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천안] 류청 기자= “일단 경기 양상은 전반 30~35분까지는 원하는 대로 갔고, 그 이후에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것 같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파나마와 경기 전에 “지배하겠다”라고 했지만, 그 약속을 35분 정도만 지킬 수 있었다.

 

한국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나마와 한 친선전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5분과 33분에 연속골을 넣으며 앞서갔지만 이후 2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내용도 전반 35분경까지는 좋았으나 이후에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파나마를 압도하지 못했다. 벤투의 말처럼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벤투 감독과 선수들도 경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난 감독과 선수들의 말을 엮어보면 파나마를 맞아 35분 정도밖에 선전하지 못했던 원인을 다각도에서 둘러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운영 미숙이다. 2골을 쉽게 넣으면서 스스로 템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의욕이 앞서고 세밀함은 떨어졌다. 벤투 감독은 “(35분) 그 이후부터는 템포가 낮아지면서 볼을 돌리면서 후방에서 빌드업 과정이라든지 수비 과정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경기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됐다”라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전반을 2-0으로 끝냈다면 편하게 경기했을 텐데 경기 운영 같은 게 미흡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주장 손흥민도 “우리가 경기 운영 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 2-0이 되다 보니 선수들이 다 골을 넣으려고 욕심도 부렸고, 간격이 많이 벌어졌다. 상대도 개인 능력이 있고 힘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여주지 않으면 당연히 당한다”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전반 끝나고 성용이형이 왜 잘 하다가 욕심을 부려서 밸런스를 무너뜨리냐고 했다. 그 부분에서는 동감이다. 선수들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넓게 넓게 플레이하고 운영했어야 했는데, 급해지면서 실수가 잦아졌고 흐름을 내준 것 같다.” (황인범)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측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측면 풀백을 위로 전진시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시키고 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후반에도 측면에 공간이 많이 생겼는데 측면으로 공을 많이 이동시키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이어진 피로도 대표팀을 어렵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정말 많이 힘들었다"라고 했다. 황희찬도 “일단 상대 압박이 전반 초반부터 상당히 강했다. 피곤했던 게 컸던 것 같다. 많은 경기 뛰었다”라며 “솔직하게 말하면 모든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체력적 부담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딛고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같았다. 다만 어조가 달랐을 뿐이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에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현우도 “선수들이 변화가 있었지만 감독이 주문한 것을 다 하려 했다. 경기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늘 실수가 나온 게 팀과 내게 좋은 경험”이 되리라 봤다.

 

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성용과 손흥민은 좀 더 강한 어조였다. 기성용은 “방심까지는 아니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아쉬웠다) 내 생각은 그랬던 것 같다. 2-0으로 경기가 쉽게 풀리다 보니 축구가 이렇게 되는 것이다. 아시안컵 전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경기를 절대로 잊지 않고 오늘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는 90분 하는 것이다. 35분 하는 게 아니고, 먼저 골 넣은 팀이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먼저 골 먹은 팀이 지는 것도 아니다. 경기를 90분, 95분 넘게 하는 게 축구다. 전반 끝나고 성용이형과 이야기 했는데, 경기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이기고 있으면 급한 건 상대편인데 왜 무리한 플레이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도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이 배우고 느꼈으면 좋겠다.”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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