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 돈이 집중되면서 유명한 감독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인물도 많다. 10여년 전 유럽 축구계의 명장으로 인정받았던 라파 베니테스 뉴캐슬 감독, 마누엘 펠레그리니 웨스트햄 감독이 대표적이다.

EPL은 A매치 휴식기 이후 15일(한국시간) 토트넘홋스퍼와 리버풀의 빅 매치로 시작될 2018/2019시즌 5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4라운드 순위표에서 강등권에 있는 팀은 18위 뉴캐슬, 19위 번리, 20위 웨스트햄이다. 특히 웨스트햄은 2득점 10실점 4전 전패로 최소득점, 최다실점까지 모두 기록했다. 총체적 난국에 가깝다.

한때 세계 최고를 넘보던 감독들이기에 지금의 실패가 어색하다. 베니테스는 2000년대에 발렌시아(2001~2004), 리버풀(2004~2010)을 이끌며 전성기를 보냈다. 발렌시아에 스페인라리가 우승을 두 번이나 선사했고, 리버풀에는 더 어려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을 안겨주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모국 칠레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15년 동안 주로 남미에서 지휘봉을 잡다가 2004년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유명 감독이 됐다. 비야레알(2004~2009)에서 후안 로만 리켈메를 중심으로 한 매력적인 축구를 보여줬고, 레알마드리드(2009/2010)의 ‘갈락티코 2기’의 기틀을 잡았다. 말라가(2010~2013)의 돌풍을 선도한 뒤 맨체스터시티(2013~2016)에서는 한 차례 리그 우승 등 준수한 전술 능력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두 감독 모두 고난을 겪어 왔다. 베니테스 감독은 2010년 이후 인테르밀란, 첼시, 나폴리, 레알마드리드 등 명문 구단을 잇달아 지휘했지만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2016년 뉴캐슬 감독으로 부임해 챔피언십(2부) 우승을 달성하며 명예 회복을 했고, 모처럼 돌아온 EPL 2017/2018시즌 잔류까지 이뤄냈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맨시티를 떠난 뒤 중국의 허베이화샤를 거쳐 이번 시즌 웨스트햄 감독으로 부임했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65세, 베니테스 감독은 58세다. 둘 다 감독으로서 물러나야 할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전술적으로 이미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베니테스 감독은 한때 4-2-3-1 포메이션과 압박 축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술 구사 능력이 장점이었으나 최근에는 개성 없는 수비축구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웨스트햄은 다양한 스타일의 공격 자원을 두루 가진 팀이지만 펠레그리니 감독의 한때 장기였던 ‘퍼즐 맞추기’ 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영국 ‘BBC’는 두 감독의 책임뿐 아니라 실속 없는 선수단 구성 역시 부진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뉴캐슬은 딱히 스타 선수를 갖지 못했다. 의문의 여지없이 약체에 속하는 선수단이다. 웨스트햄은 한결 화려해 보이지만 30대가 된 마크 노블, 여러 차례 부상과 부진을 겪은 잭 윌셔 등 주전 미드필더들이 왕년에 보여준 것만큼 왕성한 활동량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펠레그리니 감독이 구상한 공격 축구가 붕괴됐다. 잉글랜드 ‘레전드’ 출신 방송인 이안 라이트는 “웨스트햄의 시스템이 붕괴됐다. 지금은 팀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라고 혹평했다.

이미 경력의 위기를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 중도 경질된다면 유럽 빅 리그에 다시 취직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열 살 이상 차이나는 후배 감독들이 대거 활동하는 시기다. 현재까지 EPL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왓퍼드(3위)의 하비 가르시아 감독은 48세다. 본머스(6위)의 에디 하위 감독은 41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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