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독일분데스리가는 3년 전까지 한국인 유럽파들이 뛰는 핵심 국가였다. 여전히 아시아 선수 영입에 열심인 독일 축구는 다시 한 번 한국 선수들과 깊은 인연을 맺어가고 있다. 이번엔 2.분데스리가(2부)까지 포함된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 3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대표팀 첫 기자회견에 나란히 앉은 선수는 이재성과 지동원이었다. 이재성은 최근 2.분데스리가의 홀슈타인킬로 진출해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지동원은 지난 2013년 처음 인연을 맺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여전히 활약 중이며, 2018/2019시즌 초반 두 경기 모두 교체 출장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탈락하며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지동원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과 함께 다시 기회를 잡았다. ‘4대 빅 리그’에서 꾸준히 출장하는 공격수는 손흥민과 지동원뿐인만큼 여전히 지동원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 지동원은 “멀티 플레이어를 좋아한다. 중앙 공격수가 윙어까지 소화할 수 있다면 선발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는 벤투 감독의 선언과도 부합한다.

4일 대표팀에 합류한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구단 레드불잘츠부르크에서 이번 시즌 함부르크로 임대됐다. 역시 2.분데스리가 구단이다. 여기에 은퇴 의사를 밝혔지만 벤투 감독이 공개적으로 만류하겠다고 말한 아우크스부르크 소속 구자철까지 포함하면 대표팀의 분데스리거는 4명으로 늘어났다.

독일 구단들은 2010년 이후 아시아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가장 인기 많았던 건 일본 선수들이지만 한국인 역시 빠르게 독일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손흥민을 비롯해 박주호, 홍정호 역시 한때 독일에서 활약했다. 지난 2015년 손흥민이 바이엘04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의 토트넘홋스퍼로 떠나면서 독일에서의 ‘한국세’는 약해졌다.

이제 독일만큼 대표급 유럽파 선수들이 많이 모인 나라는 없다. 잉글랜드에 기성용(뉴캐슬)과 손흥민(토트넘), 프랑스에 권창훈(디종)과 석현준(랭스), 이탈리아에 이승우(엘라스베로나) 등 각 나라마다 한두 명이 활약할 뿐이다. 청소년 대표급 선수까지 범위를 넓혀도 스페인에서 뛰는 백승호(지로나) 정도가 추가된다.

독일 하부리그에는 한국인 유망주들도 있다. 장크트파울리의 박이영, 함부르크에서 뒤스부르크로 임대 중인 서영재가 대표적이다. 이재성은 “독일 2부에 희찬이도 있고 이영이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함부르크와 장크트파울리는 모두 함부르크 지역을 연고로 한다. 이재성이 있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과 비교적 가깝다. 독일 북부에 이재성, 황희찬, 박이영이 모이고 남부에서 구자철, 지동원이 팀 동료로 뛰면서 서로 기댈 수 있다.

이재성, 황희찬처럼 이미 국제 경쟁력을 증명한 선수들에겐 2부에서 차근차근 빅 리그 도전을 시작하는 것도 성공 공식이 될 수 있다. 두 선수의 소속팀 모두 승격 가능성이 높다. 4라운드까지 2승 2무를 거둔 홀슈타인킬은 현재 3위다. 함부르크는 한 경기를 덜 치러 순위표에서는 의미를 찾기 힘들지만 분데스리가 최장 잔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가 이번 시즌 처음 강등된 만큼 유력한 승격 후보로 꼽힌다.

이재성은 2부 역시 수준이 높고 충분히 배울 것이 많다며 "자철이 형의 '매일이 월드컵'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에서 유럽 무대 적응을 마치고 승격 또는 이적을 통해 1부에 도전하는 과정을 밟아가는 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는 잉글랜드에서 뛰고, 유럽파가 가장 많이 진출하는 나라는 독일이라는 구도가 부활했다. 잉글랜드 구단들의 재력, 독일의 개방적인 분위기와 느슨한 외국인 선수 규제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도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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