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한국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어설픈 행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조별리그에서 남들보다 1경기 많은 4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25일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전달받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 추첨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은 E조에 속해 키르키즈스탄, 말레이시아, 바레인,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번 아시안게임 조 추첨은 국제대회 수준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행정력으로 여러 차례 혼란을 낳았다. 지난 5일 참가신청을 한 24개팀을 대상으로 조 추첨을 진행했으나, 이후 팔레스타인과 UAE가 누락된 사실이 발견돼 조 추첨을 다시 진행했다. 24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기존 조 추첨을 무시하고 26개팀으로 다시 조를 편성한다고 했으나 25일 오전 기존 조 추첨 결과에 팔레스타인과 UAE를 추가하는 것으로 다시 방식을 변경했다.

25일 오후 진행된 조 추첨에서 팔레스타인은 A조, UAE는 E조에 배정됐다. 다른 6개조는 4팀씩 편성됐지만, A조와 E조는 5팀이 되며 남들보다 조별리그 한 경기씩을 더 치러야 하는 불이익을 안게 됐다.

한국에도 불똥이 튀었다. 기존 조 추첨대로라면 한국은 다음 달 14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14일 첫 경기에 맞춰 선수단 소집부터 국내 평가전, 인도네시아 출국까지 모든 계획을 세워뒀다. 그러나 UAE가 추가되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 추첨 결과를 받아 든 김학범 감독은 “기존 일정은 백지화됐다”라며 “새로운 일정에 맞춰서 계획을 짜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최종 일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9일로 예정됐던 이라크와의 평가전과 10일로 잡았던 출국 일정이 취소되거나 변경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언제, 어느 구장에서 누구와 첫 경기를 치르는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OCA와 AFC가 26개팀을 기준으로 24일 발표했던 경기일정에 따르면 5개팀으로 구성된 조의 첫 경기는 10일 열릴 예정이고, 이중 포트1에 배정받은 팀은 12일 첫 경기를 치른다. 이 일정대로 경기가 치러진다면 포트1에 배정받은 한국은 12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4개팀이 속한 다른 조는 14~15일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다른 팀들보다 더 빨리 대회를 시작해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결승에 진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골키퍼 2명 포함 20명의 선수단으로 21일동안 8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와일드카드 활용과 체력 안배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와일드카드 중 조현우는 31일 다른 선수들과 함께 파주로 소집되고, 일본에서 뛰는 황의조는 6일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황의조의 경우, 파주로 합류할 예정이기 때문에 기존 선수단과 며칠간 발을 맞추고 조별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손흥민을 비롯한 황희찬, 이승우 등의 해외파다. 손흥민은 11일 소속팀에서 경기를 치르고 인도네시아로 합류할 예정이다. 12일에 도착하기 때문에 조별리그 첫 경기 출전은 불가능하다. 시차적응 등 다른 상황을 고려할 경우 조별리그 2차전 출전도 불투명하다. 황희찬과 이승우는 아직 합류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은 “계속 구단과 줄다리기 협상을 하고 있다”라며 “개막전 전에는 들어오지만 그 경기는 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결국 조별리그 초반 2~3경기까지는 황의조와 기존 선수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 공격수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라와있다. 황의조는 주말 경기에서 시즌 13호골을 넣었고, 나상호는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K리그2 득점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파 공격수들이 팀에 합류해 적응한 다음부터는 체력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아시안게임 엔트리에는 필드플레이어가 18명 밖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별리그 초반에는 15명이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덥고 습한 현지 기후에, 하루 건너 경기를 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 한국과 다른 잔디 사정까지 감안하면 체력을 유지하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은 체력이 변수가 될 것을 예상해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에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진행했다. 이 체력훈련이 본격적인 대회에 들어가서 도움이 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이 “현지에서 더 길게 체류하는 것이 상대 분석보다 더 힘들다”라고 이야기 했을 정도로 현지 상황이 좋지 않다. 인도네시아 전훈을 갔다 온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현지에 적응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러 가지로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지만 김 감독은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모두 하나로 똘똘 뭉쳐서 꼭 좋은 성적을 약속 드리겠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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