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재성을 만났다. 이재성은 몇 년 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소박하고, 여전히 엉뚱한 구석이 있다.

이재성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두 차례 대표팀 소집에 모두 포함됐지만 자신의 100%를 보여주지 못했다. 9월에는 발목 상태가 나쁜 가운데서도 벤투 부임 후 첫 골을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냈다. 반면 10월에는 무릎 부상으로 아예 전력에서 제외됐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대표팀 벤치에 앉은 이재성은 동료들이 우루과이를 꺾는 모습을 응원했다.

울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재성은 공항 출국장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이재성은 여전히 소박하다. 독일 여행을 준비 중이라는 팬과 만나 “킬에 오면 연락해요”라며 친구처럼 대했다. 독일 생활을 도와주는 친형과 함께 출국장으로 나가려다, 교통약자 우선출입구로 안내받아 더 빠르게 통과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어머니와 가족들이 “아이구 안쓰러워”라며 탄식을 했다.

아래는 이재성과 나눈 대화 중 ‘VS 인터뷰’ 코너의 전문이다. 다른 코너는 추후 공개된다.

 

1번 대결 : 이재성이 비교한 최강희와 벤투

 

풋볼리스트(이하 풋) : 그동안 여러 번 인터뷰했으니까, 오늘은 특별히 테마가 있는 인터뷰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너는 ‘이재성의 VS 인터뷰’다.

이재성(이하 재성) : VS? (불안한 기색으로) 그게 뭔지…?

: 두 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대결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 아니라,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야기하기 위한 코너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첫 번째 대결은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 벤투 대표팀 감독, 팀 발터 홀슈타인킬 감독이다. 특히 최 감독과 벤투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극과 극’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을 극단적으로 중시하고, 벤투 감독은 매우 세밀한 지도를 하잖나.

재성 : 세 감독님의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 벤투는 물론이고, 발터도 아직 많이 경험하지 않았지만 최 감독과 많이 다르다. 아시다시피 최 감독은 선수들이 능력을 자유롭게 경기장 안에서 풀어주신다. 믿어주시고. 선수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믿고 기용한다. 벤투 감독은 언론에서 많이 나왔다시피 코치와 조화가 너무 좋다. 체계적으로 분업을 해서, 코치들과 함께 간다는 느낌이다. 발터 감독은 빌드업 부분에서 축구를 다시 배우는 느낌을 줬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걸 가르쳐 준다. 무엇보다 내가 행복하길 원하는 것 같더라. 축구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좋아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 준다.

: 최강희 감독의 '자율 훈련'의 예를 든다면?

재성 : 훈련은 매번 같은 패턴이었다. 아무리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도 같은 패턴으로, 감독님의 뚝심 있는 그것이었다. 어느 팀과 하든 똑같은 훈련. 어느 상대와 하더라도 공격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 벤투 감독 또는 코치에게 받은 조언은 뭔가? 미드필더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코치는 누구인가?

재성 : 감독님은 주로 지켜본다. 그 상황마다 조금씩 조언해주는 편이다. 코치님이, 제가 이름을 다 못 외웠는데(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를 들며) 훈련을 주로 이끌어나간다. 마이클 쌤(김영민 코치)과 함께.

: 대표팀에서 받은 지시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재성 : 벤투 감독은 안전하게 공을 갖고, 우리 템포로 경기를 운영하길 원한다. 우리 선수들을 프로페셔널로 믿어준다. 서로 존중하며 하고 있다.

: 벤투호에서 ‘이 정도로 디테일한 건 처음’이라고 느낀 게 있다면?

재성 : 가장 놀랐던 건, 대표팀 스케줄을 선수들에게 미리 공지해주고. 아시안컵에 대한 로드맵도 미팅을 통해서 인식을 시켜준 것이다. 선수들이 목표를 잡게 됐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어 좋았다. 또, 감독님이 선수의 자신감을 깎아내리지 않는 말투가 있다. 선수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단체로 있을 때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야기한다. 그걸 보면 배려한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어 좋았다.

: 어떤 지적을 받았나?

재성 : 아직 없었다. (잘난 척은 아니라는 듯) 잘 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고. 9월에 발목이 아팠고 지금은 무릎이 아프다. 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앞으로 소집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다. 나도 이해가 가는 선의 이야기였다. 다음 소집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해할 만한 내용을 들었다. 신뢰가 쌓인다. 로드맵을 제시한 건 이번 소집 때였다. 아시아 선수들은 언제 소집하고, 유럽 선수들은 언제 모일 건지 미리 말씀해주셨다. 그러므로 선수들이 인지하고 미리 몸을 만들 수 있다.

2번 대결 : 전북이 독일 프로축구에 참가한다면 얼마나 경쟁력 있을까?

 

: 두 번째 대결은 전북과 2.분데스리가(독일 2부) 상위권 구단이다. 한국 축구팬들이 가장 많이 하는 'VS 놀이‘ 중 하나다. K리그 1위 팀은 유럽에 가면 얼마나 경쟁력 있을까?

재성 : 그냥 내 나름의 상상을 해 보자면. 초반에는 우리 전북이 치고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리그 팀들이 적응하면 조금씩 힘들어질 것 같다. 전술적으로 독일 팀들이 연구를 많이 하고 대응을 잘 한다. 나도 느끼는데, 전반전에는 우리(홀슈타인킬)가 잘 하는 것 같다가도 후반에는 분위기가 바뀌는 걸 느꼈다. 전북이 온다면, 꾸준히 잘 하긴 힘들 것 같다. 또 피지컬 적으로도 독일 선수들이 좋다.

: 전북은 2.분데스리가 상위권 전력이지만 아주 강하진 않다는 건가?

재성 : 그냥 내 생각에는 그렇다. 그리고 원정 거리가 멀어서 힘들다. 최근 경기 한 아우에는 버스 타고 7시간 갔다. 비행기도 없었다. 최고로 힘들었다. 한국에 올 때도 7시간 버스 타고 킬에 갔다가 다시 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 개인적으로 본다면, 당장 2. 분데스리가에 와도 통할 것 같은 전북 선수는?

재성 : 로페즈, 김민재. 김진수는 이미 독일 1부에서도 뛰었고. 홍정호 형도 그렇고. 웬만한 선수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외부적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나도 아직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적응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 김민재는 유럽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건가?

재성 : 그렇다. 충분히 그렇다. 한국 선수들은 경쟁력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많이들 와서 적응했으면 좋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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