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자카르타(인도네시아)] 김완주 기자= “박항서 감독이 최고(한국어로)다…박 감독이 아닌 다른 베트남 감독이 팀을 맡았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우승팀은 한국이었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가장 달군 팀은 베트남이었다.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는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었다.

 

베트남은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연달아 패하며 동메달을 따지는 못했으나 인도네시아 경기장마다 붉은 물결이 넘쳤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을 비난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소수에 불과했다. ‘풋볼리스트’ 등 한국 언론에 먼저 말을 거는 베트남 사람들의 반응만 봐도 박 감독이 놓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풋볼리스트’가 한국 매체임을 확인하고 먼저 말을 건 호안득빈 씨는 "박 감독이 '최고'(한국어로 말함)다. 베트남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보고르에 온 사람도 많다. 박 감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베트남을 맡았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우린 이제 스즈키컵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 됐고,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람반뚜아 ‘VnExpress’ 기자는 “56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성공”이라며 “강이 끝나고 한국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박 감독을 비판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고 있다는 걸 우리도 들었다. 다 웃어 넘겼다. 지극히 일부의 의견에 불과하다. 오늘 이렇게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경기장까지 와서 베트남을 응원했다.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언론은 박 감독을 취재하며 열광했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올 때마다 베트남 기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기자들이 박 감독과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다. 박 감독은 기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한 후에야 퇴장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스킨십과 무한 경쟁, 승리를 준비하다

박 감독은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이나 아시아 대회에서 팀을 4강에 올려 놓았다. 요행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로 이룬 성과다. 베트남은 아시안게임보다는 오는 11월부터 열리는 ‘스즈키컵’에 더 관심을 가졌으나 박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스즈키컵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뛰었다.

 

박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 그리고 배명호 코치는 매주 베트남 전역을 돌아다니며 선수들과 직접 만났다. 아시안게임에 나갈만한 선수들을 직접 점검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기가 끝난 후 매번 미팅을 했다. 박 감독 대리인인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그저 미팅만 한 게 아니라 선수를 칭찬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일러주기도 했다. 끊임없는 스킨십을 바탕으로 예비 명단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잘하면 칭찬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에게는 과제도 던졌다. 박 감독은 나태해진 선수들은 과감히 제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주축 선수를 제외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끊임 없이 선수를 체크하며 80인 예비 명단을 만들었다. 베트남축구협회가 만든 명단은 56명이었다. 박 감독과 코치들이 얼마나 열심히 발품을 팔았는지 알 수 있다.

 

소집 이후에는 팀을 경쟁구도로 이끌었다. 우선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있는 선수를 30명 소집했고, 와일드카드 후보자도 4명이 불렀다. 누가 주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두 그룹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이끌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 후에 다시 최종명단을 꾸렸다. 결과적으로 이런 경쟁구도는 경기력에 도움이 됐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얻지는 못했으나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과 베트남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대회가 끝난 뒤 하노이에 박 감독과 선수단을 보기 위해 몰려든 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든 걸 말해준다. 박 감독은 성공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성공을 준비했다. 지난 성공에 매몰돼 스스로를 믿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박 감독과 베트남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그에 대한 열광도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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