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과 가장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빅 리그다. 냉정한 카메라워크와 뜨거운 서포팅, 수준 높은 경기력이 축구팬들을 유혹한다. 'Football1st'가 독일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축구적 순간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주>

이재성의 2.분데스리가(독일 2부) 홀슈타인킬 이적은 다급하게 진행됐다. 홀슈타인은 이적 확정 발표가 난 26일 바로 이재성이 한국을 떠나 독일로 향하길 원했다. 다음 시즌 독일분데스리가(1부)로 승격하고 싶어 하는 홀슈타인과 팀 발터 신임 감독에겐 이재성의 빠른 합류가 절실하다.

 

득점왕 등 핵심 선수들 이탈, 이재성이 가장 큰 보강

홀슈타인킬은 한 번도 분데스리가에 올라간 적이 없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3부와 4부를 오가는 소규모 구단이었다. 그러다 2013년 3부, 2017년 2부로 승격했다. 2부 승격은 36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지난 시즌 2부로 승격하자마자 리그 3위로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얻었고, 1부 16위 팀이었던 볼프스부르크와 플레이오프를 벌인 끝에 아슬아슬하게 승격에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골이 적게 나는 2.분데스리가에서 34경기 71득점(경기당 2.09)을 기록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실점은 최저 실점 순위 6위(44실점, 경기당 1.29)에 불과했다.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 팀이었다.

이재성을 급히 원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 홀슈타인킬ㄹ은 지난 시즌 2.분데스리가 득점왕 마르빈 두크쉬(18골)를 비롯해 득점 순위 10위 이내에 3명이나 이름을 올린 화끈한 팀이었다. 그러나 그중 두 명이 팀을 떠났다. 두크쉬는 분데스리가의 뒤셀도르프로 이적했다. 12골을 기록했던 도미니크 드렉슬러의 경우 노르웨이 구단 미드실란으로 이적시켰다 생각했으나 곧장 2.분데스리가의 쾰른으로 다시 이적하며 홀슈타인의 경쟁팀만 강해진 꼴이 됐다. 이들 외에는 주전 수비수였던 라파엘 치호스 정도만 팀을 떠났다. 주전 선수의 이탈은 3명에 불과하다고 불 수 있지만 이들의 비중이 컸다.

이번 시즌 다양한 선수를 수급했지만 그중 최고 스타는 이재성이다.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샬케04 등 분데스리가 유명 구단에서 자리 잡지 못한 유망주를 데려오는 것이 이번 시즌 홀슈타인킬의 영입 방침이었다. 대부분 나이는 19세에서 22세 사이, 프로 경력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다.

월드컵까지 경험한 이재성은 홀슈타인킬 구단 역사를 통틀어도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 중 하나다. 이재성의 경력과 아시아에서 보여준 역량은 1부 구단에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합류하는 일본 선수들보다 앞선다. 재정적 한계가 분명한 홀슈타인킬은 이재성 정도 선수를 영입한 것이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큰 보강이다.

 

유소년 육성 능력자, 그러나 초보 감독인 발터

그러나 지난 두 시즌 동안 인상적인 성적을 낸 마르쿠스 안팡 감독은 1부 구단 쾰른으로 직장을 옮겼다. 홀슈타인킬은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하자마자 발터 신임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발터 감독은 칼스루헤 유소년팀, 바이에른뮌헨 유소년팀을 거쳤다. 2015년 바이에른 U-17 감독으로 선임됐고, 능력을 인정받아 2년 뒤 U-19 감독으로 승격됐다. 그리고 1년 뒤 프로 첫 구단인 홀슈타인킬에 부임했다.

유소년 세계에서 발터 감독은 괜찮은 역량을 발휘했다. 소규모 구단 칼스루헤에서 하칸 찰하노글루(현 AC밀란), 세아드 콜라시나치(현 아스널) 등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된 건 발터 감독의 공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에른이 발터 감독을 영입했던 것도 유망주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홀슈타인킬도 발터 감독이 키울 수 있는 유망주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중 승격을 이끌어 줄 뜻밖의 스타가 탄생해 주길 바라는 상황이다.

그러나 발터 감독의 전술적 역량은 거의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에른 유소년팀에서의 호성적을 프로 무대까지 연결시키긴 힘들다. 발터 감독은 이재성과 영상 통화로 직접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며 “2.분데스리가 팀들은 롱 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전방 압박과 볼 소유를 중시한다. 너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은 분데스리가 구단들이 선호하는 아시아 선수의 스타일에 거의 정확히 부합하는 선수다. 분데스리가는 세계에서 가장 전술적인 리그 중 하나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에 정확히 따르는 근면함을 가장 큰 무기로 삼아 2010년 이후 분데스리가에 대거 진출해 왔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서도 이재성은 전술 지능이 비상하게 발달해 있는 선수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경기를 이해하는 건 내가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걸 다 갖추고 프로에 온 선수는 이재성밖에 못 봤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최 감독이 겪어 본 모든 국내 선수 중 전술에 대한 이해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다.

발터 감독이 말한 전술이 그라운드에서 잘 구현된다면, 이재성은 핵심 역할을 하기 충분하다. 부지런히 그라운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대를 압박해 실수를 유발하고, 공을 순환시키는 것이 이재성의 역할이다. 이재성은 프로 초창기 동료들에게 철저히 맞춰 플레이하다가, 경력이 쌓이면서 점점 공을 오래 쥐고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다. 홀슈타인킬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

홀슈타인킬은 8월 4일 전통의 명문 함부르크를 상대로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발터 감독은 이 경기부터 이재성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