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승우는 국가대표팀에서 밀려났지만, 자신만의 무기를 선보일 기회를 잡는다면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넓힐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5일 대한축구협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12일 인천국제공항에 소집될 대표 명단 26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호주에서 평가전을 갖게 된다.

지난 두 차례 선발에 개근했던 이승우는 이번 소집에서 제외됐다. 이승우는 최근 손흥민과 더불어 국가대표팀의 화제를 ‘쌍끌이’한 스타다. 그러나 소속팀 엘레스베로나에서 주전 자리를 놓쳤다. 이번 시즌 이탈리아세리에B(2부)에서 선발 출장 1회, 교체 출장 3회를 합쳐 86분을 소화한 것이 전부다. 명단 발표 직전인 3일에도 결장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의 출장 시간보다 대표팀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경쟁이 극심하다는 점을 먼저 거론했다. “이승우는 소속팀 활약이 미비하다. 한편 나는 ‘소속팀 활약이 없어도 필요하다면 대표팀에 발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승우의 출장 시간보다 중요한 요소는 대표팀에서 포지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의 포지션에 능력 있는 멀티 플레이어들이 여럿 존재한다. 경험 많은 선수도 있다. 지난 번에는 이승우를 뽑았는데 경기에 투입하지 못했고, 이번에는 발탁하지 않았다. 추후에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이승우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분류한다면 경쟁이 그리 심하지 않다. 이번 대표팀은 26명이 소집됐다. 11명의 2배수를 4명 초과하기 때문에 일부 포지션에서는 3대 1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공격진의 2선 자원은 4-2-3-1 포메이션을 가정할 경우 문선민, 나상호, 남태희, 김승대, 이청용, 황희찬 등 6명이라고 볼 수 있다.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 황인범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분류할 수 있긴 하지만 다른 포지션에 비해 경쟁이 더 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 벤투 감독이 꾸준히 중용하고 있는 남태희와 이승우의 캐릭터가 정반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태희는 스스로 공을 몰고 다니며 상대 수비진의 틈을 벌릴 수 있는 ‘드리블러’다. 동시에 보조 득점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 지능 측면에서는 단점이 지적될 때도 있지만 자신만의 무기가 확실하다.

이승우는 실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문별 능력만 따지면 명확한 장점이 없다. 킥력, 드리블 능력, 패스 능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지만 어느 하나도 확실한 장점은 아니다. 포지션을 봐도 이승우는 특정 포지션에 자리잡은 적 없이 최전방,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뛰어 왔다. 벤투 감독의 경직된 전술에서 자리를 잡기 힘든 플레이 스타일이다.

대표 제외가 이승우에게는 거꾸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세리에B는 A매치 휴식기를 지킨다. 베로나는 11일 브레시아전 이후 24일 팔레르모전까지 경기가 없다. 이승우는 이 13일 기간 동안 경기 준비가 아닌 팀 전술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며 모처럼 파비오 그로소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 계기를 맞이한다.

팀 사정은 이승우의 편이다. 이승우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A대표팀 일정에서 돌아온 직후, 베로나는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베로나는 시즌 개막 직후부터 지난 9월 26일까지 4승 1무로 순항했다. 반면 9월 29일부터 1승 2무 3패에 그치며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 개막하기 전까지 베로나의 주전이 될 거라고 예상됐던 이승우가 팀 훈련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 2018년 11월 A매치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26명)

골키퍼 :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수비수 : 김영권(광저우헝다), 정승현(가시마앤틀러스), 권경원(톈진췐젠), 김민재(전북현대), 박지수(경남FC), 이용(전북현대), 이유현(전남드래곤즈), 홍철(수원삼성), 박주호(울산현대)

미드필더 : 황인범(대전시티즌), 김정민(리퍼링),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정우영(알사드), 김승대(포항스틸러스), 남태희(알두하일), 이진현(포항스틸러스), 이청용(보훔), 나상호(광주FC), 황희찬(함부르크),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

공격수 : 황의조(감바오사카), 석현준(랭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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