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월드컵 성적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표팀이 지닌 매력이다. 인기가 없고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한국 축구에 문제가 있다는 중요한 신호다. 이런 신호를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만 읽지 못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아쉽게 끝났다. 1승 2패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을 잡았지만 우려했던 경기력 부진을 완벽히 떨치지 못했다. 선수들이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투혼은 팬들을 감동시켰지만, 대회가 끝난 뒤에는 축구협회가 변해야 한다는 말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을 보면 축구협회가 4년전과 비교해도 더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도 한국 축구가 위기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5일 정몽규 축구협회회장과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그리고 홍명보 전무이사가 간담회를 연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진단과 현실 인식에 공감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축구협회를 비난하는 여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식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에 한 기자회견에서도 성적이 나쁜 게 불만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먼저 정치적인 이슈가 하도 커서. 신문을 펴면 5~6쪽이 정치 이야기일 정도였다.” 대표팀이 왜 인기가 없었는지 파악했느냐는 질문 뒤에 나온 정회장의 말은 매우 상징적이다. 정 회장이 지닌 현실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번 월드컵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로 가장 조용한 월드컵이었다. “월드컵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기대가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더 큰 부분은 축구협회와 대표팀이 지닌 매력이 떨어지고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가 하는 의사결정, 목표설정이 더 이상 공감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팬들은 축구협회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축구협회만 이런 문제 의식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국민과 팬들은 축구협회 내부를 가리키고 있는데 축구협회만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보고 있다. 가정이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해도 축구협회를 향한 불만은 크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팬들은 이미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분리해서 보고 있다. 결과물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줄기다.

 

이러한 안일한 인식 때문에 대표팀이라는 축구협회의 가장 좋은 상품도 매력을 잃고 있다. 축구협회는 최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코치나 행정가를 선임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인기 있는 인물을 세우고 대표팀 성적에만 골몰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축구협회와 대표팀이 왜 인기가 없어졌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팬과 여론의 비난이 날이 서 있고 무겁더라도 받아 들일 부분은 확실히 받아 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과 공감이다. 인식을 바꾸고, 현재 들리는 비판을 공감하지 않으면 축구협회가 내놓는 대책은 공허해질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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