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AS로마의 유망주 위주 영입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11일(한국시간) 홈 구장 올림피코에서 가진 삼프도리아전만 보면 미래가 밝다. 로마의 젊은 공격자원들이 다함께 좋은 활약을 보이며 4-1 승리에 일조했다.

최근 경기력이 불안정했고, 특히 세리에A에서 최근 2무 1패에 그쳤던 로마는 삼프도리아를 대파하며 본 궤도로 올라섰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이 즈음 G조의 경쟁상대인 CSKA모스크바에 2전 전승을 거두면서 3승 1패를 기록, 16강 진출이 유력해졌다.

결과보다 좋은 건 젊은 공격 자원들의 활약이었다. 로마는 최전방 공격수 에딘 제코, 주전 윙어 쳉기스 윈데르를 선발 명단에서 뺐다. 대신 파트리크 쉬크가 최전방에 배치됐고, 오른쪽은 유스틴 클루이베르트가 맡았다. 각각 22세. 19세 유망주다.

쉬크는 이날 시즌 첫 골을 넣었다. 쉬크는 2016/2017시즌 삼프도리아의 ‘슈퍼 서브’로 큰 주목을 받았던 공격수다. 천재적인 발상, 날카로운 왼발을 겸비했다. 로마가 지난 시즌 야심차게 영입했지만 부상 여파로 1년 내내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던 선수다. 지난 7월 프리 시즌 친선 경기에서 3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기대를 모았는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세리에A,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8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다만 체코 대표팀에서 올해 8경기 3골로 좋은 득점력을 보이며 골 감각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쉬크의 골 장면은 간결했다. 왼쪽에서 공을 몰고 슬슬 올라가던 스테판 엘샤라위가 전속력으로 오버래핑하는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에게 스루 패스를 했고, 콜라로프의 논스톱 땅볼 패스를 쉬크가 받아 넣었다. 쉬크는 이날 경기 영향력이 높지 않았고 특유의 번뜩이는 발재간을 보여주기 힘들어 했지만, 최소한 득점을 기록하며 제코의 대역을 충실하게 해냈다. 경기 후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은 “쉬크는 트레콰르티스타(공격형 미드필더)보다 중앙 공격수에 가깝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제코와 출장 시간을 나눠 기용하겠다고 예고했다.

클루이베르트는 후반 36분 교체될 때까지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로 장점을 발휘했다. 특히 전반 34분 탁월한 순간속도로 수비수를 돌파한 뒤, 크로스를 할 법한 위치에서 기습적으로 슛을 날려 골대를 맞힌 장면이 백미였다. 클루이베르트는 돌파를 3회 성공시켜 이 경기 최다 기록을 남겼고, 동료의 슛을 만들어 준 패스도 2회였다. 그밖에도 멋진 발재간으로 수비를 묶어둔 뒤 동료에게 스루 패스를 하는 등 재치 있는 플레이를 여러 번 보여줬다.

클루이베르트와 교체돼 들어온 21세 주전 윙어 윈데르 역시 짧은 시간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후반 추가시간, 윈데르의 절묘한 발 뒤꿈치 패스가 에딘 제코를 거쳐 엘샤라위의 쐐기골로 이어졌다.

재치 넘치는 유망주 세 명의 활약상 가운데서 중심을 잡은 건 어느덧 중견 선수가 된 26세 엘샤라위였다. 엘샤라위는 이날 두 골을 넣고 쉬크의 골을 이끌어내는 스루 패스도 해냈다. 특히 엘샤라위의 쐐기골은 명장면이었다. 제코의 패스가 수비수에게 걸리며 문전을 벗어났지만, 이 공을 따라간 엘샤라위가 ‘180도 터닝 로빙 슛’으로 절묘하게 골을 터뜨렸다. 엘샤라위가 골대를 보지도 않고 찍어찬 공이 에밀 아우데로 골키퍼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날아갔다.

로마는 중앙 미드필더들을 여러 명 방출한 여파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흔들렸다. 그러나 4-2-3-1 포메이션을 도입하고 경기의 중심을 2선으로 옮기면서 점차 경기력과 승률이 회복되고 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추가 영입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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