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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환 은퇴 인터뷰, 70%밖에 못 보여준 ‘포텐’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11.13 07:30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별명 ‘배포텐’처럼 잠재력이 큰 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배일환이 일찍 은퇴한다. 만 30세, 은퇴하기 이른 나이지만 십자인대 부상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의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배일환이 은퇴식을 가졌다. 배일환은 제주 ‘원 클럽 맨’이다. 2011년 제주에서 데뷔해 상주상무 복무 시절 포함 8시즌 동안 K리그에 몸 담았다. 통산 프로 기록은 127경기 10골 12도움이다.

배일환이 일찍 은퇴한 사연은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일환은 ‘풋볼리스트’와 가진 통화에서 부상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자 입대 직전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배일환은 비교적 이른 27세에 입대했다. 박동우 스카우트 부장부터 코칭 스태프들이 만류했지만, 배일환은 장석수 당시 대표이사까지 찾아가 입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도에서 4년 동안 지냈으니 경력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이적할 생각은 없는 배일환에게 상주가 대안이었다.

2016년 초, 상병 배일환의 군 생활은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배일환의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고(故) 조진호 감독이 이끌던 상주 돌풍의 한 축이 배일환이었다. 당시 동료 선수들이 “상주에는 용병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일환이가 용병인데? 한국인의 몸이 아닌데?”라고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다. 조 감독은 장난 삼아 선발 명단에 배일환만 가장 먼저 적으며 기를 살려주기도 했다.

‘축구가 뭔지 알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부상이 찾아왔다. “제주 원정 가기 하루 전에 다쳤어요. 그때 조 감독님이 물어보셨어요. ‘제주와 하는데 괜찮겠냐. 심리적으로 문제없냐.’ 저는 오히려 제주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군 생활을 통해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요. 그랬는데, 훈련 중에 십자인대가 끊어졌죠.”

당시 배일환은 낙담하지 않았다. 의병전역을 한 뒤 재활에 매진하기로 했다. 제주 전 동료 중에서 홍정호가 십자인대 부상을 딛고 성공적으로 복귀한 예가 있었다. 2016년 배일환과 비슷한 부상으로 함께 재활했던 손준호는 K리그 최고 선수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재활훈련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통증이 잘 가시지 않는 가운데 일단 복귀를 추진했는데, 2017년 초 동계훈련에서 다시 부분파열이 됐다. 그 뒤로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복귀했는데 또 부분파열이 반복됐다.

마음을 굳힌 계기는 최근 받은 지도자 연수였다. 지도자 교육 참가자들은 종종 학생 역할을 해야 한다. 드리블 시범을 보이던 중에 배일환이 통증을 느꼈다. 이것조차 힘들다면 선수 생활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무릎에 힘을 주면 (무릎뼈가) 나갔다 들어오고 흔들리는 게 보이거든요. 옆에서 보는 사람이 ‘으악 뭐야, 무릎 왜 그래?’ 할 정도로. 이러면 아무리 근력이 좋아도 무릎을 잡아주지 못하는 상태니까 재발 확률이 높거든요.”

은퇴 전날 배일환은 마지막 훈련에 참가했다. 조용형, 정다훤, 박진포 등 형들은 훈련 뒤 다가와 괜히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은퇴를 번복해도 되니까 한동안 쉬다가 다시 선수로 복귀하라는 말도 들었다. 가족보다 더 아쉬워 한 것이 동료들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자신이 은퇴할 때가 생각나 배일환에게 조언을 하지 않고 “네 결정에 맡긴다”며 힘만 실어 줬다.

배일환의 친구로서 늘 제주에서 함께 했던 오반석은 올해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뒤 알와슬로 이적했다. 가는 길이 달라진 친구는 배일환의 고충을 알기에 조용한 응원을 보냈다. 썰렁한 농담을 좋아하는 오반석의 위로 멘트는 “내가 앞으로 선수 생활이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나 정신 좀 차리게 해 줘라”였다.

배일환의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주 유소년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수 시절 동료였던 한동진 감독 아래서 제주 U-18 코치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배일환에게 마지막으로 ‘포텐’을 얼마나 보여준 것 같냐고 물었다. 2012년 초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주목 받았을 때, 잠재력이 크다는 뜻으로 붙은 별명이 ‘배포텐’이었다.

“그래도 70% 정도는 보여준 것 같아요. 상주에서 조금 더 큰 잠재력을 본 순간 경력이 끝나버려서 아쉽긴 하지만요. 그래도 행복한 은퇴예요. 8년 동안 제주 소속으로 있었지만 이렇게 큰 은퇴식은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오)반석이와 입단 동기지만, 반석이와 달리 제주 ‘레전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선수, 코칭 스태프, 팬들이 저의 노력을 인정해주신 것 같아요. 이 정도로 박수받는다면 지금 은퇴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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