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이승우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라운드 밖의 일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한 제품을 세상에 내놓고, 독거 어르신을 돕는 일에 나섰다가 작은 소동이 있었다.

이승우는 최근 자신의 캐릭터를 담은 상품을 내놓았다. 휴대폰 케이스다. 단순히 최근의 인기에 편승해 금전적 이익을 노린 것이 아니다. 이승우는 “판매수익 전액 홀로 지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돕는 일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소속팀 출전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일’에 치중했다는 일침이 이어졌다. 전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이승우 SNS에 쓴 “그냥 네가 (직접) 도와드리면 안 되냐”라는 댓글도 달았다. 일부에서는 상품 출시에 대해 ‘선수를 활용한 불법 상품이 범람하는 현실에 대응하라는 팬들의 요구가 반영된 일’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승우는 논란과 관계 없이 담담하게 베로나에서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승우가 내놓은 휴대폰 케이스 상품에는 평소 그가 가진 의지와 대견한 마음이 담겼다. 

이승우는 ‘혼자'보다 '함께'를 원했다.
기성용의 말은 틀린 것이 없다. 직접 이승우가 조용히 선행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이승우는 자신에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팬들이 많다. 많은 관심을 받는 축구 선수로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가까운 지인에 따르면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절부터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현재 까지 ‘내가 축구를 잘 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알지도 못하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달리지 못할 것이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작은 움직임이 조금 더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승우도 알고 있었다. 상품 제작은 이승우의 뜻이 아니었다. 곁에서 그를 돕겠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금액과 관계 없이 이승우가 선행을 하면 한 명이 하는 한 번의 선행이지만, 열 명의 팬들과 함께 하면 열 번의 선행, 백 명의 팬들과 함께하면 백 번의 선행이 된다고 생각했다. 업체는 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원가를 제외하고, 기획, 디자인, 인건비 등을 사실상 무료로 부담하기로 했다. 전액 좋은 일에 쓰자고 했다. 사용처는 이승우가 선택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한 마음
이승우는 어린 시절 바쁜 부모님 대신 할머니가 주로 양육을 담당했다. 청소년대표시절부터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핑크색 등 요란한 염색을 한 것을 두고 ‘외모에만 신경을 쓴다’는 말이 있었지만, 사실 효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할머니가 경기장 혹은 TV를 통해 자신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예쁜 마음의 일례다. 이승우의 할머니는 예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좋은 손자였다. 한국에서 나를 만나면 주머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용돈을 주곤 한다. 필요 없다고 해도 기어이 쥐여준다”고 손자를 자랑했다. 할머니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이승우는 상품 판매 금액을 홀로 지내는 어르신을 위해 기부한다. 팬들이 구매를 위해 지불한 금액만 기부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팬들은 중고등학생 등 젊은 세대다. 얇은 주머니 사정이지만, 이승우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동감했다. 이승우는 처음부터 상품 판매 실적과 관계 없이 별도의 사비도 보태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유럽 무대에서 아직 ‘수퍼 스타’는 아니기에 큰 연봉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마음을 가득 담을 작정이었다. 자신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쏟은 할머니처럼, 누군가에게 소중한 삶을 선사한 이 세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승우는 험한 세상에 대한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 

아직 어리지만 ‘큰’ 이승우
이승우는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SNS에서는 이미 엄청난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그 만큼 파급이 크다. 늘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최근 대표팀 소집시 실시된 오픈 트레이닝에서 엄청난 팬들이 몰린 것에도 놀랐고, 팬들에게 늘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자주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안고 있다고 한다. 이승우는 기회가 되면 휴식기 등 귀국 시기를 활용해 소소한 팬미팅을 준비 중이다. 

이승우는 최근 에이전트 측에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사인을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독거 어르신을 위한 시설에 단체 봉사활동을 가는 것이 그의 아이디어다.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이 자신을 통해 사회를 위한 나눔에 관심을 조금 더 보이고 한 번이라도 더 행동할 수 있다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라운드 안에서의 모습만 보면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나름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이승우는 에이전트 측에 실천을 위한 구상을 부탁했다. 에이전트 측은 “선수와 팬이 함께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서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이승우의 속 마음이다”고 했다. 

축구나 열심히 하라?
이승우는 2부 리그에서 힘겹게 경쟁하고 있다. ‘3부 리그 출신에게 밀린다’는 비아냥도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승우의 생각은 다르다. 그라운드에서의 질주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만 받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까지 미루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망주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배운 수 많은 것들 중 하나다. 실제로 유럽 명문 구단들은 유소년 단계부터 선수들에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교육을 한다. 그라운드 안에서, 그라운드 밖에서 어떻게 자신을 움직이고, 사회를 움직이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주전, 비주전, 부상 여부와 관계 없이 소속 팀과 함께, 때로는 홀로 시간을 쪼개어 사회적 책무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것은 축구를 통해 얻은 기회이고 모든 형태의 실천은 축구를 위한 일이다. 이승우는 오늘도 그라운드 밖에서 더 높이 뛰기 위해, 그라운드 안에서 더 멀리 뛰고 있다. 의도치 않게 소동을 겪었지만, 시행 착오일 뿐 그의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질주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사진=이승우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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