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11월 대표팀에 발탁한 선수 중 처음 뽑힌 선수 세 명의 나이는 22세, 21세, 19세다. 그동안 다소 보수적인 선수 선발 양상을 보였던 벤투 감독이 유망주 육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12일 인천국제공항에 소집될 대표 명단 26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호주에서 평가전을 갖게 된다.

이번에 최초 발탁된 선수 세 명 모두 유망주로 분류된다. 전남드래곤즈의 이유현이 21세, 광주FC의 나상호가 22세, 리퍼링의 김정민이 19세다. 이들은 소속팀 경기력을 기준으로 선발됐다기보다 그동안 보여준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활약상과 잠재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다.

이유현의 포지션을 보면 청소년 대표 때의 모습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유현은 소속팀 전남드래곤즈에서 측면 미드필더나 측면 공격수로 뛰는 선수지만, 벤투 감독은 “이유현을 풀백으로 실험하겠다”라고 밝혔다. 풀백은 지난해 ‘2017 U-20 월드컵’에서 이유현이 주전으로서 소화했던 포지션이다. 당장 K리그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U-20 월드컵 영상 자료를 토대로 선발한 것이다.

김정민 역시 소속팀 리퍼링(오스트리아 2부)에서 13라운드까지 3경기 선발, 3경기 교체 출장에 그쳤다. 기록만 보면 뽑을 만한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지난 10월에도 김정민을 비공개 예비 명단에 올려놓는 등 ‘대표팀에 곧 선발할 선수’로 분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제2의 기성용'으로 불리는 김정민은 마침 기성용이 선발되지 않은 기회를 틈타 데뷔할 수 있다. 잠시나마 A대표팀 사령탑 역할을 맡을 기회다.

벤투 감독은 “김정민은 이유현, 나상호보다 소속팀 활약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선수풀에 포함돼 있다.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이번 기회에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많은 선수들을 계속 관찰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몇 명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며 평가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질을 지닌 선수들을 선발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민은 리퍼링에서도 주전 자리를 잡았다기보다 계속 성장 중인 유망주로 분류된다. 리퍼링의 다이아몬드 형 미드필드 구성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그 사이를 오가는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으며 뛰고 있다. 모구단 레드불잘츠부르크에서 일시적으로 밀려 내려온 선수들까지 출장시간을 받기 때문에 리퍼링에서 꾸준히 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훈련과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아나가는 단계다.

이들은 K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배들보다 먼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는데 성공했다. 국가대표 선발 1순위로 거론되곤 하는 풀백 강상우, 미드필더 최영준보다 이유현, 김정민이 먼저 선발된 건 예상 밖이다. 나상호의 포지션인 윙어 자리에서는 K리그1에서 7골 6도움을 기록한 한교원 등 기록 면에서 뛰어난 선배들이 있지만, 벤투는 나상호를 택했다.

벤투 감독은 앞선 9월, 10월 명단을 통해 당장 주전으로 활용한 선수들을 먼저 선발했다. 그러나 11월 명단은 손흥민이 휴식차 제외된 것을 기회 삼아 기성용까지 제외하면서 큰 폭의 실험에 나섰다. 유망주들에게도 출장 기회가 많이 부여될 수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은 꾸준히 어려지고 있다. 대부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출신이다. 이번 11월에 선발된 26명 중 23세 이하 선수는 위의 세 명 외에도 김민재, 김문환, 황인범, 이진현, 황희찬이 있다. 23세 이하 선수의 비율이 약 31%에 달하는 젊은 팀이다.

 

▲ 2018년 11월 A매치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26명)

골키퍼 :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수비수 : 김영권(광저우헝다), 정승현(가시마앤틀러스), 권경원(톈진췐젠), 김민재(전북현대), 박지수(경남FC), 이용(전북현대), 이유현(전남드래곤즈), 홍철(수원삼성), 박주호(울산현대)

미드필더 : 황인범(대전시티즌), 김정민(리퍼링),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정우영(알사드), 김승대(포항스틸러스), 남태희(알두하일), 이진현(포항스틸러스), 이청용(보훔), 나상호(광주FC), 황희찬(함부르크),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

공격수 : 황의조(감바오사카), 석현준(랭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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