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무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준비부터 본선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꺾으며 좋은 기억을 남긴 채 나쁘지만은 않은 탈락을 했다. '풋볼리스트'는 한국의 월드컵을 결산하며 신태용호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각각 조명한다. <편집자 주>

한국이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인 18일 스웨덴전에서 유독 부진한 경기를 한 것에 대해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지만, 결정적인 의혹은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로 들어가기 전 최종 전지훈련이었던 6월 초 오스트리아 훈련에서 ‘파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회를 보름여 앞두고 부랴부랴 체력 훈련을 하는 건 무리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나중에 파워 프로그램이 아니라 체력 관리 차원의 고강도 훈련일 뿐이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힘든 일정을 치른 뒤 월드컵에 임한 건 사실이었다. 월드컵 직전에는 대부분 2경기, 많아봐야 3경기 정도 친선경기를 치르는 것이 보통인 가운데 한국은 국내에서 2경기, 오스트리아에서 2경기 등 총 4경기를 치르고 본선에 갔다. 경기 이틀 전 고강도 훈련을 하는 등 힘든 일정이었다.

고강도 체력 훈련을 해야 하는지 대표팀 내부에서도 각 코치마다 의견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 감독이 체력 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독은 선수단을 소집하며 힘든 일정을 치러 온 이재성과 유럽파들에게 휴식을 주고 컨디션 관리를 먼저 하겠다고 말했는데, 초반 평가전에서 제외한 건 사실이었으나 유럽파 선수들이 느끼기엔 충분한 휴식이 아니었다. 심신을 채 회복하기 전에 고강도 훈련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메이저 대회 직전에 휴식일을 갖고, 이 날을 활용해 아예 단체 관광이나 개최국에 대한 지식 습득을 하며 호흡을 돌리는 대표팀도 흔하다. 몸만 쉬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휴식을 주기 위한 과정이다. 반면 한국은 대표팀 숙소에서 약 900m만 나가면 바닷가라는 것을 대회가 끝날 때까지 몰랐을 정도로 숨 돌릴 틈 없는 대회를 치렀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은 공식적으로 스웨덴전 준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문제없었다고 말하거나 즉답을 피했다. 특히 선수들은 “우리도 동의한 훈련이었다”라거나 “열심히 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 체력 훈련의 효과로 컨디션 향상을 느꼈다고 대답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 실제 스웨덴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몸이 무거웠다. 속도보다 힘이 장점이라던 스웨덴 선수들보다 한 발씩 늦어 루즈볼 경합에서 손해를 보고, 역습으로 나갈 수 있던 상황에서 오히려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는 장면이 나왔다.

대회 직후 인터뷰를 한 구자철은 코칭 스태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발언 내용은 고된 훈련이 경기 내용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훈련 강도는 강한데 쉬지 못하니까 힘든 상황에서 이동하고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내용도 안 좋았고 그런 점에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강하게 다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고된 훈련으로 최소한 자신의 컨디션은 최상이 아니었고, 이를 정신적 결속으로 극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선수들의 체감만큼 스웨덴전 패배 원인이 휴식 부족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체력 문제로 손해를 본 장면이 여럿 있었으나 더 결정적인 패배 요인은 소극적인 전술이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한국 선수들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피곤한 상태에서 대회를 치렀다. 한국 선수들은 큰 중압감 속에서 대회를 치렀고,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장현수와 김민우는 특히 큰 부담감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현수의 경우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3차전 독일전에 나왔을 정도로 비중이 큰 선수지만 정신적인 보살핌은 미약했다.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줘야 한다는 건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이미 한국이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당시 한국은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 관리에 모두 실패했다. 브라질 대회가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월드컵 준비 과정을 분석한 백서를 제작했다. 백서에 담긴 교훈을 참고해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백서에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 관리의 필요성이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실천으로 옮기지 하지 못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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