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황의조와 석현준은 새로운 대표팀의 원톱 시스템 안에서 모두 쓸모가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황의조의 침투와 마무리, 석현준의 활동폭과 연계 플레이를 각각 활용하고 싶어 한다.

10월 대표 명단에 나란히 원톱으로 뽑힌 황의조, 석현준은 지난 12일 우루과이를 상대로 모두 경기에 출장했다. 항의조가 선발로 뛰었고, 석현준이 후반 22분 교체 투입됐다. 둘 다 성과를 거뒀다. 황의조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손흥민의 슛이 막히자 재빨리 차 넣으며 마무리까지 해냈다. 석현준은 코너킥 상황에서 위협적인 슛을 하며 정우영의 결승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한국이 2-1로 승리했다.

벤투 감독은 두 선수를 다르게 활용했다. 황의조는 철저하게 우루과이 센터백 사이에서 활동하며 배후 침투를 노렸다. 2선으로 내려가거나 측면으로 이동하는 플레이는 비중이 적었다. 이와 달리 석현준은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 비교적 후방으로 내려가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 받는 플레이, 전방 압박 등 골로 이어지지 않는 플레이를 많이 소화했다. 둘을 비교하면 황의조는 득점에 치중했고, 석현준은 그 외의 플레이를 더 신경 썼다고 볼 수 있다.

두 선수의 기존 플레이스타일과 체격 조건을 감안하면 새로운 활용법이다. 황의조는 성남FC 시절 등 과거에 왼쪽 윙어를 소화한 적 있고, 발이 빠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황의조가 스트라이커 위치에 머무르도록 지시했다. 석현준은 190cm 장신을 지녔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석현준이 상대 센터백과 몸싸움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넓은 활동범위를 갖도록 했다.

경기 후 두 공격수는 우루과이전 플레이에 대해 각각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의조는 “중앙 수비를 최대한 내 쪽으로 끌어 당기면 (황)희찬이나 (손)흥민이, (남)태희 형한테 찬스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중앙 수비를 최대한 뒤로 물러나게 해서 공간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목적대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의조의 활동반경을 최전방으로 제한함으로써 한국은 상대 수비를 더 긴장시키고 황의조만 신경 쓰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 재빠르고 득점력 좋은 공격수들이 팀 플레이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방법이다. 황의조가 계속 배후 침투를 노리면, 상대 센터백들은 수비라인을 전진시킬 수 없다. 그러면 상대의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다. 또한 황의조 혼자 고딘, 히메네스를 모두 최전방에 묶어두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한편 석현준은 “감독님 지시도 있었고 내 경험에서 나온 움직임이기도 하다. 움직임이나 몸 부딪치는 거, 이런 건 많은 팀을 경험하면서 합쳐진 것이다. 감독님들 주문이 다 다르지 않나. 많은 주문을 경험해 봤다”라고 말했다.

석현준은 2009년 네덜란드의 아약스에서 데뷔한 뒤 11개 구단에서 뛴 ‘저니맨’이다. 그만큼 다양한 축구 문화, 다양한 축구 스타일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원톱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역할을 모두 소화해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신 공격수임에도 불구하고 측면 플레이, 2선 플레이, 전방 압박 등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 시절에도 비슷한 공격수 운용 방식을 보여줬다. ‘유로 2012’ 당시 벤투 감독은 에우데르 포스티가와 우구 알메이다를 모두 활용했다. 이때 작고 빠른 공격수 포스티가는 비교적 최전방에 머물렀다. 키가 192cm인 장신 공격수지만 드리블과 왼발이 준수한 알메이다는 자주 왼쪽 측면으로 빠지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포지션 체인지 플레이를 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포스티가와 황의조, 알메이다와 석현준이 비슷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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