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지난 밤에 한 경기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뽑아 매일 아침 배달한다. 한창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잠을 청해야만 했던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풋볼리스트’가 준비했다. 전체 경기를 못 봤더라도 이 장면만은 챙겨두시라, 월드컵 하이라이트. <편집자 주>

2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첫 연장전과 승부차기가 나왔다. 그러더니 이어진 경기도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가 됐다. 8강 주인공을 결정한 건 양 팀 골키퍼의 발끝이었다. 이고르 아킨페프 러시아 골키퍼의 발끝은 스페인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다니엘 수바시치 골키퍼의 발끝은 크로아티아를 8강으로 이끌었다.

 

#스페인 1-1 러시아 / 승부차기 / 날아다닌 아킨페프 ‘기름손? 나 야신의 후계자!’

16강이 스페인의 마지막이 되리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있을까. 개최국의 돌풍이 무적함대까지 삼킬 줄은 몰랐다. 8만 관중의 응원 속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러시아는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더니 승부차기에서 기어코 승리를 따냈다.

승부차기의 히어로는 러시아의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였다. 지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의 이근호에게 어이없는 득점을 허용하며 ‘기름손’이라는 오명을 썼던 아킨페프는 스페인을 상대로 왜 자신이 한때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골키퍼 유망주였는지를 증명했다.

아킨페프의 선방은 정규시간과 연장전 내내 이어졌다. 스페인은 120분 연장혈투 동안 24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5분에 하나 꼴이다. 그 중 9개가 유효슈팅이었고 아킨페프의 방어를 뚫고 골망을 흔든 슈팅은 없었다. 오직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의 자책골만이 아킨페르를 넘어갔다.

앞선 4명의 키커가 모두 승부차기에서 성공한 뒤, 스페인의 세 번째 키커 코케가 공을 놓고 섰다. 왼쪽으로 향한 코케의 오른발 슈팅은 방향을 읽고 날아오른 아킨페프에게 걸렸다. 2002년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에서 호아킨 산체스의 승부차기를 막은 이운재 골키퍼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아킨페프의 선방은 잠시 후 있을 또 다른 선방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코케가 실축한 뒤 이어진 키커들은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이아고 아스파스가 스페인의 5번째 키커로 나섰다. 아스파스가 못 넣으면 러시아의 승리가 확정되는 상황. 아스파스는 골문 가운데로 강한 슈팅을 날렸고, 아킨페프는 오른쪽으로 몸을 완전히 날렸다. 아킨페프가 방향을 완전히 놓쳤기에 당연히 골이 선언될 것 같았다. 그 순간 아킨페프가 왼발을 들어올렸다. 아스파스의 슈팅은 아킨페프의 왼 발등에 걸리며 밖으로 날아갔다. 승부차기에서 슈팅을 2개나 막아낸 아킨페프의 잔디 위로 몸을 던지며 승리를 자축했다.

 

#크로아티아 1-1 덴마크 / 승부차기 / PK 3개씩 막은 골키퍼들의 향연, 승자는 수바시치

스페인과 러시아의 경기에 이어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전도 골키퍼들이 운명을 갈랐다. 앞선 경기가 이고르 아킨페프 골키퍼의 단독 주연이었다면, 이 경기는 다니엘 수바시치 골키퍼와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의 공동 주연이었다. 덴마크의 슈마이켈 골키퍼가 비운의 주인공이었을 뿐.

두 골키퍼는 나란히 페널티킥 3개씩은 막아했다. 임팩트가 더 컸던 건 슈마이켈 골키퍼의 선방이었다. 1-1로 팽팽하게 막서던 연장 후반 10분, 크로아티아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여기서 경기가 끝나겠구나 싶었다. 루카 모드리치가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몸을 날린 슈마이켈 골키퍼의 선방에 모드리치의 슈팅은 막혔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는 슈마이켈 골키퍼뿐만 아니라 수바시치 골키퍼도 주인공이었다. 수바시치 골키퍼가 먼저 포효했다. 덴마크의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슈팅을 정확히 읽고 공을 쳐내며 포효했다. 슈마이켈도 이어진 밀란 바델의 슈팅을 발끝으로 막아냈다. 골키퍼 오른쪽으로 날아간 양 팀의 4번째 키커 라세 쇠네와 요시프 피바리티의 슈팅도 막혔다.

니콜라이 요르겐센이 덴마크의 5번째 키커로 나섰다. 수바시치 골키퍼는 골라인에 서서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수바시치 골키퍼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요르겐센은 골문 중앙으로 공을 낮게 깔아 찼다. 약하게 굴러온 공은 수바시치 골키퍼의 발 끝에 걸리며 골라인을 넘지 못했다. 반면 크로아티아의 마지막 키커 이반 라키티치의 슈팅은 슈마이켈 골키퍼를 속이고 골망을 흔들었다. 그렇게 슈마이켈 골키퍼는 비운의 주인공이, 수바시치 골키퍼는 영웅이 됐다.

 

글=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