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산무궁화의 갑작스런 해체 위기를 맞아 ‘시간을 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김병지, 최진철, 염기훈 등 전현직 대표 선수들이 나섰다.

12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국가대표 평가전을 앞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선수(이하 대표선수)’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단체의 김병지 이사장, 최진철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을 비롯해 대표 출신 축구 인사들이 아산의 조기 해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은퇴한 박건하, 현영민, 송종국과 현역 대표급 선수인 최보경, 김은선, 정혁, 신형민, 염기훈이 함께 했다. 특히 현역 선수들은 모두 아산(또는 전신인 안산)에서 의경으로서 군 복무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기량을 유지한 선수들이다.

아산은 의경 선수들로 이뤄진 경찰팀이다. 2020년 의경 제도 폐지에 맞춰 해체되거나 시민구단 등 다른 형태로 재창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9월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수급을 중단하겠다는 갑작스런 통보를 했다. 신입 선수가 영입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아산은 팀으로서 존속할 수 없다.

김병지는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하기에 앞서 “이 성명서는 축구 선후배,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 경찰청 관계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월드컵 대표였던 주세종 등 14명 선수의 활동 공간이 없어진다’ ‘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선수들에게 큰 충격이다’ ‘아산이 운영 중이었던 유소년 클럽의 연쇄 해체로 축구 꿈나무들의 진로에 문제가 초래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선수가 밝힌 요구사항은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 즉각 철회’ ‘최소 2년간 선수 수급을 유지하고 점차적인 인원 축소를 통해 복무중인 선수들과 입대 예정인 선수들, 유소년 선수들의 불안을 최소화’ ‘아산에 대한 향후 계획을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결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세 가지다.

최진철 위원장은 “축구인 전체의 입장에 있어 경찰청 해체로 인해 선수들의 경력 단절이 발생하고, 한국 축구에 많은 손해가 생긴다. 우리는 국가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기간을 주며 점진적으로 단계를 거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다”

박건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산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유소년 선수들, 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동참했다. 우리의 목소리가 퍼져서 축구 팬들, 추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아산을 살리자는 취지에 동참해주셨으면 한다”

염기훈은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아직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몸 담았던, 군 복무를 한 팀이 한 순간에 해체된다고 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한 순간의 결정이 아니라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입대해 있는 선수, 지지해 온 팬들이 많이 속상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나서는 것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경찰청 관계자들에게 “우리와 대화를 주셔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보냈다.

함께 자리한 아산 서포터 4명 중 윤효원 서포터즈 총무 겸 운영팀장은 “팬들이 이 팀을 생각하는 마음만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2023년에 이 팀이 없어질 걸 알면서 응원해 온 사람들이다. 누구든 마음속에 소중한 것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이 팀이 추억이고 소중한 무엇이다”라고 말했다. 울음이 터지는 것을 참고 말을 이어나간 윤 씨는 축구팬들에게 “경찰팀도 여러분의 응원팀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팀이다”라며 반대 행동애 동참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송종국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중반에서 후반이다. 축구 선수로서 꽃을 피워야 할 나이다. 나도 그 시간을 지나왔다. 20년 가까이 축구 하나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 이 중단 사태를 통해 축구 인생을 한 순간에 잃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동참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아산무궁화 선수수급 중단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합니다.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시는 국민 여러분께

2018년 대한민국 축구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아시안게임 2연패로 국민 여러분께 큰 기쁨과 벅찬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20대에 전성기를 맞은 축구선수들이 상주상무와 아산무궁화축구단을 통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물론 2023년까지 의무경찰을 폐지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아산무궁화도 2023년경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9월 돌연 입장을 바꿔 당장 올해부터 아산무궁화의 선수 선발을 중단하겠다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만약 올해 선수 선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19년 아산무궁화는 14명의 선수만 남게 되어 K리그 참가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K리그의 파행은 물론 이번 러시아월드컵 대표로 활약했던 주세종 등 남은 14명의 선수들이 축구선수로서 활동할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아산무궁화가 해체되면 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많은 선수들에게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산무궁화가 운영하고 있던 유소년 클럽들도 연쇄 해체되어 축구 꿈나무들의 진로에도 문제를 초래할 것입니다.

저희는 경찰청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요구합니다.

첫째,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해주십시오.

둘재, 최소 2년간은 선수 수급을 유지하고 점차적인 인원 축소를 통해 현재 복무중인 선수들과 입대 예정인 선수들, 유소년 선수들의 불안을 최소화해주십시오.

셋째, 아산무궁화 운영에 대한 향후 계획을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결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주십시오.

앞으로 2년간 아산무궁화에서 기량을 연마한 선수들은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의 주축 선수들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다시금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높일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경기장 안팎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선수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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