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우승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만한 재능과 집중력을 가진 팀이었다.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가 크로아티아에 4-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 이어 20년 만에 차지한 두 번째 우승이다. ‘유로 2016’ 준우승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낸 성과다.

두 팀 모두 대회 내내 고수한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초점은 왼쪽 윙어였다. 프랑스 왼쪽 윙어 블래즈 마튀디는 자주 중앙 미드필더처럼 뛰며 4-3-2-1 포메이션을 병행하는 효과를 냈다.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는 애초 부상으로 결승전 출장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선수였으나 선발로 투입돼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지난 세 경기에서 모두 연장 혈투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보다 더 적극적인 중원 장악으로 오히려 공격을 주도했다. 이반 라키티치, 루카 모드리치가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와 함께 전방 압박을 하자 프랑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는 안정적인 볼 배급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의 주도권에도 불구하고 이득을 본 건 프랑스였다. 전반 18분 앙투안 그리즈만이 지능적으로 얻어낸 파울에서 난데없는 선제골이 들어갔다. 그리즈만이 마르셀로 브로조비치에게 차이며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따냈고, 직접 키커로 나섰다. 그리즈만이 문전으로 정확하게 올려놓은 킥을 마리오 만주키치가 걷어내려다 머리를 살짝 스치는 자책골을 만들고 말았다.

전반 28분 나온 페리시치의 동점골은 크로아티아의 저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크로아티아는 전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을 준비해 왔다. 동점골도 라키티치가 차는 척하고 모드리치가 허를 찌르는 킥을 파포스트로 한 뒤 중앙으로 재투입하는 방식을 준비했다. 자책골을 넣었던 만주키치가 끈질긴 헤딩으로 소유권을 이어갔고, 도마고이 비다의 패스를 받은 페리시치가 절묘한 오른발 퍼스트 터치로 공을 왼발에 갖다 놓았다. 페리시치의 강력한 왼발 슛이 골문 구석을 찔렀다. 페리시치는 부상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는 듯 자신의 허벅지 근육을 가리키는 멋진 골 세리머니를 해 보였다.

크로아티아는 다시 운명의 장난에 당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페리시치의 손에 맞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결승전 비디오 판독(VAR)이 이뤄졌다. 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 공격을 먹여 살린 만주키치와 페리시치가 각각 자책골과 페널티킥 헌납을 했다는 건 짓궂은 상황이었다. 전반 39분 이번 대회 최고 페널티킥 키커 중 한 명인 그리즈만이 왼쪽 아래로 공을 깔아 찼고, 다니엘 수비시치 골키퍼는 완전히 속았다. 그리즈만 특유의 경망스러운 '포트나이트' 골 세리머니가 월드컵 결승에서 벌어졌다.

후반전에도 크로아티아가 열심히 공격하지만 이득은 프랑스가 취하는 양상이 계속 이어졌다. 후반 10분, 디디에 데샹 감독이 약점인 캉테를 빼고 더 빌드업 능력을 갖춘 스티븐 은존지를 교체 투입했다. 이때부터 프랑스의 미드필드 수비력과 빌드업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며 크로아티아의 압박은 효율이 떨어졌다. 크로아티아는 부정확한 측면 공격 위주로 공격 루트가 바뀌었다.

후반 14분, 프랑스는 투박한 공격을 개인 기량으로 마무리했다. 음밥페의 돌파, 그리즈만의 연계, 포그바의 슛으로 이어지는 공격 작업은 수비수의 블로킹으로 무산됐다. 이 공이 다시 포그바 앞에 떨어졌고, 포그바는 오른발이 아닌 왼발임에도 불구하고 발 안쪽으로 감아차는 고급 기술로 멋진 슛을 성공시켰다. 수바시치 골키퍼가 몸을 날리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후반 20분 뤼카 에르난데스가 끈질긴 드리블로 공을 끌고간 뒤 중앙으로 내줬고, 음밥페에게 기회가 왔다. 음밥페가 절묘한 킥 테크닉으로 낮고 빠른 슛을 날려 골을 터뜨렸다. 이른 쐐기골이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24분 점수차를 두 골로 줄이며 희망을 살렸다. 마리오 만주키치의 끈질긴 압박이 만회골을 하나 만들어냈다. 여유 있게 백 패스를 잡았던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만주키치를 속이고 돌파하려다 압박에 당해 그대로 골을 내줬다.

그러나 이미 4골을 넣은 프랑스는 크로아티아가 안간힘을 써서 시도하는 공격들을 안정적으로 차단한 뒤 음밥페를 중심으로 속공을 하며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크로아티아는 막판까지 공격을 시도했으나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교체 선수였던 마르코 피아차가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한 점이 특히 아쉬웠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과정을 통해 실리적이고 수비적인 경기 운영 방식을 도입했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포그바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이 화려한 공격보다 수비 가담과 팀 플레이에 주력했다. 선수들의 명성만큼 멋진 축구를 하지 못했지만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며 실리적인 운영을 했다. 그러다가 득점 기회가 생기면 특유의 기술과 선수들의 탁월한 실력으로 마무리했다. 프랑스 선수들의 재능은 경기 내내 빛나지 못했으나 득점 장면마다 번쩍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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