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유벤투스는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팀 중 하나로 돌아왔지만, 성공에 도취되기보다는 다가올 위기를 대비하고자 한다. 최근 ‘6개년 계획’을 발표한 배경이다.

최근 유벤투스는 변화를 겪고 있다. 효율적인 선수 영입으로 명성을 날렸던 유벤투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에 30대 최고 이적료를 투자했다. 2010년부터 팀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던 쥐세페 마로타 단장이 최근 물러났다. 마로타 단장을 내보낸 건 안드레 아넬리 회장의 뜻으로 알려졌다.

유벤투스가 왜 변화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문건이 4일(한국시간) 주주들에게 발송됐다. 발신자가 아넬리 회장으로 되어 있는 문건을 보면, 유벤투스는 앞으로 6년은 구단뿐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 전체에 있어 중요한 시기가 될 거라고 했다.

유벤투스는 선수단의 경쟁력뿐 아니라 구단의 규모와 경쟁력 측면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이탈리아 최고인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고 자평했다.

2010년에서 2018년에 이르는 사이클 동안 유벤투스는 세리에A 7회 연속 우승, 코파이탈리아 4회 연속 우승으로 두 부문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 이를 비롯해 14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는 점을 들어 지난 8년을 성공으로 규정한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유벤투스가 2006/2007시즌을 2부 리그에서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성공 사례다.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목표는 세리에A, 코파이탈리아, 수페르코파이탈리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모두라고 선언했다. 특히 UCL은 유벤투스가 최근 4시즌 동안 두 번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친 대회다. ‘UCL의 왕’ 호날두를 영입하며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노리고 있다.

많은 트로피를 통한 상금, 중계권과 관중 수익, 구단 브랜드 가치 상승을 통한 부대수익 등 유벤투스는 여러모로 살림이 커졌다. 유벤투스는 5년 전, 선수 이적 수익을 제외한 구단 매출 3억 유로(약 3,891억 원)를 목표치로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매출 4억 유로(약 5,189억 원) 이상을 달성하며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그러나 그만큼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순수익은 줄어들기도 했다. 흑자 4년, 매출과 지출이 거의 균형을 이룬 3년과 달리 2017/2018시즌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호날두의 이적료만 약 1억 유로(약 1,298억 원)나 되기 때문에 2018/2019시즌 역시 적자가 유력하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세금 지출이 추가로 발생했다. 유벤투스는 이런 사정 때문에 더욱 발전하기 위한 모색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문건에 거론된 건 아니지만, 마로타 단장을 내보낸 뒤 유벤투스가 찾는 후임은 재무 관리와 흑자 경영에 더 능통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전제 위에서 빅 클럽다운 경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유벤투스는 앞으로 6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6년 뒤까지는 UCL 등 각종 대회의 진행 방식이 정해져 있지만 그 뒤로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국가대항전이 네이션스리그 등의 방식으로 재편되는 것처럼, 클럽들의 대회 역시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느 것이다. “앞으로 6년은 미래의 축구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와 UEFA, 각국 축구협회 등 단체들 사이에서 치열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유벤투스는 “앞으로 6년은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축구계에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유벤투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또한 이탈리아 축구는 다른 축구 강국들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 피들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세리에A 사무국,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등 유벤투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탈리아 축구 행정도 최근 개선되고 있다며 이 점 역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소개했다.

앞으로 축구계 판도가 어떻게 바뀌든,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정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유럽 전체에서도 정상권 팀으로 분류되길 원한다. 나아가 레알마드리드처럼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인정받는 팀이 되어 오랫동안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6년 뒤 축구계의 환경이 변하더라도 현재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유벤투스의 전망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