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만 데려온 게 아니라 벤투 감독과 함께 하는 팀을 데려온 것은 어떤 의미일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에서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주목할 부분은 감독 혼자 오는 게 아니라 코칭스태프 4명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수석코치, 전술코치, GK코치, 피지컬 코치와 함께 20일 입국할 예정이다.

 

감독 벤투가 아니라 팀 벤투와 계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국가대표팀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이는 세계적으로는 일반화되고 있는 일이다. 축구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세분화된 능력을 지닌 코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감독이 전체적인 틀을 잡고 코치들이 각 과제를 해결한 뒤 감독이 다시 의견을 수합하고 결정을 내리는 형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고 중국대표팀을 이끄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코치 9명을 대동한다. 세분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고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잘 아는 코치가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전반전이 끝나면 리피와 전술을 상의하는 전술 코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코칭 스태프) 퀄리티가 중요하다. 어떤 전문적인 코치를 데리고 있는지 코치들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대회 준비한 부분을 다 제출하라고 한 것도 검증하고 싶어서였다. 영상, 스케줄, 경기 미팅 등 모든 것이 제출됐고 체력 코치들도 GPS 데이터를 다 제출했다. 정말 전문 적이고 높은 수준의 코칭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 개인도 중요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감독과 함께하는 코칭스태프 능력도 중요하다. 좋은 코치를 데리고 있어야 능력 있는 감독이라고 인정 받고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감독과 함께하는 코치스태프 능력까지 본 뒤에 “수준 높은 코칭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했다”라고 말한 맥락도 여기 있다.

 

“이번에 만난 분 중 한 분은 60대 초중반 되는 분이었는데 10 여년 전에 좋은 결과, 큰 클럽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코칭스태프가 다 유능하면 (채용을) 해봐야지 싶었는데 코칭스태프 이력서에서 실망을 좀 했다.”

 

감독 개인에 대한 집착 혹은 과신은 한국이 ‘2002 한일 월드컵’ 이후로 계속해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감독만 중요하고 그와 함께 하는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왔다. ‘팀’을 대동하겠다는 요구를 하는 감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었다.

 

코칭스태프를 팀으로 쓰면 국내 코치를 활용하기도 좋다. 국내 코치들이 그들이 축구를 다루는 방법을 직접볼 수 있고, 팀으로 일하는 모습까지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 굳이 해외로 지도자 연수를 보내지 않고도 좋은 코치를 가까이 키울 수 있다. 큰 돈을 쓰는만큼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  

 

벤투가 한국에서 계약 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감독이 아닌 팀을 선임한 것은 분명한 진보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닌 시선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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