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의 치세가 시작된다. 벤투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첫 대표팀을 소집하면서 선발 기준으로 기술,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을 거론했다.

3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오후 소집된 대표팀은 7일 코스타리카, 11일 칠레를 상대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총 24명 중 16명이 이날 소집됐으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8명은 이튿날인 4일 합류한다.

벤투 감독은 앞서 선수단을 발표할 때 기자회견을 갖는 대신 대한축구협회 보도자료를 통해 24명의 명단만 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소집 기자회견은 '벤투호 1기'의 선발 방향뿐 아니라 추후 선발에 영향을 미칠 벤투의 철학까지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기존 멤버 위주, 황인범과 김문환은 직접 골랐다

이번 대표 명단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24명 중 ‘2018 러시아월드컵’ 참가 멤버가 17명이다. 월드컵에 불참한 남태희, 지동원, 김민재, 윤석영 등도 과거 대표팀 선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벤투 감독은 “명단의 배경을 말하자면, 월드컵 최종예선과 본선, 아시안게임, 스태프들로부터 제공된 분석자료를 통해 명단을 추렸다. 비교적 빠르게 명단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선수단을 크게 바꾸기에는 시간도, 자료도 부족했다.

마침 한국에 왔을 때 진행 중이었던 아시안게임은 대표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기존 대표 중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인 김민재, 황의조가 대표팀에 복귀했다. 또한 이승우, 손흥민, 조현우, 황희찬 등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모두 소화한 선수들의 모습을 관찰하기에도 아시안게임은 좋은 자료였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에 최초로 불러들인 두 선수는 황인범과 김문환이다. 둘 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주전이었다. 벤투 감독은 “기존 대표 멤버들을 관찰하려고 아시안게임을 열심히 시청했는데, 그러다보니 황인범과 김문환이 눈에 띄었다. 이 두 선수만큼은 직접 본 경기력을 바탕으로 선발했다. 상당히 뛰어난 기술과 선수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기술과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이 중요하다

벤투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장현수를 본업 센터백이 아니라 미드필더로 분류해 선발한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한 경기만 보고 미드필더로 분류한 게 아니고 많은 경기를 보면서 장현수가 여러 포지션에서 뛰었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향후 대표팀 선발에서 기준이 될 수 있다. 멀티 플레이어는 상당한 장점이다. 장현수는 수비지만 공격적으로도 기준에 부합한다. 향후 중앙 공격수인데 윙포워드도 뛸 수 있다거나 그런 선수가 있다면 대표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다. 멀티 플레이어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또한 테크니션을 선호한다는 취향도 분명히 했다. 최초 발탁된 황인범, 김문환이 신체 조건은 약하고 기술이 좋다는 점이 거론됐을 때였다.

“체격이 왜소한 것보다 중요한 건 기술이다. 황인범은 좋은 기술, 패스 능력, 판단력 등 나이에 비해 장점이 많은 선수라는 게 중요하다. 공격 측면에서는 신장이 작더라도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잣대다. 그걸 보여주는 선수는 긍정적으로 볼 것이다.”

“적어도 이 선발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 축구 스타일에 맞춰 선발했다고 이해해주면 된다. 우리 스타일이라는 건 최대한 공을 소유하는 것이고, 그 목적이 전방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행위라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다.”

 

기존 대표팀 틀 유지한다

벤투 감독은 팀을 뜯어고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었고 나머지 두 경기에서 아까운 한 점 차 패배를 당한 것을 두고 “실패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내가 느끼기에 한국은 적극성, 강렬함, 상대보다 더 나은 정신력이 좋은 점”이라며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기존 한국 전술에 큰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훈련을 진행하면서 부분전술은 조금씩 변화를 주고자 할 거다. 젊은 선수들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이를 훈련에서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지, 선수들의 캐릭터를 다 분석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훈련하면서 신체적인 요소를 확인할 거다. 며칠 훈련하면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 어떤 젊은 선수들을 기용할지 판단할 것이다.”

 

아시안게임 멤버들 출장 시간은 짧을 것

여러 차례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거론됐지만 이들의 출장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은 때로 이틀 간격으로 경기가 열리는 등 7경기로 이뤄진 강행군이었고, 한 경기는 연장전까지 갔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은 3일 귀국해 짧은 휴식을 갖고 4일 파주로 합류한다.

벤투 감독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품고 올 것이다. 관심 있고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발탁했다”면서도 선수들의 몸 상태를 봐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8명 각각의 신체 컨디션을 확인하고 분석하겠다. 정신적으로는 금메달을 따고 왔으므로 긍정적일 것이다. 일주일 남짓 주어진 시간 동안 이 두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계획에 따라 진행하겠다. 회복도 중요하겠지만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가 준비한 계획에 맞춰 프로그램을 수립할 것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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