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J리그는 활황이다. 2017년, J1리그부터 J3리그에 속한 총 54개 클럽의 매출은 1,106억 엔(한화 약 1조 1,129억 7,000만 원)이다. 장사가 잘 되고 팬들이 많기에 구단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전용구장을 건설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한때 거품이 빠지며 고전했던 J리그는 어떻게 중계권을 2조 1천억 원(10년)에 팔았고, 또 어떻게 지역밀착을 통한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렸을까? 과연 J리그 수뇌부와 그 파트너들은 어떤 계획을 실행해 왔으며, 향후에는 어떤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풋볼리스트'는 수많은 질문을 들고 간토와 간사이로 향했다. <편집자주>

축구 전용구장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용구장 효과를 관중 증대로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건설 과정에서 팬들이 참여하면 그만큼 충성도 높은 팬을 유치할 수 있다.

감바오사카는 약 2년에 걸친 준공 끝에 2016년부터 시립 스이타 축구 경기장을 쓰고 있다. 수용 인원 약 4만 명, 최신식 시설을 두루 갖춰 연고지 스이타 시(市)의 새로운 명물이 된 장소다. 이토 신지 감바 영업부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구장을 신축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리했다. 감바의 전신 마츠시다 전기 축구부 스태프 출신인 이토 씨는 구단 경영과 축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 구장의 의미를 설명해 줬다.

 

라이벌의 경기장을 빌려쓴 뒤 신축을 결심했다

감바는 인기 구단에 속하지만, 노후한 구장에 발목을 잡혀 왔다. 옛 홈 구장은 1972년에 지어진 EXPO`70 스타디움이었다. 감바는 2008년 코파 수다메리카나(남미의 유로파리그격 대회) 우승팀을 초청해 벌이는 친선대회 ‘스루가 은행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아르헨티나의 아르세날이 오사카로 날아오면서 “엘리베이터와 VIP석을 잘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EXPO`70 스타디움은 VIP석이 부족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구장이었다. 결국 라이벌인 세레소오사카의 나가이 스타디움을 빌려서 경기해야 했다. 이때의 기분 나쁜 경험이 구장 신축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2년 뒤 신축 본부가 본격적으로 발족했다.

예전 같으면 지자체에서 종합경기장을 지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다. 일본의 전국체전은 47개 현을 돌아가며 열린다. 그때마다 각 현마다 종합 구장을 짓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일본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복지 예산이 올라갔고, 각 지자체는 구장 신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감바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사카에 새 구장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결국 전용구장 신축이 답이었다. 예산은 약 140억 엔(약 1,400억 원)이었다.

건설비의 대부분을 모금으로 충당했다. 홈 관중뿐 아니라 원정 팬들도 경기장에 비치된 모금함에 소정의 액수를 기부했다. 감바가 2014년 3관왕을 달성했는데, 우승이 줄줄이 확정되던 열흘 만에 2억 엔(약 20억 원)이 모였다.

 

공사비 모금, “이런 사례는 우리가 처음”인 이유

그러나 모금이라는 표현만 보고 미담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감바 팬들이 십시일반 낸 돈으로 거대한 공사비를 충당할 순 없다. 공사비의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법인 모금으로 해결했다. 그 중에는 모기업 파나소닉의 기부금 비중이 가장 컸다. 법인 모금액이 약 99억 5천만 엔(약 995억 원), 개인 모금액이 약 6억 2천만 엔(약 62억 원)이었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 등 각 단체에서 받은 보조금이 35억 엔(약 350억 원) 정도였다.

구단 건설비를 모금으로 충당한 건 절묘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어차피 기업이나 개인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기부를 하게 된다. 감바는 기부의 대상을 자신들에게도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런 사례는 우리가 처음”이라는 말처럼 새로운 발상이었다.

특히 일본의 특이한 세금 제도인 후루사토(고향) 납세 제도를 잘 활용했다. 후루사토 납세는 자신의 고향이나 돕고 싶은 지역에 기부를 하면, 그 중 2,000엔(약 2만 원)을 제외한 금액만큼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다. 지자체에서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주기도 한다. 도쿄에 사는 사람이 고향에 납세를 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지역간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제도로 평가 받는다. 감바는 이 제도를 통한 기부금 중 일부를 구단 건설비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연고지뿐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기부금을 끌어들인 것이다. 즉 기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했다는 말은, 일본의 다양한 제도를 현명하게 이용해 공적 자금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축구팬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기업들의 기부금까지 구장 건설비로 끌어들였다는 건, 구장 건설이 일종의 공익사업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연고지인 스이타 지역 시민들을 위한 지역 전체의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대신 구장이 완성되면 스이타 시에 기부체납할 것을 약속하고, 건설 주체도 감바 구단이 아니라 ‘경기장 건설 모금 단체’라는 임시 단체를 설립해 맡겼다. 이토 씨는 각종 기부금을 구장 건립비로 끌어들인 것에 대해 “지자체, 중앙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성사시켰다. 원래 구장 건립은 기부금 제도에 포함되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양해를 받고 임시 기부금 대상 사업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약간의 정치력도 발휘된 대목이었다.

J리그가 시민들의 삶에 뿌리내리고 있기에,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경기장 건설에 적극 협조한다. 공익성은 감바뿐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 구장 신축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무라이 미츠루 J리그 의장은 "새로운 스타디움 건설은 25년간 이어진 연고지 지역밀착의 성과물이다. 54개 클럽 중 2개 클럽의 경기장만을 기업이 가지고 있다. 연고지가 만든 경기장은 세금이 투자된 것이다. 각 팀의 가치가 세금을 투자할 정도로 가치 있다고 인정 받은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축구장은 시민들이 모이는 대표적 장소다. 무라이 의장은 "가시마앤틀러스는 경기장 안에 병원을 만들었다. 매일 지역 주민들 200명 정도가 이 병원을 찾는다. 가와사키프론탈레는 장애인을 모시고 경기장 잔디 보수나 청소를 한다. 장애인 직업 지원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축구 경기장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관중 급증, 신축 효과 극대화

감바의 시즌 관중은 2015년 경기당 약 16,000명이었으나 2016년부터 약 25,000명 수준으로 크게 향상됐다. 증가폭이 경기당 약 9,000명이고 비율로 따지면 50% 이상이다. 목표를 달성했다. 새 경기장이 더 많은 관중을 부를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건설비 모금의 진정한 효과는 공사비 충당이 아니라, 팬들이 구장을 더 친밀하게 느끼도록 만든 것이었다. 건설비에 내 돈이 들어갔으므로 일종의 주인의식이 생긴 셈이다. 감바 선수인 황의조는 “경기장이 자기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경기장에 찾아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구장을 스이타 지역의 새로운 명물로 인식하게 만든 이미지 메이킹 역시 효과적이었다. 이토 씨는 “어쨌든 새로운 구장에 한 번은 오게 된다. 감바는 축구만 보는 곳이 아니다. 구장 건물이 멋지고, 각종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식음료의 질, 관중에게 서비스하는 스태프도 신경써야 한다. 축구만을 위한 경기장이면서 축구와 관련된 즐거움을 다양하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신기술이 적용돼 있다. 첫 번째는 태양관 판넬이다. 지붕 4면 중 북향을 제외한 3면에 설치돼 있으며, 연간 1,600만 엔(약 1억 6천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수익은 크지 않지만 친환경 시설이라는 의의가 있다. 자가발전 능력은 경기장이 지진 대피소로 쓰일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친환경 설비를 갖추고 대피 시설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국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신기술의 두 번째 맥락은 감바의 모기업인 파나소닉이다. 경기장의 대형 전광판 등 파나소닉의 기술력이 많이 쓰였다. 파나소닉의 55인치 TV 250대가 구장 곳곳에 설치돼, 휴대전화를 활용하면 경기 데이터 등을 쉽게 내려 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입장권과 경기장 전용 직불카드를 소형화해 손목 밴드 형태로 출시하는 기술을 올해 최종전에서 시험 가동하기로 했다. 얼굴 인식으로 입장권의 주인이 맞는지 판별하는 기술도 추진 중이다.

 

A매치, 콘서트 등 활용도 높여나갈 것

스이타 경기장은 지난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의 2개 구장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그 시설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아시아 대표로 참가한 전북현대가 두 경기를 모두 치렀던 곳이다. 감바 구단은 일본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2020 도쿄올림픽’의 축구 경기를 유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으나 삿포로, 센다이, 가시마 등 다른 지역에 밀려 제외됐다.

축구만 해야 한다는 고집은 없다. 이토 부장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는 축구만을 위해 만든 유럽형 경기장이다. 그러나 감바만을 위해 쓴다면 365일 중 60일, 즉 가동률이 6분의 1에 불과하다. A매치 등 더 큰 대회 경기도 유치할 수 있는 구장이다. 활용도를 높일 것이다. 앞으로 콘서트 등 대형 이벤트를 많이 유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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