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피로가 누적되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다. 최근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해외파 공격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진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16일 한국과 파나마의 친선전이 끝난 후 믹스트존을 걸어나오는 선수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2-0으로 이기고 있던 경기가 2-2로 무승부로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 체력적인 부담도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

황희찬은 취재진을 만나 “솔직하게 말하면 모든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혹사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손흥민도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 회복하고 싶다”라며 “많이 힘들다. 정말 힘들다”라고 말했다.

힘들 수 밖에 없는 스케줄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했고,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에는 매달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2개월동안 무려 63경기에 나섰다. 손흥민과 함께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황희찬과 황의조는 각각 48경기와 43경기를 소화했다. 두 선수의 경우 최근 들어 경기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많은 경기 수와 잦은 이동은 선수들에게 체력 문제를 야기한다. 정태석 박사(스피크 재활의학과/퍼포먼스센터 원장)는 “부하가 많고 적음을 떠나 경기수가 많은데 비해 휴식이 적은 상황이다. 최근에 늘어난 경기 수와 잦은 이동으로 회복을 충분히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경기와 같은 극심한 자극 또는 스트레스가 들어오면 선수들은 하향 패턴으로 접어들게 된다. 피로가 생기면 회복을 해야 좋은 훈련 효과와 컨디션을 기대할 수 있는데 충분히 회복 되기 전에 다른 자극이 들어오게 되면 퍼포먼스가 점점 우하향하는 과훈련 증후군(Overtraining Syndrome)에 빠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과훈련 증후군에 빠지기 직전 단계에는 오버리치 증후군(Overreach Syndrome)를 거친다. 오버리치 증후군이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돼 일시적으로 운동수행 능력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일정 기간 이상 신체에 과도한 부하가 걸렸음에도 회복 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자주 나설 때 발생한다. 짧은 휴식으로도 오버리치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오버트레이닝 증후군으로 이어져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홋스퍼 소속으로 8경기에 나섰지만 아직 골이 없다. 대표팀에서도 골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정 박사는 많은 경기에 의해서 생기는 불충한 휴식과 회복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심리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한 이후 이를 달성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동기부여의 저하가 올 수 있다. 스타 선수들이 월드컵이나 굵직한 대회에서 성적을 낸 뒤 경기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이와 같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성은 10월 A매치를 위해 대표팀에 소집됐다가 무릎 부상으로 조기 복귀했다. 이재성은 지난 1년 동안 53경기를 뛰었다. 올 겨울에는 대표팀에 합류하느라 쉬지 못했고, 곧바로 전북현대와 시즌을 시작했다. 전북에서 뛰다가 홀슈타인킬로 바로 이적한 터라 여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재성의 경우는 유럽에 진출하면서 환경이 크게 변했다. 전북에서 뛸 때는 대표팀에 소집돼도 시차를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정 박사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면 소속팀 경기가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온다. 경기 후 휴식 없이 비행을 하게 되면 회복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입는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과 경기 후 루틴의 급격한 변화도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휴식이 답이다. 황희찬의 경우는 소속팀 차원에서 체력 관리에 들어갔다. 크리스티안 티츠 함부르크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희찬의 출전 시간을 45분으로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성도 무릎 통증으로 당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손흥민은 내년 1월 아시안컵 도중 대표팀에 합류한다. 당분간 장시간 비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손흥민은 “소속팀에 돌아가 잘 쉬고, 잠도 잘 자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라며 더 좋은 모습으로 대표팀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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