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인테르밀란은 2018/2019시즌 가장 확실하게 전력을 보강한 구단이다. 그러나 초반 세 경기 결과는 1승 1무 1패에 불과하고, 모두 중위권을 상대한 경기였다. 실망스런 경기력에서 벗어날 전술적 해법이 필요하다.

 

충분히 강화된 스쿼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한 유벤투스를 제외하면, 인테르보다 확실하게 전력을 보강한 팀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인테르는 지난 시즌 스쿼드의 문제점을 대부분 해소했다. 오른쪽 윙어 안토니오 칸드레바의 경기력 저하에 대한 해법으로 케이타 발데, 마테오 폴리타노를 영입했다. 공격수 마우로 이카르디의 백업 겸 파트너를 에데르에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로 교체해 잠재력을 높였다. 라이트백 시메 브르살리코, 레프트백 콰드워 아사모아, 센터백 스테판 더프라이 영입으로 수비진 전체의 양과 질을 더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라자 나잉골란 영입이 화룡점정이었다. 나잉골란은 세리에A를 넘어 전세계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중 가장 광적인 에너지와 폭발적인 공격력을 가진 선수 중 하나다. 인테르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이 허락한바 안에서 최선의 보강을 했다. 또한 전력 외 선수, 이미 다른 팀으로 임대 가 있는 선수를 내보내며 이적료 지출 대부분을 다시 벌어들이는 뛰어난 영입 수완을 발휘했다.

 

에너지는 넘치고, 창의성은 부족하고

인테르는 첫 경기에서 사수올로에 0-1로 패배하고, 2라운드에서 토리노와 2-2로 비기고, 3라운드 볼로냐 원정에서 비로소 3-0으로 승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그러나 볼로냐의 초반 경기력이 세리에A 최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테르의 첫 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인테르의 스쿼드는 나잉골란이 데뷔전을 치른 볼로냐전에서 대강 윤곽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카르디와 마르티네스가 모두 컨디션 난조로 빠지면서 최전방을 케이타가 맡아야 했지만, 그밖의 포지션은 대체로 주전 위주 구성이 이뤄졌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지난 시즌의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 나잉골란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폴리타노를 오른쪽 윙어로 배치했다.

인테르의 문제는 창의적인 선수의 부족이다. 공격수 이카르디, 윙어 페리시치, 미드필더 나잉골란과 마르셀로 브로조비치와 마티아스 베시노 등 주전 대부분이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 중 창조적인 드리블러나 패서는 없다. 페리시치는 근성과 득점력이 좋은 선수고, 나잉골란 등 미드필더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대신 지능이나 창의성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케이타는 속공 상황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가졌지만 지공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자주 하는 단점이 있다.

볼로냐전에서 인테르는 점유율이 73.4%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슈팅 횟수는 13회 대 8회로 근소한 우위에 그쳤다. 볼로냐 수비진 앞에서 무의미하게 공을 돌리는 시간이 길었다.

문제를 해결할 단서는 일단 폴리타노에게 있다. 폴리타노는 인테르 주전급 윙어들 중 유일하게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안쪽으로 파고들어 상대 수비진을 와해시키는 스타일의 선수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지만 2도움을 올리며 득점 상황에 곧잘 관여하고 있다. 폴리타노의 움직임으로부터 상대 수비를 흔드는 플레이가 유력하다.

벤치에 머물러 있는 베테랑 플레이메이커 보르하 발레로가 출장 기회를 잡는다면 ‘변속 기어’ 역할을 할 수 있다. 발레로는 하향세가 완연하긴 하지만 한때 세리에A를 대표하는 테크니션 중 한 명이었다.

 

UCL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으려면

인테르는 6시즌 만에 돌아온 UCL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FFP의 규제 속에서 선수단을 강화하려면 ‘축구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UCL에서 오래 생존해야 한다. 그러나 조 편성은 최악이다. 토트넘홋스퍼, 바르셀로나, PSV에인트호번과 함께 ‘죽음의 조’로 꼽히는 B조에 편성됐다. 바르셀로나는 물론 토트넘 역시 최근 수 년 간의 경기력만 보면 인테르보다 뛰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다, 지난 2010년 UCL에서 만나 가레스 베일(현 레알마드리드)의 맹활약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기억이 있다.

희망적인 면이 있다면, 인테르 선수 구성상 오히려 강팀 상대로 더 좋은 경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창의적인 선수가 부족한 인테르는 웅크리고 있는 약팀의 수비를 억지로 개방할 힘이 부족하지만, 두 강팀의 정면충돌에서 힘으로 눌러버릴 능력은 갖고 있다. 특히 나잉골란, 페리시치, 칸드레바, 브로조비치, 베시노가 동시에 기용된다면 이 미드필더 5명의 압박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일 수도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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