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카잔(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인들은 ‘공공의 적’처럼 되어버린 독일을 꺾어달라는 세계 각국의 응원을 받았다. 독일은 중국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경기했다.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김영권, 손흥민의 골로 승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은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승점 3점, 조 3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경기 장소인 타타르스탄 자치 공화국의 수도 카잔은 경기 전날부터 세계 각국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국과 독일팬뿐 아니라 앞선 경기를 위해 카잔을 찾은 호주, 이란, 콜롬비아의 팬들이 곳곳에 보였다. 어딜 가나 많은 멕시코, 브라질 팬들도 있었다.
카잔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지만 번화가는 바우만스카야 거리 하나다. 이 거리에 쇼핑몰, 극장, 술집 등이 밀집해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소수인 한국 서포터들이 서로를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카잔에서는 다들 바우만스카야에 모여 경기 전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한국인을 본 타국 사람들이 “독일을 꺾어 달라”며 응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은 독일전을 앞둔 카잔의 독특한 점이었다. 브라질 사람들이 대표적이었다. 브라질은 지난 2014년 자국 개최 대회에서 독일에 1-7로 패배한 원한이 있는 나라다. 브라질인들과 한국인들은 짧은 영어로 독일을 꺾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독일의 오랜 앙숙 잉글랜드인 중에서도 한국의 승리를 은근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 출신 기자가 한국 기자에게 농담을 섞어 “독일 무너뜨려 버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호주 사람들도 같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의 의리로 한국을 응원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런 가운데 중국인들은 유독 열성적으로 독일을 응원했다. 중국은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나라 중 가장 많은 팬들이 러시아를 찾은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중국 팬들은 특히 독일 대표팀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당일 카잔의 랜드마크인 크렘린(성)에는 독일 유니폼을 입은 중국인 축구팬들이 팬 아이디를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번화가에서도, 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에는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 팬에게 집중적으로 응원을 보냈다. 멕시코는 F조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대패했다. 독일이 한국을 꺾었다면 멕시코가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한국이 멕시코를 도와준 셈이다. 개최 도시 중 하나인 볼고그라드의 팬페스트 장소에서 멕시코 팬들이 한국 팬을 무등 태운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이 멕시코를 ‘강제 진출’시켜줬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멕시코를 대파함으로써 사실상 자력 진출한 스웨덴 선수들조차 독일의 탈락을 즐거워했다. 지난 24일 독일 대 스웨덴전에서 독일이 승리한 뒤 독일 스태프 중 두 명이 스웨덴 벤치를 조롱하는 동작을 했다가 자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앙금이 생겼다. 스웨덴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는 멕시코전 이후 얀네 안데르손 감독에게 독일의 탈락 소식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 그랑크비스트가 이 말을 듣고 놀라는 동시에 크게 웃는 것으로 추측되는 화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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