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 주장 최영준은 후반기 상승세 비결로 선수 영입과 빠른 조화를 꼽는다. 후반기에 새로 영입돼 주전 자리를 차지한 유지훈, 이광진 이야기다.

경남은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나고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이 재개된 뒤 5경기에서 3승 2무를 거뒀다. 선두 전북현대(4승 1무)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상승세를 바탕으로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시즌 중반 주춤했던 경남은 지난 3월의 상승세를 재현하며 이번 시즌 목표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한 발 다가갔다.

특히 경남의 좌우 풀백으로 자리잡은 유지훈, 이광진은 아직 공격 포인트가 하나도 없지만 매 경기 공헌도가 높다. 유지훈은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고, 이광진은 한 경기에 교체 투입됐지만 역시 전 경기 출장 중이다. 두 선수 모두 K리그2에서 영입된 선수다. 유지훈은 지난 2010년 경남에서 프로 데뷔한 뒤 여러 팀을 거쳤다. 서울이랜드FC에서 2년을 보낸 뒤 7년 반만에 경남으로 돌아왔다. 이광진은 FC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서서히 성장하다 수원FC에서 프로 선수로 자리를 잡았고, 이번 여름에 경남으로 향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전문 레프트백 유지훈보다도 원래 중앙 미드필더인 이광진이다. 이광진은 수원FC 시절 가장 능숙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핵심 미드필더였다. 지난 시즌 31경기를 소화하며 3도움을 기록했다. 최영준 역시 “괜찮은 미드필더가 영입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종부 감독님이 이광진을 측면 수비수로 기용하시더라”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이광진을 영입할 때부터 포지션을 풀백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선수의 위치와 역할을 바꿔 잠재력을 끌어내는 ‘김종부 매직’이 또 발휘됐다. 이광진은 풀백으로서 총알 같은 오버래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원래 미드필더답게 적절한 기본기, 기점이 되는 패스,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롱 패스와 얼리 크로스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김 감독은 기존에도 라이트백 자리에 원래 센터백인 우주성을 기용해 효과를 봤다. 우주성 역시 일반적인 풀백의 오버래핑보다는 기대 이상의 시야, 롱 패스 등으로 공격에 기여하는 선수였다. 이광진의 가세로 라이트백 라인업이 더 두터워졌다.

이광진은 공격 포인트가 하나도 없지만 경남이 최근 5경기에서 넣은 8골 중 4골의 전개 과정에 관여했다. 지난 15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에서 이광진의 프리킥이 혼전을 거쳐 골로 연결됐다. 18라운드 상주상무전은 이광진이 교체 투입되고 3분 뒤 선제결승골이 나왔다. 이광진이 속공을 시작하는 첫 패스를 했다.

가장 최근 경기인 21일 수원삼성과의 홈 경기(19라운드)에서 이광진과 유지훈의 활약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광진이 평범한 스로인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중앙의 하성민에게 스로인했다. 역시 돋보이지 않는 플레이였지만, 이광진이 노마크 상태의 하성민을 발견하고 스로인했기 때문에 재빨리 공격 방향을 왼쪽으로 바꿀 수 있었다. 스루 패스를 받은 유지훈이 땅볼 크로스를 날려 경남 이적 후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조재철이 마무리했다. 이광진과 유지훈이 모두 관여한 골이었다. 재차 나온 동점골은 이광진의 크로스를 수원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말컹이 재빨리 밀어 넣은 골이었다.

경남 특유의 시스템에도 두 선수는 잘 어울린다. 경남은 최재수, 우주성이 좌우 수비를 책임질 때부터 레프트백이 과감하게 오버래핑하고 라이트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왼쪽 윙어 네게바가 자유분방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레프트백은 전방까지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한다. 이때 라이트백은 비교적 후방에서 움직이며 공수 균형을 맞춘다. 유지훈과 이광진에게 잘 어울리는 임무다.

두 선수 모두 큰 기대를 받으며 경남에 온 건 아니었다. 특히 유지훈은 K리그2에서도 의욕적인 공격 가담에 비해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경남에 온 유지훈과 이광진은 한결 체계적인 팀에서 경기력이 향상됐다. 포지션이 풀백이라 티는 나지 않지만 동료들이 보는 경남 상승세의 숨은 주역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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