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유벤투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개인 기량으로 쉽지 않은 경기를 따냈다. 호날두가 세리에A에서 치른 10경기 중 가장 영웅적인 경기였다.

지난 2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엠폴리에 위치한 스타디오 카를로 카스텔라니에서 세리에A 10라운드를 가진 유벤투스가 엠폴리를 2-1로 꺾었다. 엠폴리는 강등권 팀이지만 이날 만만찮은 모습을 보였다. 유벤투스 상대로 맞불 전략을 택했다. 엠폴리의 승부수는 전반 28분 주포 프란체스코 카푸토의 선제골로 결실을 맺는 듯했다. 지난 시즌 세리에B(2부)에서 2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던 카푸토는 세리에A에서 시즌 4호골을 터뜨렸다.

유벤투스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건 선수단 사정 때문이기도 했다. 유벤투스는 미랄렘 퍄니치, 로드리고 벤탄쿠르, 블래즈 마튀디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을 10월 내내 고수했다. 퍄니치와 마튀디는 10월에 열린 다섯 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했고, 벤탄쿠르는 4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여기에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아시아 투어’에서 한국, 일본을 상대로 한 A매치에 모두 선발 출장하기도 했다.

엠폴리는 4-3-2-1 포메이션으로 중앙에 숫자를 많이 두고 경기 장악을 시도했다. 반면 유벤투스는 엠폴리의 패스워크를 거의 방해하지 못했다. 엠폴리가 패스 성공률 84%를 기록했다는 건 그만큼 유벤투스 상대로 수월하게 공을 돌렸다는 뜻이었다. 공 점유율도 엠폴리가 42.7%를 기록해 유벤투스보다 그리 뒤떨어지지 않았다. 유벤투스 미드필더들의 에너지가 평소보다 부족했기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끈 건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시작했다. 디발라가 엠폴리 문전에서 주인 없는 공을 따내려다 이스마엘 베나세르에게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따냈다. 후반 8분 호날두가 이 킥을 오차 없이 성공시켰다.

후반 25분, 호날두 특유의 중거리 슛이 터졌다. 속공 상황에서 공을 잡은 호날두는 약간 오른쪽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오른발 슛에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도움닫기도 없이 강슛을 날렸다. 이 공이 살짝 떠올랐다가 골문 구석에 강하게 꽂혔다. 이반 프로베델 골키퍼가 제 때 손을 뻗었지만 슛의 강도와 정확성이 더 앞섰다.

호날두의 골을 통해 경기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 9월 호날두의 세리에A 데뷔골이 나온 사수올로전이었다. 다만 사수올로전 득점은 팀 전체의 우위가 호날두의 마무리를 이끌어낸 것이고, 엠폴리전은 그리 우세하지 못한 경기를 호날두의 킥력으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벤투스가 ‘슈퍼스타 효과’를 제대로 체감한 첫 번째 경기다.

미드필더들의 지원이 부족한 가운데, 호날두의 가장 중요한 도우미는 파울로 디발라였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호날두를 돕는 역할이 마리오 만주키치에서 디발라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디발라는 몸싸움을 싫어한다는 과거 이미지와 달리 이번 시즌에는 정적인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며 호날두에게 공간을 열어주려는 시도를 쉬지 않는다. 두 골 모두 디발라의 몸싸움에서 비롯됐다. 동점골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역전골이 나올 때 엠폴리 선수를 습격해 공을 따낸 것도 디발라였다. 디발라의 이날 가로채기 기록은 3회로 경기 최고 기록이었다.

또한 드리블 돌파 기록 역시 디발라는 3회를 남긴 반면 호날두는 하나도 없었다. 골 장면의 주인공은 호날두였지만 공수 양면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을 준 디발라의 공헌 역시 컸다. 불안하게 시작한 두 선수의 파트너십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시너지 효과를 높여가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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