. 스위스 대표팀은 이번 네이션스리그 과정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다. 벨기에전 도움은 음바부가 A매치 두 번째 경기에서 올린 첫 공격 포인트다.

스위스 속공의 마무리를 맡은 세페로비치는 7차례나 슛 기회를 잡았고, 그중 3개를 성공시키며 훌륭한 결정력을 발휘했다. 세페로비치는 소속팀 벤피카에서 초반 5경기 3골을 넣었고, 네이션스리그에서는 그 이상인 4경기 5골을 터뜨리며 최근 뛰어난 결정력을 발휘하고 있다. 팀 플레이 능력은 준수하지만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세페로비치가 이번 2018/2019시즌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이 결정력이 내년 6월 열릴 파이널스까지 이어진다면 스위스는 초대 대회 결승 진출을 노릴 만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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