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완주 기자= 포항스틸러스가 1,337일만에 수원 공포증을 떨쳐냈다. 입단 1년차 이진현은 3년 넘게 이어지던 포항의 수원삼성전 무승 사슬을 끊은 일등공신이 됐다.

포항은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5라운드에서 수원에 3-1 승리를 거뒀다. 포항은 후반기에 팀에 합류한 김도형, 이진현, 이석현이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한의권이 이적 후 리그 첫 골을 신고한 수원을 잡았다.

전반 28분 김도형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포항은 전반 막판 한의권에게 실점했다. 동점골이 터진 뒤 경기 양상은 수원 쪽으로 흘렀다. 후반 들어 포항의 공격은 전반보다 무뎌진 상황이었다. 그 순간 포항의 패스 플레이가 빛을 발했고, 이진현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1분, 왼쪽 측면의 강상우부터 포항 공격이 시작됐다. 강상우의 패스를 받은 이석현이 김승대에게 공을 주고 안으로 들어갔고, 이석현이 다시 공을 받아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이진현에게 공을 보냈다. 수비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이진현은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해 공을 받은 뒤 중앙으로 패스를 넣었다. 이 공이 수비수에 맞고 흐르자 이진현이 골문 안으로 밀어 넣으며 2경기 연속골을 만들었다.

이진현은 직전 경기였던 제주유나이티드전에서도 오프사이드를 피하는 절묘한 위치선정과 움직임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날 수원을 상대로 넣은 골 역시 수비수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가 순식간에 빠져 나가는 움직임이 주효했다. 이진현은 최근 2경기에서 팀 동료 김승대의 장기인 ‘라인브레이킹’으로 2골을 넣었다.

경기 후 만난 이진현은 상대 라인을 깨는 움직임이 향상된 것 같다는 질문에 김승대를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미드필더를 봤었는데 감독님이 나를 윙에 세우다 보니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김)승대형이 앞에 있으니까 보면서 움직임을 배우고 있다. 내가 앞에서 빠져들어가면 미드필더에 있는 (이)석현이형이나 (이)후권이형이 잘 넣어줘서 찬스가 많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진현은 올 여름 유럽에서 돌아온 이후 14경기에 나섰다. 대표팀에 차출됐던 시간을 제외하면 전 경기에 출전하며 포항이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활약에 최순호 포항 감독은 “할아버지가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표현을 쓰며 흐뭇해했다. 최 감독은 이진현에 대해 “너무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결정을 많이 해주고 있다. 경기장 안에서 어려운 순간을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배로운 존재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팀은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수원전을 앞두고 포항 선수단은 승리에 대한 욕심이 커져있는 상황이었다. 포항은 2016년 3월 이후 13경기동안 수원을 꺾지 못했다. 최 감독도, 김광석 등 고참들도 선수들에게 이 점을 상기시켰다. 이진현은 “지난 수원전에서 지고 난 뒤, 스플릿 라운드에서 만나면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고, 간절하게 준비했다”라며 “선수들 모두 일주일 동안 정말 잘 준비한 게 결과로 나와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진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A대표팀 발탁, 그리고 포항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올 시즌 목표로 잡았다. 이제 포항이 ACL 진출에만 성공하면 이진현의 2018년은 바라던 대로 흘러가게 된다. 포항은 현재 승점 50점으로 리그 4위다. 3위 울산현대(승점 59점)을 따라잡는 것은 어렵다. 울산현대가 FA컵에서 우승을 하고 4위에게 ACL 출전권이 넘어오길 기다려야 한다.

“(ACL 출전에 대해)선수들끼리 서로 이야기는 안 한다. 우리가 우리 플레이에 최선을 다 하다 보면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플레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힌)승규형이 한 골 넣어서 울산이 FA컵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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