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치로 임모빌레를 비롯해 스트라이커가 풍부하지만, 이탈리아는 A매치 두 경기에서 모두 ‘가짜 9번’을 시도했다가 빈약한 공격력을 노출했다.

이탈리아는 15일(한국시간) 폴란드 호주프에 위치한 슈타디온 실롱스키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리그A 3그룹 경기에서 폴란드를 1-0으로 꺾었다. UNL 사상 첫 승을 거둔 이탈리아는 1승 1무 1패가 됐다. 1무 2패에 그친 폴란드를 앞질러 조 2위로 올라섰다.

이탈리아는 만치니 감독 부임 이후 공격적인 전술을 도입하려 시험 중이다. 이날 이탈리아의 선수 구성과 경기 운영은 마치 스페인 축구 같았다. 일단 최전방에 전문 공격수가 없었다. 유벤투스에서 윙어나 미드필더를 소화해 온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가 ‘가짜 9번’을 맡고 좌우 윙어에 로렌초 인시녜, 페데리코 키에사가 배치됐다. 패스의 달린 조르지뉴, 마르코 베라티를 중심으로 신예 니콜로 바렐라가 가세한 미드필드 역시 기술적인 조합이었다. 이탈리아는 점유율에서 69.5%를 기록했고 패스 성공률은 87% 대 70%, 성공한 패스 횟수는 569회 대 196회 등 여러모로 폴란드를 압도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득점력 부족으로 고생했다. 베르나르데스키는 공격수다운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골문과 먼 곳, 막기 쉬운 상황에서 슛을 날렸다. 이탈리아는 슈팅 횟수에서 18회 대 6회로 앞섰지만 유효슛은 5회 대 3회로 그리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조르지뉴의 중거리 슛, 크로스를 받은 로렌초 인시녜가 문전에서 날린 슛이 모두 골대에 맞고 무산되며 전반 초반 앞서나길 기회를 놓쳤고, 그 뒤로는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크리스티아노 비라기가 가까스로 밀어 넣은 골이 승부를 갈랐다.

이탈리아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치른 친선 경기에서 2골을 넣었을 뿐, 그 뒤 치른 6경기에서 한 번도 2골 이상을 넣지 못했다. 1득점 경기가 5회, 0득점 경기가 1회였다. 결과는 1승 3무 2패에 불과했다.

빈곤한 득점력을 감안하면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가짜 9번 실험은 이례적이었다. 만치니 감독은 지난 11일 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친선경기 역시 전문 공격수 없이 치렀고,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때도 높은 점유율을 골로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탈리아는 지난 시즌 세리에A 득점왕인 임모빌레를 비롯해 안드레아 벨로티, 파트리크 쿠트로네, 시모네 차차, 마리오 발로텔리 등의 최전방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임모빌레 한 명뿐이라 가용 자원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A매치 2연전 동안 기회도 주지 않은 건 뜻밖이었다.

폴란드전에서 최전방 공격수인 치로 임모빌레는 물론 섀도 스트라이커인 세바스티안 조빈코 역시 투입되지 않았다. 오히려 실험적으로 선발한 케빈 라자냐가 후반에 교체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청소년 대표 경력조차 없던 라자냐는 지난 시즌 우디네세에서 12골을 기록하는 등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26세 나이에 이탈리아의 부름을 받았다.

임모빌레를 굳이 두 경기 모두 배제한 것을 두고 불화설이 제기됐다. 임모빌레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통해 자신의 라치오 골 기록을 담은 표를 올리고, 조용히 하라는 듯한 손가락 이모티콘까지 썼다. 2년 동안 A매치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해 비판을 받자, 이에 대해 대응하는 듯한 메시지였다. 또한 자신을 적극 기용하지 않는 만치니 감독에 대한 항의로 해석되기도 했다. 만치니는 이후 인터뷰에서 “그 게시물은 내가 아니라 언론을 겨냥한 것이다. 나는 임모빌레가 라치오에서 골을 넣어 좋다. 대표팀에서도 득점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와는 달리 만치니는 임모빌레를 출장시키지 않았다.

만치니 감독은 주도권을 잡았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했다.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다. 더 일찍 골이 나와야 마땅한 경기였고, 경기가 0-0으로 끝났다면 불공평한 경기였다”라고 말한 만치니 감독은 “라자냐의 신체 능력은 임모빌레와 비슷하고, 제공권은 더 낫다. 더 키 큰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투입했다”며 임모빌레를 배제한 이유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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