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는 한국 수비라인의 현재이자 미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에 적응해 완전한 주전으로 자리잡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한국 대표팀 24명은 호주로 향했다.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하는 친선경기 2연전을 준비 중이다. 공격의 손흥민, 중원의 기성용과 이재성, 수비의 장현수(영구제명) 등 포지션 별 핵심선수가 골고루 빠졌기 때문에 큰 폭의 실험이 예상된다.

공격과 미드필드가 ‘플랜 B’를 마련하는 중이라면, 수비는 아예 새 판을 짜야 한다. 벤투 감독은 전술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자신의 복잡한 지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센터백을 선호해 왔다. 다양한 전술을 경험했고 다양한 능력을 겸비한 김영권, 장현수를 중용했다. 그러나 장현수는 축구장 바깥의 문제로 대표팀에서 제명됐다. 대체자가 필요하다.

김민재는 두말 할 것 없는 대표팀 주전 후보 1순위다. 나이는 22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현재 기량은 국내 센터백 중 최고로 평가 받는다. 유럽으로 진출한 센터백이 없고 중국파 중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권경원 한 명뿐인 상황이다. 김민재는 K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하는 센터백이다. 신장이 189cm로 대표팀 수비수 중 가장 큰데다 체중은 88kg로 더 압도적으로 크다. 그런데도 상체, 하체 근력이 모두 탁월해 그 큰 덩치를 잘 조절하며 상대 수비수와의 주력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축복받은 신체의 소유자다.

김민재는 빌드업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공을 잘 다루기 때문에 백패스를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눈앞에 수비수가 없다면 뛰어난 주력을 활용해 기습적으로 드리블 전진을 감행하곤 한다. 롱 패스도 준수한데다 앞으로 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수비진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도 맡았다.

김민재의 숙제는 전북현대와 대표팀의 전술이 딴판이라 이 차이에 적응하는 것이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수비수들에게 모험적인 수비 방식을 주문한다. 중앙 수비수가 앞으로 전진하며 상대의 패스를 미리 끊고, 상대 공격수가 공격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미리 견제하라는 주문을 한다.

이에 따라 김민재는 전진하면서 수비하는 습관이 들었다. 상대가 공격 전개를 할 때, 김민재 등 전북 센터백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기보다 일단 따라가서 견제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대인마크가 자주 벌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커맨더형’ 센터백과 ‘파이터형’ 센터백을 나누는 것도 아니다. 전북 포백 네 명은 하나같이 전진 수비를 주문받는다. 동료가 위험한 배후 공간을 남겨뒀을 경우 자율적으로 이 공간을 커버한다.

반면 벤투 감독은 상황에 따라 정해진 포지션을 정확하게 지키라고 주문하는 편이다. 빌드업을 할 때, 상대가 공격해올 때, 공이 측면에 있을 때와 중앙에 있을 때 등등 각 상황에 따른 한국의 포진이 정해져 있다.

김민재가 지난 10월 16일 파나마를 상대로 선발로 출장했을 때 종종 불협화음을 낸 것도 전술적 적응 문제 때문이었다. 김민재는 전북에서처럼 앞으로 나가며 수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탁월한 신체 능력으로 파나마 공격수들을 제압하며 감탄을 이끌어 낸 장면이 있는 반면, 수비 라인의 포진을 깨는 장면도 있었다.

김민재는 축구 선수로서 신체적, 기술적 잠재력을 고루 갖췄다. 다만 성인 선수가 된 뒤 경험한 축구가 전북의 ‘일단 전진하고 보는 수비’ 뿐이었기 때문에 전술적 경험이 부족하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주전 센터백이 될 1순위 후보는 김민재다. 김영권의 파트너로서 김민재가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수비력은 달라질 수 있다. 호주에서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김민재의 경쟁자들은 만만치 않다. 이번 시즌 중국 축구가 경기당 외국인 선수를 3명까지만 출장시킬 수 있게 했는데도 주전 자리를 유지한 권경원, 가시마앤틀러스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일조한 정승현, 경남FC와 K리그 돌풍을 만들어 낸 박지수가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들 중 왼발잡이인 권경원이 김영권의 경쟁자 겸 대체자라고 본다해도 김민재는 3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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