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J리그는 활황이다. 2017년, J1리그부터 J3리그에 속한 총 54개 클럽의 매출은 1,106억 엔(한화 약 1조 1,129억 7,000만 원)이다. 장사가 잘 되고 팬들이 많기에 구단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전용구장을 건설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한때 거품이 빠지며 고전했던 J리그는 어떻게 중계권을 2조 1천억 원(10년)에 팔았고, 또 어떻게 지역밀착을 통한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렸을까? 과연 J리그 수뇌부와 그 파트너들은 어떤 계획을 실행해 왔으며, 향후에는 어떤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풋볼리스트'는 수많은 질문을 들고 간토와 간사이로 향했다. <편집자주>

 

과도기에 있던 J리그를 유려하게 다른 차원으로 이끈 무라이 미츠루 J리그 의장은 경기인 출신이 아니다. 게다가 J리그 직원으로 일한적도 없다. 

외국계 경력 관리와 채용 전문 회사 CEO로 일했던 무라이 의장은 2014년 J리그 의장이 됐다. 그는 2014년을 매우 조용하게 보낸 뒤 2015년부터 급격하게 속도를 냈다. 2015년에는 메이지야스다생명과 J리그와 모든 구단을 지원하는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2016년에는 인터넷스트리밍업체 DAZN과 10년 2,100억 엔(약 2조 1천억 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J리그는 아시아 지역 리그 중 가장 내실 있다고 평가 받았지만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 관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팬의 평균 연령은 늘어만 갔다. 좋은 선수들은 J리그가 아닌 해외 리그로 눈을 돌렸다. 규모면에서는 K리그와 차이가 크지만, 같은 류의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라이 의장이 큰 계약 두 건을 성사시키며 리그를 다른 차원으로 올려놨다. 이 과정에서 J리그의 모든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켰다. 방송국이 아닌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DAZN과 계약하고, 그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는 과정에서도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했다. 그들이 25년간 쌓아온 것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J리그와 DAZN은 동등한 위치에서 매주 두 차례씩 정례 미팅을 한다.

“각 구단 사장, 경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J리그 경기 수준과 경영 수준이 높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 수준이었다면 변화가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수준이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보다도 떨어진다고 봤고, 도전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무라이 의장과 J리그는 든든하고 결이 다른 스폰서 두 개를 유치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고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일을 진행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에 “내가 생각하기에는 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다”라고 답했다.

다음은 무라이 의장과 한 인터뷰 전문.

 

#경기인 출신 아닌 무라이 의장, J리그를 바꾸다

-경기인 출신이 아니다. 경력도 크게 축구와 관련이 없다. 왜 J리그에 투신했나?

내가 비축구인 출신 첫 의장은 아니다. 과거에도 경기인 출신이 아닌 분이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골키퍼를 했었다. 물론 내가 J리그 의장이 될 줄은 몰랐다. 리크루트(채용)와 세컨드 캐리어(은퇴 후 경력 관리)를 관리하는 회사 CEO로 있을 때 J리그 세컨드 캐리어 프로그램을 맡았었다. 그런 인연을 통해 J리그 사외이사로 일했었고, 결국 체어맨 위치에 왔다.

 

-J리그 의장이 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과제는 무엇이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 과제가 아니라 선수 육성이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잘하는 선수들은 커서 해외로 나간다. 스타가 빠지면 아무래도 새로운 스타와 선수를 육성해야 리그가 발전할 수 있다. 해외로 나가는 속도와 비슷하게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 두 번째는 컨텐츠 부분이다. J리그 컨텐츠는 지상파(TV)에서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서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중에게 축구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이 두 개의 주제가 중요하다고 봤다.

 

-부임 첫 해에는 조용히 있다가 두 번째 해부터 일하는 속도를 높였다고 들었다.  

내가 부임했을 때는 J리그가 총 51개 팀이었다. 구단 사장은 물론이고 감독과 선수도 나, 무라이라는 사람을 몰랐다. 모든 구단을 직접 찾아가 경기를 보고 클럽하우스도 보고 지역 관계자와 지역 시장 지사도 만났다. ‘제가 무라이입니다’라고 인사하며 J리그를 파악했었다.

 

-이후에는 매우 빠르게 일을 진행했다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스피디하지 않았다(웃음). 메이지야스다생명이라는 메인 스폰서를 부임 2년 차에 만난 게 컸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은 J리그뿐 아니라 전 클럽을 후원한다. 뭔가 개혁이나 혁신을 할 때 파트너의 후원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 메이지야스다생명의 후원을 받은 게 DAZN 계약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나?

맞다. 이게 먼저 있었던 게 크다.

 

#DAZN과 계약 그리고 의혹

-메이지야스다생명이 도움이 됐다고는 하지만, 2조 1천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얻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DAZN을 어떻게 설득했나”

(계약 과정의) 세밀한 부분을 말해주기는 어렵다. DAZN은 글로벌 기업인 퍼폼의 계열사다. 퍼폼의 영국 본사와 협의를 했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세계 축구와 비교하기는 어려웠고, 우리의 매력이 무엇인지는 알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퍼폼이 일본 J리그는 선수들의 기술이 뛰어나고, 경기장을 찾는 팬 층이 다양하며, 경기장도 안전하다고 했다. 또한 25년간 승부조작이 없었고, 선수의 연봉과 계약금을 미지급한 사례도 없으며, 연속해서 적자를 내는 클럽도 없다고 말하더라. 일본 축구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건전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도 의논 과정에서 J리그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느꼈다. 다만 퍼폼은 단기적으로 뭔가를 할 수는 없다고 했기에 장기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 보기에 중계권료 2조 1천억 원은 매우 큰 금액이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

금액이 많고 적고는 말하기 어렵다.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다만 예전보다 중계권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무라이 의장이 퍼폼이나 퍼폼의 계열사인 OPTA 수뇌부와 좋은 관계였기 때문에 중계권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국제적인 비즈니스맨은 아니다.

J리그 연맹에 비치된 각 구단의 머플러

#J리그 25년의 성과와 새로운 도전

-이 인터뷰 전에 나카무라 다카시 DAZN 사장을 만났다. 나카무라 사장은 “우리는 J리그 중계권을 산 게 아니라 투자했다”라고 하더라. 

중계권 금액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DAZN은 (J리그에) 경영에 대한 조언이나 새로운 생각을 준다. 우리는 리그 경기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수요일에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 DAZN은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경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금요일과 월요일에 경기하면 경기일을 4일로 늘릴 수 있다. 금요일 경기는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의 홍보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세계적인 축구의 흐름을 잘 아는 DAZN이 일깨워줬다. DAZN은 돈 벌이만 생각하지 않고 아이디어, 기획, 경영 등 모든 부분에서 조언을 해준다.

 

-경기 단체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J리그는 25년이나 거의 같은 체제를 유지했다. 각 팀이 그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각 구단 사장, 경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J리그 경기 수준과 경영 수준이 높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 수준이었다면 변화가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수준이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보다도 떨어진다고 봤고, 도전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각 구단의 반발이 있었지만, 우리도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주말 경기를 가족 때문에 못 간다. 일 때문에 못 간다는 이들이 있었다. 새로운 팬 층을 확보해야 미래가 있다. 팬의 연령층만 올라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것을 해보기로 했다.

 

-좀 더 개혁적이고 급진적인 것도 기획하고 있나?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프라이데이 나이트 J리그는 경기수를 늘릴 것이다. 막상 해보니까 괜찮다는 반응이 많다.

 

-J리그와 DAZN은 주 2회 회의를 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누가 요구했나?

서로 미팅하는 것은 계약단계에서 합의했었다. J리그가 전 경기 중계를 주관하고 제작해야 했고, 세계적인 수준인 DAZN이 적극적으로 조언해주고 있다. 아주 거침없는 내용으로 회의하고 있다.

 

-J리그와 DAZN은 10년에 달하는 장기 계획을 만들었다. 지난 2년의 성과는 어떻게 보고 있나? 아쉬운 점도 있나?

DAZN에서 얻은 중계권료를 (각 구단에) 분배금으로 쓰고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J리그에서 직접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에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방송국에 따라 제작 방식이 달랐다. 어떤 곳은 선수단 버스 입장부터 찍고 어떤 곳은 하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중계가 통일됐다. 디자인과 그래픽도 통일했다. 영상을 브랜딩 할 수 있다. J리그에서 만든 영상이라는 걸 팬들이 알아볼 수 있다는 게 좋은 성과라고 본다.

 

-J리그 영상을 브랜딩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DAZN과 계약하면서 J리그가 (모든 영상의) 저작권을 가지게 됐다. 예전에 클럽이 뭘 하려면 방송국에 부탁해야 했었다. 이제 모든 걸 리그가 가지고 있다.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을 인터넷 통해 확산시킬 수 있다. 2014과 2017년을 비교하면, 트위터를 통한 J리그 영상노출과 확산이 28배 늘어났다. DAZN이 J리그에 투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메이지야스다생명 지점에 비치되는 J리그 순위표

#토레스와 이니에스타, J리그 차원의 영입이었나?

-토레스와 이니에스타를 영입했다. J리그 차원에서 스타 영입을 권장했나? 아니면 구단이 자체 결정을 한 것인가?

이제는 구단 경영 모델도 다각화 됐다. 요즘에는 시장이 확대되고 수입도 늘어나니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구단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를 해서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클럽이 생긴 것이다. 비셀고베같은 팀이 그렇다. 사간도스는 인구가 7만 명의 작은 도시다. 그런데 토레스가 나오는 경기에 관중이 1만 7천명 들어왔다. 인구 1/4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영입 제한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리그가 공격적인 투자를 권장하는 것인가?

J리그는 세 번째 스테이지에 왔다. 25년전부터 해온 게 특정 기업의 스폰서를 받지 않고 홈타운에 뿌리내린 것이다. 지역밀착을 통해 튼튼해지라는 것이었다. 메인스폰서 없이 지역에 맞게 구단을 운영을 하라고 요구해왔다. 두 번째는 클럽 라이선스다. 3년 연속 적자를 내면 안되고 수입에 비해 빚이 많아서도 안 된다. 과도한 투자를 막아왔다. 결론적으로 지역에 밀착해 건전하게 구단을 운영하라고 이야기해왔다. 그런 토대를 갖춘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DAZN(계약)도 우리가 만든 25년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이름값만 보고 선수를 데려왔다면 J리그는 실패했을 것이다.

외국인 영입 제한 철폐도 외국인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각 클럽의 선택 범위를 넓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클럽은 외국인을 많이 뽑아 그들끼리 경쟁시킬 수도 있고, 어떤 클럽은 외국인 없이 팀을 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의 범위를 늘리는 정책이다.

 

-J리그 구단 홈구장을 지자체가 나서서 만들고 있다. 그런 흐름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었나?

J리그 라이선스 안에는 경영적인 규정과 마찬가지로 시설 규정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스타디움 건설은 25년간 이어진 홈타운 지역밀착의 성과물이라고 본다. 54개 클럽 중 2개 클럽의 경기장만을 기업이 가지고 있다. 홈타운이 만든 경기장은 세금이 투자된 것이다. 각 팀의 가치가 세금을 투자할 정도로 가치 있다고 인정 받은 것이다. 그게 J리그 25년의 성과물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중계권료 계약을 하며 “J리그도 변한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앞으로 10년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밀착을 더 든든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54개 팀이 초등학교, 병원, 노인시설 등을 방문하고 있다. 통계를 내보니 연에 1만 8천번 활동했다. 평균적으로 한 구단이 330번 활동한 것이다. 선수들도 평일은 지역밀착 활동을 하고 주말에 경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330번을 2배로 늘릴 수는 없다. 선수들은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밀착 활동의 임팩트를 증가시키는 게 목표다.

가시마앤틀러스는 경기장 안에 병원을 만들었다. 매일 지역 주민들 200명 정도가 이 병원을 찾는다. 가와사키프론탈레는 장애인을 모시고 경기장 잔디 보수나 청소를 한다. 장애인 직업 지원활동을 하는 것이다. 축구는 한계가 없다. 우리는 사회적인 영향력 가지는 컨텐츠(축구)를 가지고 지역에 얼마나 이바지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리그가 되는 게 목표다.

인터뷰= 류청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인터뷰 | ① DAZN 사장 "'2조 1천억' J리그 중계권, 산 게 아니라 투자"

인터뷰 | ② J리그 의장 "중계권료 2조 원, 25년 노력의 성과"

인터뷰 | ③ 덴츠가 밝히는 J리그와 DAZN 계약

인터뷰 | ④ 세레소 사장이 말하는 J리그 구단 경영

르포 | ⑤ DAZN 계약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르포 | ⑥ J리그 신축 구장 활용도 극대화의 비결

르포 | ⑦ J리그의 특별한 스타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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