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J리그는 활황이다. 2017년, J1리그부터 J3리그에 속한 총 54개 클럽의 매출은 1,106억 엔(한화 약 1조 1,129억 7,000만 원)이다. 장사가 잘 되고 팬들이 많기에 구단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전용구장을 건설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한때 거품이 빠지며 고전했던 J리그는 어떻게 중계권을 2조 1천억 원(10년)에 팔았고, 또 어떻게 지역밀착을 통한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렸을까? 과연 J리그 수뇌부와 그 파트너들은 어떤 계획을 실행해 왔으며, 향후에는 어떤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풋볼리스트'는 수많은 질문을 들고 간토와 간사이로 향했다. <편집자주>

성적을 내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그 리그가 산업이라고 불릴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다. J리그는 우승 상금뿐 아니라 4위까지 지급되는 성적별 ‘이념강화 배분금’을 노리고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DAZN의 인터넷 중계가 도입된 뒤 J리그는 전에없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호황을 맞은 구단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세레소오사카를 찾았다. 다마다 미노루 사장은 축구계 경험과 모기업 얀마 경력을 두루 거친 뒤 지난 2015년부터 세레소를 경영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11월 2일 오사카 시내의 홈 구장 안에 위치한 사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구단 입장에서 DAZN과의 중계권 계약은 어떤 의미인가?

구단의 수입이 얼마나 늘었는지 설명하겠다. 10년간 2,100억 엔은 쉽게 말해 매년 210억 엔(약 2,100억 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초반 3년 동안 연간 135억 엔(약 1350억 원)이 책정되며 그중 116억 엔(약 1160억 원)이 각 구단에 배분된다. J1의 경우 각 구단에 똑같이 주어지는 액수가 기존에 연간 1억 8천만 엔(약 18억 원)에서 DAZN 계약 이후 연간 3억 5천만 엔(약 35억 원)으로 늘어났다. J2는 8천만 엔에서 1억 5천만 엔(약 15억 원)으로, J3는 1,500만 엔(약 1억 5천만 원)에서 3천만 엔(약 3억 원)으로 늘었다. 우승 상금도 모두 배로 늘었다. J1 우승 상금은 기존 1억 5천만 엔(약 15억 원)에서 지금은 3억 엔(약 30억 원)으로 늘어났다. 또 강등구제금도 있다. J1에서 J2로 강등된 팀들은 갑자기 줄어든 수익에 따른 연봉 부담이 있으므로 2억 8천만 엔(약 28억 원)을 받게 된다.

사실 구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념강화 배분금이다.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돈이다. 2017년 우승팀 가와사키프론탈레의 경우 상금과 별도로 우승 이듬해 10억 엔(약 100억 원), 그 다음 해 4억 엔(약 40억 원), 그 다음 해 1억 5천만 엔(약 15억 원)을 차례로 받게 된다. 2~4위도 액수는 다르지만 성적에 따른 배분금을 받는다.

이념강화 배분금의 액수가 우승 상금보다 오히려 큰 걸 보실 수 있다. DAZN 중계권으로 각 구단이 받는 가장 큰 영향이 이 수입이다. 규정상, 이 액수는 J리그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써야 한다. 첫 번째는 육성, 즉 일본 축구의 기량 향상을 위한 지출이다. 두 번째는 유소년 육성, 세 번째는 인프라 확충, 네 번째는 연고지의 선수와 지도자들을 육성하고 이들과 교류하는 데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표면적인 것이다. 어쨌든 배분금을 받는 팀은 그만큼 구단 재정이 확충되므로 슈퍼스타 영입을 하는 게 가능하다. 올해만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니고 3년 뒤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연간 수입을 예상해서 선수 영입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돈으로 해외의 스타를 영입하면 J리그의 스타가 더 늘어나고 DAZN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DAZN이 이런 정책을 쓴다고 본다. DAZN이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입지가 제로였지만 3~4년 뒤를 내다보고 목표를 점점 상향시켜가는 것이다.

J리그 팀들의 지출은 늘어가고 있다. 비셀고베의 경우 과거 구단 예산이 50억 엔(약 500억 원) 정도였는데, 이니에스타 한 명이 30억 엔(약 300억 원)이니까 이것저것 더하면 거의 두 배인 100억 엔(약 1천억 원) 정도가 될 것이다. J리그 팀들은 앞으로 100억 엔 정도를 예산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고베는 DAZN의 돈도, 모기업 라쿠텐의 돈도 쓸 수 있지만 모든 구단에 모기업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구단 입장에서는 상위권에 들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 DAZN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팀이든 TV 중계, 특히 전국 공중파 중계를 선호한다. 인터넷 방송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저항은 없었나?

DAZN과 계약한 뒤에도 여전히 TV 중계가 있다. 나 같은 고령층은 여전히 공중파 방송이 친숙하고, 당신 같은 젊은이들은 인터넷 방송이 더 친숙하다. 공중파가 완전히 없어진다면 우리 세대 입장에서 아쉬울 것이다. 또한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모바일 중계가 끊긴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싫어할 것이다. 특히 고령층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DAZN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라서 지상파, 케이블과 중계 비중을 나눈다.

DAZN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 인터넷 중계이고, 지금은 과도기다. 지상파 중계에 들어가는 중간 광고가 대부분 DAZN 관련 광고다. 그러나 DAZN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현지 정서를 무시한 건 아니다.

 

- 수입 외에도 마케팅 등 여러모로 DAZN과 구단의 협업이 이뤄진다고 들었다.

프라이데이나이트 J리그가 대표적이다. 경기 시간을 배분해서 생중계를 최대한 늘리면 좋은데, 주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DAZN은 금요일 경기를 추진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을 때 구단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직장인들이 금요일에 퇴근하고 축구장에 올지, 귀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관중들이 꺼리지 않을지 의문이 많았다. 그래서 DAZN은 금요일 경기에 여러 이벤트를 제공했다. 우리 팀의 경우, 경기장 앞 공터에서 지역 명물인 다코야키를 팬들에게 제공했다. DAZN 회원이나 현장에서 가입한 사람들에게 다코야키를 무제한 제공했다. 가입해서 다코야키 실컷 먹고 한 달 무료체험 뒤 해지해도 된다.

구단이 DAZN 측에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DAZN이 재미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하면 제작비를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DAZN에서 온라인 예능처럼 상영되는 구단 홍보 영상으로 쓰인다.

그 밖에도 DAZN의 협조를 통해 진행되는 관중 유치 이벤트가 많다. 우리 팀 하프타임 이벤트 중에서 골대의 특정 위치를 맞히면 100만 엔(약 1,000만 원)을 지급하는 게 있었다. 최근 한 명이 실제로 상금을 타 갔는데, 이 상금도 DAZN이 냈다. 구단들은 DAZN의 협조 덕분에 이벤트 횟수를 많이 늘렸다.

중계 카메라도 늘었다. J1의 카메라는 늘었고, J2와 J3는 없던 중계가 생겼다. 팬들이 경기를 더 즐길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선수들도 자극을 받는다.

 

- 구장 증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일고 있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긴초 스타디움을 사쿠라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는 작업인데.

전체 비용이 약 66억 엔(약 660억 원)이다. 우리 팀의 메인 스폰서인 얀마가 절반 가량을 지불한다. 나머지인 약 30억 엔(약 300억 원)은 민간에서 돌아다니며 모금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타내는 등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인근 지역에서 지진 등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이 경기장을 피난 거점으로 쓰도록 등록할 것이다. 비상용 식량, 식수, 연료 등을 경기장에 비축해 두면 정부에서 건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개인 기부금도 모금한다. 5만 엔(약 50억 원) 이상 낸 사람들은 증서를 받고 건립비에 이름이 들어간다. 일종의 연말정산을 할 때 기부액 중 4만 8천 엔(약 48만 원)은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본인 부담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정산을 잘 받지 않는다. 우리가 ‘사실상 2천 엔만 부담하고 구단에 5만 엔을 지원하세요’라고 홍보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아쉽다.

 

- 한국 선수들과 유독 인연이 많다. 현재 감독도 세레소 선수 출신인 윤정환 감독이다. 이유가 있나?

우리가 한국 선수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가깝고 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남미에서 온 선수들은 리그 일정, 기후가 달라서 J리그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선수들은 메리트가 있다. J리그가 처음 출범했을 때 한국 선수에 대한 인식은 ‘강하다’와 ‘빠르다’였다. 우리 팀은 고정운을 비롯해 하석주, 노정운 등이 빨랐고 황선홍은 강한 힘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고정운을 영입했을 때의 에이전트와 연이 닿아 지금까지 한국 선수들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 J리그는 한국 골키퍼 영입이 유행이다. 올해 J리그 우승팀 가와사키프론탈레(정성룡),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가시마앤틀러스(권순태)도 마찬가지다. 세레소는 김진현 등 한국 골키퍼에 일찌감치 관심을 가진 팀이다. 유망주 안준수도 보유하고 있지 않나.

안준수의 잠재성에 큰 기대를 한다. 지금은 가고시마로 임대 중이다. 예전에는 김진현, 구성윤이 동시에 소속돼 있었다. 구성윤은 외국인 선수 출장 제한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 팀을 떠나 콘사도레삿포로로 이적했다. 내년에 J리그 외국인 제한이 완화되면 한국 선수를 더 영입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다만 구성윤을 다시 데려오려면 이적료가 들 테니까 힘들 것이다.

 

-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4명에서 5명으로 확대되면 스타 선수를 영입할 생각인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다만 우리는 2014년에 디에고 포를란을 영입한 바 있다. 그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고, 우리는 J2로 강등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당분간 스타 영입 계획이 없다. 일본에 없는 특이한 스타일을 지녔다거나 색다른 기량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수라면 예산 안에서 데려올 것이다. 마케팅과 실력 중 어느 쪽을 중시하냐고 묻는다면, 우리 팀은 실력 쪽이다.

인터뷰= 김정용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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