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대표팀은 수비형 미드필더 진영에서 경기를 운영하고, 2선에서는 득점 기회만 만드는 식으로 구성돼 왔다. 호주에서 열릴 두 차례 평가전은 2선으로 경기 운영의 중심을 옮기는 실험이 가능해졌다.

호주로 떠난 A대표팀은 결장자가 많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휴식이 예정돼 있던 손흥민에서 그치지 않고 기성용, 이재성, 이승우 등 기존 멤버들을 여럿 제외했다. 대표팀에서 제명된 장현수의 자리도 메워야 한다. 여기에 주전급 입지를 굳혀가던 황희찬,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이용의 후보로 자리 잡는 듯했던 김문환까지 부상으로 빠졌다. 애초 26명이었던 멤버가 24명으로 축소됐다. 기존 멤버 중 확고한 주전 5명, 후보급 1명이 이탈했다고 볼 수 있다.

빠진 선수들 중 가장 비중이 큰 멤버들이 기성용, 손흥민, 황희찬이다. 이들은 한국이 득점 기회를 만들 때 핵심 역할을 해 왔다. 기성용은 흔히 말하는 3선, 즉 미드필드 후방에서 공격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주로 좌우 측면에서 돌파, 침투로 골 기회를 만들거나 직접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이 모두 빠졌다.

그동안 한국 2선은 돌파와 슈팅 등 직접 공격력이 강력한 대신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선수는 빠진 채 운영됐다. 한국의 2선 자원 중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선수는 이재성이 대표적이지만, 이재성은 최근 부상 여파로 대표팀에서 이탈해 있다. 황희찬, 손흥민, 남태희 모두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를 붕괴시키거나 골을 노리는 능력이 뛰어난 대신 경기운영을 한 경험은 적다.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해 경기운영의 중심을 2선의 공격형 미드필더 쪽으로 전진시키는 실험이 가능하다. 이번에 새로 합류했거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 중 이청용, 구자철, 황인범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경우 경기 흐름을 읽고 패스 위주의 운영을 할 줄 안다. 특히 이청용의 플레이스타일은 차별성이 있다. 이번 대표팀 2선 자원 중에서 골보다 도움 위주로, 공격수보다 미드필더에 가깝게 뛰는 선수는 이청용뿐이다.

3선 역시 기성용과 정우영의 ‘더블 플레이메이커’처럼 구성돼 경기 운영 능력에 치중됐던 조합을 벗어나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 이진현은 최근 포항스틸러스에서 빠른 판단력으로 수비와 공격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정민은 흔히 ‘제2의 기성용’이라고 불리지만, 아직 수비형 미드필더로 정착하지 않고 미드필드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구자철, 황인범이 3선에 배치됐을 경우 기성용보다 적극적인 전진을 통해 ‘지휘관’보다 ‘부품’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벤투 감독의 전술은 안정적이고 논리적이지만, 다소 경직됐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호주 원정에서는 마침 기성용, 손흥민, 황희찬이 모두 빠졌다. 이 점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선수 테스트뿐 아니라 전술 실험까지 감행한다면 평가전의 의미는 극대화될 수 있다. 한국은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갖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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