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한국이 독일을 꺾자 멕시코가 더 기뻐하고 있다. 경기에 지고도 한국 덕에 16강에 진출한 멕시코에서는 한국에 대한 감사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F조 다른 팀 간의 경기에서는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제압한 상황이었다.

스웨덴과 멕시코전은 한국과 독일의 경기보다 일찍 끝났다. 스웨덴은 이미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었고, 멕시코는 독일이 승리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관중석의 멕시코 관중들도 휴대폰으로 한국과 독일의 경기중계에 집중했다.

경기가 끝날 무렵, 김영권의 선제골이 나왔다. 이어서 손흥민이 쐐기골이 나오며 한국이 승리했다.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경기 결과를 숨죽여 바라보던 멕시코 팬들은 흥분했다. 멕시코가 0-3으로 대패했음에도 환호성을 질렀다. 팬페스트에서 경기를 보던 멕시코 팬들은 주변에 있는 한국인을 찾아 헹가래를 쳤다.

멕시코에서도 난리가 났다. 멕시코 현지에서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자신들을 16강으로 인도한 한국을 연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멕시코시티 플랑코에 위치한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에 수백 명이 모여들어 “우리는 모두 한국인”, “한국 형제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멕시코 사람”이라고 외치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일부 멕시코인들은 답례를 하러 나온 한병진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공사를 목마 태우고 기쁨을 나눴다. 멕시코 주요 언론은 이 모습을 그대로 담아 내보냈다.

인터넷 상에서도 한국에 대한 감사는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에서는 ‘thankyoukorea’, ‘mexicocorea’, ‘mexicorea’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수많은 사진이 올라왔다. 멕시코 국기 가운데 있는 독수리 문양을 태극 문양으로 바꾸는가 하면, 멕시코 국기와 태극기를 동시에 들고 있는 사진, 예수의 사진에 조현우 골키퍼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등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멕시코에서 8년을 거주하다 멕시코인 아내와 함께 지난 달 한국에 들어온 이민구씨도 스타가 됐다. 멕시코에 사는 친구들로부터 감사와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이 씨가 멕시코에서 ‘소모스 코레아노스(Somos Coreanos)’라는 한식당을 운영할 당시 멕시코 전통 모자인 솜브라를 쓰고 찍은 사진은 ‘고마워’라는 글귀와 함께 퍼지고 있다.

 

이 씨에 따르면, 이 사진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 계속 퍼지고 있고, 멕시코는 물론, 인접국가인 파나마와 칠레 방송에까지 소개 됐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멕시코 친구들의 영상통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이 씨의 전언이다.

한국이 멕시코를 이길 수 없다며 구박하던 아내 이사벨의 태도도 바뀌었다. 이사벨은 한국 덕에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했다는 사실과 남편이 멕시코에서 스타된 것을 기뻐하고 있다. 오늘 새벽에는 이 씨에게 “기념 티셔츠를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한국 덕에 16강에 진출했지만, 한국은 멕시코 덕을 보지 못했다. 멕시코가 스웨덴에 1-0으로 승리하기만 했어도 한국과 멕시코가 함께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가 패하며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꺾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멕시코는 오는 2일 사라마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8강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민구 씨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