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세계적 강호를 꺾었다. 그러나 경기 내용에 대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자화자찬을 모두 동의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도 있다. 우루과이전 이야기다.

한국은 1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에 2-1로 승리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위 강호를 상대로 거둔 승리이자, 우루과이와의 8번째 대결만에 거둔 첫 승리다.

세계적 강호를 꺾었다는 점만으로도 합격점을 주기 충분한 경기였지만 벤투 감독과 선수들이 밝힌 만족감은 그 이상이었다. 벤투 감독은 좋은 수준의 경기를 했다고 본다. 상당 부분을 잘 컨트롤하며 경기했다. 전반전은 조금 더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이미 앞서나갈 수도 있었다“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한국이 전반전 동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전반전을 지배한 것처럼 보인 것은 어느 정도 우루과이의 컨디션 난조와 의도적인 수비적 전략 때문이었다. 오스카 타바레스 우루과이 감독은 수준차가 나는 한국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12시간의 시차, 피로를 극복하는데 주력했다. 선수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시차에 대한 부담이 큰 가운데 우루과이의 경기력이 평소에 미치지 못했다. 우루과이 주장 디에고 고딘은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한국 공격을 먼저 막고 역습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려운 컨디션이었다.

한국의 전반전은 공의 순환과 빌드업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가 완전히 어수선했던 초반 10여 분을 제외하면, 이후에는 우루과이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전반전 33분에 빌드업과 공격 방향 전환을 거치며 오래 공을 소유한 끝에 슈팅까지 만들어 낸 장면 하나 정도였다. 그밖에는 오히려 속공 기회에서 아쉬운 판단으로 슈팅까지 만들지 못하는 장면 등 유리한 상황을 낭비하는 면모도 있었다.

루이스 수아레스 한 명만 빠졌지만 우루과이 공격에 타격이 더 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우루과이의 세계적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는 분명히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카바니의 파트너 크리스티안 스투아니는 스페인라리가에서 맹활약 중인 공격수지만, 미드필더 전원이 수비적이고 투톱 모두 2선 플레이 능력이 약했기 때문에 우루과이 공격은 큰 문제에 봉착했다. 유일한 플레이메이커 니콜라스 로데이로는 추후 열릴 일본전을 염두에 두고 늦게 합류했기 때문에 한국전에서는 출장하지 못했다. 결국 우루과이 공격에서 수아레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한 경기라는 측면도 있었다.

한국은 좋은 경기를 했지만 그건 전술의 힘이라기보다 선수들의 집중력 때문인 측면이 크다. 한국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두 번이나 페널티킥이 막혔고, 그걸 동료 선수가 쇄도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런 플레이가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두 번 연속으로 성공하는 건 더 힘들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이 홈 관중 앞에서 높은 정신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우루과이전에서 나온 페널티킥과 코너킥 득점 모두 일반적인 오픈 플레이 득점은 아니었다. 결국 한국의 공격 전술이 우루과이를 무너뜨린 장면은 딱히 없었던 셈이다. 한국의 결승골 상황에서 석현준의 헤딩을 우루과이가 막지 못하고, 이 공이 카바니의 발에 맞고 우루과이 문전에 흘러가는 장면에서도 두 팀의 집중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우루과이전 승리, 벤투 감독 부임 이후 3경기 2승 1무를 거둔 기세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다만 경기 내용에 대한 과대평가는 삼가는 것이 낫다.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에 대해 아쉬운 점을 묻자 “분석을 거친 뒤 월요일(15일)에나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뒤에는 선수들에게 우루과이전의 문제점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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