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와일드카드 선발의 대성공이었다. 그만큼 앞으로 이들의 빈 자리가 커질 거라는 뜻도 된다.

김학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우승을 발판으로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감독까지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1995년생 이하, 다음 올림픽은 1997년생 이하가 참가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멤버 20명 중 1997년생 이하는 9명이나 됐다. 비교적 많은 숫자다.

올림픽대표팀의 큰 틀은 이미 아시안게임을 통해 갖춰진 셈이다. 내년에 U-22 대표팀, 후년에 U-23 대표팀이 될 1997년생 이하 선수들을 기다리는 첫 일정은 내년 3월이다. 내년 3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이 열린다. 이를 바탕으로 후년 1월에 AFC U-23 챔피언십 본선이 태국에서 진행된다. 이 대회가 올림픽 예선을 겸한다. 대회 3위까지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이미 올림픽 멤버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맛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시안게임 우승이 곧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일단 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축이었던 리더 손흥민, 득점왕 황의조, 주전 골키퍼 조현우 등 와일드카드 세 명이 모두 빠진다.

김학범 감독은 6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코치들과 함께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가장 자주 거론된 선수들은 단연 와일드카드였다. 특히 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김 감독과 김은중 코치가 입을 모아 칭찬했다. 골키퍼 송범근이 다소 부진한 가운데 조현우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차상광 골키퍼 코치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일드카드 없이 치러야 하는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은 또래 선수 중 리더를 찾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김 감독은 올림픽 참가를 위한 아시아 안에서의 경쟁이 상당히 힘들 거라고 예고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도쿄올림픽 세대에 큰 투자를 해 온 반면 한국은 이제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걱정스럽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전력이 상당히 높다. 분석을 해 보면, 일본도 그렇고, 중국도 히딩크 감독 영입해서 투자하고, 이란, 사우디 등 굉장히 많은 팀들이 올라오고 준비가 많이 돼 있다. 아직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거 내가 준비하다가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쟤네는 저렇게 준비하는데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아시안게임에서 풀백 적임자를 찾지 못해 원래 윙어인 김진야, 김문환을 풀백으로 보직 변경시켜야 했던 고민은 올림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문환은 올림픽 참가 연령이 아니다. 새로운 라이트백을 발굴하거나 또 보직변경을 시켜야 한다. 김 감독은 “소속팀에서 보직 변경을 하면 대표팀까지 이어질 수 있을 거다. 대표 선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보직 변경시켜서 활용성을 극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프로팀들이 연령별 대표 선수를 발굴하는데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주장도 했다.

전술적인 적응력을 키우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다. 코칭 스태프는 아시안게임을 시작하면서 풀백 자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3-5-2 포메이션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공격적 스리백에 대해 선수들의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포백으로 회귀해야 했다. 이민성 수비 코치는 “조직적으로 잘 갖춰져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부족했다. 나도 스리백에 대해 이탈리아 축구를 좀 봤는데 상당 기간 연습을 해 왔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우리도 전술적으로 계속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과의 협업을 기대했다. 김 감독은 “벤투 감독은 외국인이고 열린 사람일 것이다. 연령별 대표 선수들이 A대표에 많이 가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또한 ‘시스템 인사’를 통해 자신을 선택하고 지원해 준 대한축구협회, 특히 감독선임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밝히면서 “협회 집행부가 기존에 해 왔던 것처럼 대강 하는 게 아니고 철저하게 구성돼 있다. 나도 시스템에서 감독을 맡았다. 지원은 걱정 안 한다. 뭔가 결정되면 협회가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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