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 피울루 벤투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벤투 감독 선임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17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벤투 감독 선임을 밝혔다. 선수 시절 포르투갈 ‘황금 세대’의 일원이었던 벤투 감독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대표 생활을 했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하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스포르팅CP, 포르투갈 대표팀, 크루제이루, 올림피아코스, 충칭리판을 거쳤다. 포르투갈을 ‘유로 2012’ 4강에 올리며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올해 충칭을 이끌다 최근 중도 경질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이달 9일 시작된 2차 접촉 대상자 중 한 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차 대상자였던 감독 전원과 협상에 실패했다. 이때 충칭에서 경질된 벤투가 새로운 후보로 떠올랐고, 김 위원장은 곧장 전한진 사무총장과 함께 벤투와 접촉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껏 면접한 감독 중 가장 인상 깊었다”며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적극적인 태도와 전문성에 감명 받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코칭 스태프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보고 한국으로 동행할 코치들도 면접에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서고치, 필리페 쿠엘료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 등 ‘팀 벤투’가 모두 나왔다.

“코칭팀 모두 현대적이고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각자 역할을 통해 상대를 분석 대응하고 그걸 훈련으로 만들어낼지 잘 설명해 줬다. 코칭 스태프는 감독 포함 총 5명으로 오래 전부터 함께 움직여 왔다고 한다. 훈련을 계획할 때 모두 같이 앉아 영상과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공유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각자 맡은 파트에서 훈련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5경기와 본선 3경기를 보고 미팅에 나왔다. 벤투 감독이 보기에 한국은 본선에서 공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고 경기마다 전술을 바꾼 팀이었는데, 팀의 기본 틀은 바뀌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철학도 밝혔다. 한국은 발을 잘 사용하는 골키퍼, 좋은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갖춘 팀이므로 충분히 좋은 공격 전개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국 공격수들이 상대를 압박할 때 미드필더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그동안 지도한 팀에서 수비에 비해 공격이 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벤투 감독은 김 위원장의 ‘공격’에 자신의 공격 전술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벤투 감독은 ‘공격이 좋지 않다’는 내 질문을 받았다. 이에 상대 수비를 어떻게 끌어내고 공격 3분의 1 지역에서 어떻게 공간을 창출하고 상대 수비를 공략할지 말하며 자기 지식과 분석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

벤투 감독과 코치들은 오히려 축구협회가 자신들을 얼마나 지원하고 협조해줄 수 있는지 체크리스트까지 준비해 조목조목 물었다. 그 중에는 “훈련 중 드론을 띄울 수 있냐”는 내용 등 매우 구체적인 것까지 포함돼 있었다.

김 위원장이 가장 감명받은 건 벤투와 코칭 스태프들이 준비한 훈련법 영상이었다.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을 내가 정확하게 본 건 자기들 훈련 모듈이라는 비디오를 내게 제출했을 때였다. 공격 전개, 역습 방지, 수비, 공을 빼앗은 뒤의 역습. 이 네 가지 과정에 대해 정확히 자기들의 훈련과 경기가 나오는 걸 봤다.”

벤투 감독은 면접 내내 분명한 철학과 자신감을 보여줬다. 또한 면접부터 코치들과 한 팀이라는 걸 보여줬다. 김 위원장의 질문이 자신의 분야에 해당될 경우 코치들이 대신 대답했고, 자신들의 역량을 한국에서 펼칠 여건이 되는지 되묻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한국과 함께 월드컵에서 성공할 의욕을 보였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진지한 질문을 하나 하겠다며 당신에게 한국에 오는 게 왜 중요하냐고 물었다. 이때 벤투 감독뿐 아니라 수석코치 세르지우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강력한 팀이라는 걸 안다며 한국과 함께 월드컵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단점은 있었다. 그러나 코칭 팀, 감독 축구 철학이나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나중에 훈련 자료를 다 요구했고, 그분들이 자신 있게 포르투갈 대표팀 훈련 자료들과 올림피아코스, 중국에 있을 때 자료들도 내놓았다.”

벤투 감독과 코치들은 올림피아코스와 충칭에서 연속으로 중도 하차하긴 했지만 자신들의 선수 조련 능력은 오히려 발전하고 있다며 훈련 모듈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 역시 훈련 자료를 받아본 뒤 ‘팀 벤투’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느꼈다. 상대 팀의 약점을 분석하고, 이를 공략하는 훈련의 비중이 높았다. 김 위원장은 ‘팀 벤투’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장기 계약을 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벤투 감독에게 준비(계약)를 나눠서 하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손사래치며 '당신들 준비가 월드컵이냐 뭐냐 정확히 말해라. 월드컵 준비하는 팀이면 기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하더라.”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